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편지, 불교계 반응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편지, 불교계 반응은?

2008년 08월 21일 by jeungam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편지, 불교계 반응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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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할 가치도 없다"
"경찰청장이 앞장서 범불교도 대회 방해공작"
“편지를 개봉할 것이 아니라 반송시켜야 한다”

경찰복음화선교포스터, 총무원장 차량 불법 검문 검색 등의 종교편향 행위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조계종의 주요 중진스님들 앞으로 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14일자로 되어 있는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상구보리 하화중생’에 정진하시는 2000만 사부대중들게 큰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경찰에서도 모든 업무 추진과정에서 일체의 종교편향 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이미 누차에 걸쳐 전국경찰에 특별지시 하였으며 이행여부를 적극 지도ㆍ점검하고 있다”고 쓰였다.

또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검문검색한 것과 관련해 “현장 경찰관과 현장 지휘 책임자들에 대해서 문책한 바 있다”는 해명도 있다.

이밖에도 “일선 경찰 관서장들이 지역의 스님들을 찾아뵙고 이러한 경찰의 노력과 의지를 직접 설명드리면서, 많은 가르침도 구하고 있다”며 “경찰관서마다 덕망 높으신 스님들을 초청해 호국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 청장은 불교용어인 진참회라는 어려운 말까지 사용하며 편지를 발송했으나 불교계 일각에서는 '8.27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법회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청장의 퇴진요구에 꼬리를 내렸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 청장은 이번 법회에서 불교계가 요구하는 4가지 요구사항 중의 하나인 자신의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범불교대회 봉행위원장인 원학스님이 범불교대회를 무산 시키려는 행위로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 일선 경찰 관서장들이 지역사찰 방문에 대해 “경찰의 노력과 의지를 직접 설명드리면서 가르침을 구하고 있다”고 표현해 불교계의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로보고 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경찰청장이 앞장서 범불교도 대회 방해공작"

범불교도대회 봉행 준비위원회 사무처장 혜일스님은 “범불교도대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그런 편지를 보낸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손안식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시기에 편지를 보낸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편지를 개봉할 것이 아니라 반송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경찰청 안병정 운영지원과장은 “포스터와 총무원장 스님 검문과 관련해 여러 차례 해명했지만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서 편지를 보냈다”며 “24개 교구본사 주지 스님과 종회의원 스님, 경승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약 950여 통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뜬금없는 편지소동은 불교계의 격앙된 정서를 가라앉히기 보다는 오히려 더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8.27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전국에서 경찰들이 사찰을 방문하고 있는 것과 함께 ‘경찰수장이 직접 나서서 범불교대회 방해공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편지전문

00 스님께 드립니다.

삼보에 귀의하옵고,

평소 저희 경찰에 대해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시고, 경찰의 발전을 위해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1700여년 동안 스님들의 수행과 포교, 중생들을 깨우쳐주신 이타행의 덕분으로 우리 사회가 넓은 정신세계와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가수호에도 앞장섬으로써, 호국불교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불교는 건국ㆍ구국ㆍ호국경찰로 요약되는 대한민국 국립경찰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上求菩提 下化衆生’에 정진하시는 2000만 사부대중들께 큰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간의 경찰의 잘못은 모두가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며, 종교적인 편향이나 다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오니, 널리 惠諒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에서는 종교적 편향행위를 금지하라는 국무총리 특별지시에 이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종교편향 방지 입법 협의체’ 구성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도 모든 업무 추진과정에서 일체의 종교편향 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이미 누차에 걸쳐 전국경찰에 특별지시 하였으며, 이행여부를 적극 지도ㆍ점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결례를 범한 현장 경찰관과 현장 지휘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문책한 바 있습니다.

일선 경찰 관서장들이 지역의 스님들을 찾아 뵙고 이러한 경찰의 노력과 의지를 직접 설명 드리면서, 많은 가르침도 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에서는 부처님의 慈悲와 原力에 힘입어 사회안정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경승실 주관으로 많은 불자와 경찰이 참여하는 법회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경찰관서 마다 덕망 높으신 스님들을 초청하여 호국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것입니다.

부디 많은 스님들께서 법회와 강연에 참석하시어 국가와 경찰발전을 위한 正法과 破邪顯正의 길을 說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사부대중께서 우려하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나라의 발전과 사회안정을 위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설법해 오신 것처럼, 저희 15만 경찰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베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眞懺悔로서 불교계에 유감의 뜻을 전하며 대한민국의 원융화합을 이루는데 미력하나마 더욱 진력하겠습니다.

佛紀 2552년 8월14일

경찰청장 어청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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