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 한승수 총리 목차
국무총리 “오해를 푸시고…”
총무원장 “더 할 말이 없다”
한 총리, 지관 원장 방문 '편향' 이해 구해
교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갔다” 혹평
한 총리 "앞으로 종교편향 없도록 하겠다"
“그동안 여러 가지 정부 안에서 알고가 등의 문제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쳤다.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없도록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걱정하시는 것, 오해를 푸시고 앞으로 어떻든 불교계에서 우려하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지관 스님께서 전화를 주시면 잘 하도록 하겠다. 요즘 화두가 소통인데, 앞으로 종교편향 문제는 없도록 할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시국법회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의 ‘알맹이 없는 방문’ 반대 연좌시위를 조계종 호법부 교역직 종무원들과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뚫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들어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한 말이다.
이에 대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답변은 “다른 할 말이 없습니다.”
사과라고 보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보기도 그렇고,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기기도 그런 애매한 ‘종교편향’과 관련한 대화가 오늘(7월 22일) 오후 5시 10분, 총리와 총무원장 사이에서 오갔다.
공식사과-종교편향 징계 방침 언급 없어
이같은 대화내용으로 볼 때 오늘 오전 11시 조계종 정례브리핑에서 총무원 기획실이 기자들에게 밝힌 대정부 4가지 요구안, 즉 ▲특히 지관 총무원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부연해 밝힌 바 있는 공직자 종교편향의 근절 및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화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 주영기 경기여고 교장에 대한 공식 사과와 징계 ▲향후 인사에서 종교와 지역에 편중되는 인사를 하지 말 것 ▲정부가 원인제공을 했으므로 촛불시위 구속(연행)자 석방과 수배자 불구속 수사 등에 대한 총리의 답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된 것만은 확실하다.
종교편향에 대한 발언을 꺼내기에 앞서 한 총리는 자신의 방문을 반대하는 연좌시위를 의식해 지관 원장에게 “이곳으로 오다보니 밖이 소란하던데, 이렇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 본래 혼란 속에 질서가 있기 마련이고, 초기 촛불시위의 순수한 마음이 나중에는 상당히 변질됐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세계가 경제위기에 놓여 있다. 석유값이 작년에 비해 두 배 올랐고, 곡물가도 크게 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불교계의 비중이 크다. 불교계 원로들께서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관 스님은 오전 독도 관련 7대종교 지도자의 성명발표 이야기를 꺼내며 “독도 문제, 금강산 총격사건으로 인한 북한과의 문제 등 어려움이 많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는 “독도는 우리의 영토이고, 일본이 우경화되고 특히 내각에 우익이 많이 들어가 있어 역사왜곡 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이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관 스님은 “독도문제는 1905년 강점 때부터 일제가 야욕을 부리면서 시작된 사건인데, 이제 우리도 오끼나와와 대마도를 우리 영토라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지금시점에서 대마도 문제를 제기하는 보다 일본의 젊은층에게 바른 역사를 알려주는 노력, 일본내 양심세력들의 지지를 확대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동북아 안정과 남북관계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젊은이들을 설득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관 원장은 한 총리의 주장에 “일본이 억지를 부리니까 우리도 억지를 부리자는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와 함께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함께 가면 좋은데 그들이 그렇지 않다. 그런 그들과 같이 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단호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알맹이 없는 방문 왜 허용했나 비판 일듯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계종 총무원장 방문이 이렇다할 알맹이가 없이 끝남에 따라 시국법회추진위 관계자 등 불교계로부터 조계종 총무원이 한승수 총리의 예방을 사전 조율 없이 허락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 총리의 방문 허락이 비록 국정 책임자의 방문요청을 두 차례나 거절하기 어렵고, 나름대로 종교편향 예방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총리와의 면담을 피할 수도 없다는 나름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면담현장을 취재한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는 평가는 정부나 총무원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총리면담 직후 문화부 김동규 종무담당관이 종단(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받은 바 없어 총리의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은 ‘여러 경로를 통해 종단의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그동안의 총무원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 처리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관 스님, 서둘러 자리 끝내는 등 불편심기 표출
특히 이날 총리의 종교편향 관련 발언을 들은 지관 스님은 내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불교계와 정부와의 냉각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많다.
오늘 손안식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에 나서자 “짧게 하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나, “이제 그만 일어나시고…”라며 애써 면담을 마무리하려는 반응. 또 “지금까지의 (서운한) 일은 다 잊으시고 앞으로…”라고 말을 잇는 총리의 말을 자르며 “자 더 있어봐야, 또 자꾸 말을 해봐야…”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마무리 한 것은 아무런 알맹이 없이 찾아온 총리에 대한 지관 스님의 불편한 심기 표출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총리를 접견실 밖까지 배웅하고 돌아서며 마침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종교편향과 고위공직자들의 반성을 모르는 태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가한 손안식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에게 “수고 했다”고 격려한 것은 총리의 빈손 방문에 대한 불편한 심기 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손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무회의 석상에서 종교편향 근절에 대한 확실한 발언을 하도록 총리가 역할을 해 달라’는 발언에 대해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말씀드려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낸 것에 대한 지관 스님의 격려로 보는 해석이 많다.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것 없다' 속담 재확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끝난 ‘22일 한승수 총리의 지관 스님 면담’이 조계종과 정부, 또 촛불정국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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