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 다르고 속 다르고”… 불자들 속았다 목차
불교계 분노 일으킨 이명박 정부 행보
# 대통령 후보 시절
“종교편향 절대 없다” 공언
사찰에서 합장인사 하기도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해 불교계는 “정치와 종교를 구별해 국정을 이끌 분”이라는 시선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일부에서 종교차별의 우려도 있었지만, 잦은 불교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명박 후보는 “내 종교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하다”, “절대 종교편향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사찰에서 합장인사하는 모습도 종종 언론에 노출됐다.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예방했을 때 모습.
하지만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대표됐던, 이명박 서울시장을 기억하는 불교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특히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발송한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서약서’에 유일하게 이명박 후보만 회신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교세가 강한 영남지역을 기반에 둔 한나라당의 후보자가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종교편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불교계 주요종단 총무원장 스님과 가진 후보자 공청회에서 종교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후보는 “절대 종교차별은 없다.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간직한 불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07년 12월4일 불교신문 사장 선묵스님과 가진 후보자 간담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이런 입장을 명확히 했다. “후보의 종교와 종교관은 무엇이냐”는 선묵스님의 질의에 “기독교다. 하지만 지도자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을 포용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가 갖고 있는 자비와 관용의 사상은 사회 통합에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신앙을 갖고 있지만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대해서 전혀 편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불교계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스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불교계가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당선 후 국가발전과 국민화합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기대는 높았다. 지난 1월 본지가 전국에서 활동하는 불자들에게 당선인에게 바라는 바를 물었다. “종교간 평등원칙 반드시 지켜주길”(주경스님 / 서산 부석사 주지), “서민경제 살피는 대통령 됐으면…”(일지스님 / 인천불교회관 주지), “문화스포츠 ‘중요’ 문화 대통령 되길”(김흥국 / 가수), “흔들리는 입시제도 바로세우는 정책 필요”(최소아 / 천안 한암사 어린이지도교사), “국민 뜻 반영하는 국정 운영을 염원”(김정현 / 대불련 회장).
이명박 후보는 불교계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연등 축제 국가적 육성 지원 △형평성 있는 종교정책 추진 △불교전통문화재연구소 설립 추진 등을 약속했다. 또 전통문화의 육성과 지원을 골자로 한 불교관련 법규개정안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당선인 기간까지 이어졌다. 1월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해 헌화를 하며 종교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우려를 씻어냈다. 당선 후 첫 불교계 방문자리였던 이날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상생과 화합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최대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지혜로운 이의 삶이란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야 하며,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해야 한다’는 경전 <잡보장경>의 구절을 인용하고 “우선 저부터 하심(下心)의 교훈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바른 길(正道)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가진 차담에서 “불교가 세계화되고 전통문화를 잘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불교계에 애정을 갖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 대통령 취임 후
정부 주요요직에 소망교회 인맥 기용
참여정부 5년 19건, 현정부 6개월 25건
취임을 앞두고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종교 관련 우려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종교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문화관광부 종무실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종교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당시만도 불교계와 인수위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불교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을 했다. 취임식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용과 봉황 등의 문양 대신 ‘태평소’를 상징물로 내걸면서 “봉황 문양을 없애는 것이 권위적이기 때문인가, 상상의 동물이라 터부시하는 기독교 논리인가”에 대한 일반인의 논쟁도 있었다.
또 “태평소 문양의 불길은 무엇을 상징하느냐”는 세간의 질문도 있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은 이에 대해 지난 7월, “구약성서 기드온의 문장을 상징한 것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교회 금식수련회 포스터에 실린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려는 청와대 수석, 장관을 내정하면서 확대됐다. 소위 ‘고소영’ 내각으로 불리던, 소망교회 인맥이 대거 포진하고 심지어 목사가 수석에 임명됐다. 당시 불교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7명의 청와대 수석과 1명의 대변인 가운데 절반인 4명이 기독교 신자로 확인됐으며, 불자 1명, 무교가 3명”이었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현 정부들어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 가운데 예배에 참가하는 사람이 이전에 비해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지난 22일 전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뉴라이트에서 활동하던 목사가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되는 등 종교편향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관련 인사는 지속됐다.
종교편향의 사례가 부각된 것은 6월 국토해양부가 제공한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인 ‘알고가’에 사찰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다. 동네 교회까지도 지도에 나타나는데 왜 불교는 조계사, 봉은사 등 사찰조차도 지도에서 사라진 것이냐는 불만이 강하게 토로됐다. 이어 공립 경기여고에서 석탑을 운동장에 묻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연이어 경찰청 복음화단식수련회 참가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얼굴이 실리면서 “정치인의 지나친 종교편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알고가’를 단순한 실수였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교육부의 정보지도에서도 사찰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당 전자지도를 만든 업체 총괄부사장이 인수위에 참가했던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은 ‘의도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루가 멀다하고 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들의 종교편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국무총리가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와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한승수 총리는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더 이상의 종교편향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여수시장은 “여수세계박람회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한달 후 교계에 알려졌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계종을 찾은지 불과 1주일 후,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위해 인내하던” 불교계에게 치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조계사를 나서는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막아선 경찰이 “총무원장 차량이면 더욱 철저히 검문해야 한다”며 신분증 요구에 이어 트렁크까지 열도록 한 것이다.
한 불교계 인사는 “마치 대통령을 향해 ‘내가 더 충실한 개신교인이다’고 알리려는 듯 앞장서 불교폄훼와 노골적인 개신교 지원을 자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불교는 상생의 종교다. 신라 원효스님의 화쟁사상으로 대표되는 화합과 양보의 미덕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5년간 19건의 종교편향이 발생한 반면 이 대통령 취임후 6개월 사이 25건의 종교편향이 발생했다. 불교는 “큰 허물을 보고도 모른체 하는” 어리석은 종교는 절대 아니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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