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철 작가 개인전 9월 25일까지 탑골미술관서

이영철 작가 개인전 9월 25일까지 탑골미술관서

2015년 09월 15일 by jeungam

    이영철 작가 개인전 9월 25일까지 탑골미술관서 목차

사랑 꽃밥

'꽃밥'이 사랑 되면 세상에 기쁨이 가득

이영철 작가 개인전 9월 25일까지 탑골미술관서

 

봄, 꽃, 연인, 고양이 등을 소재로

어른들 위한 동화 30여점 선봬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실명 이겨내고 전업 작가로 활동

"지금의 삶은 덤, 나누며 살고파"

 

늘 부처님께 아들의 행복을 빌었던 어머니.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몸이 약했고 두 번의 실명 위기가 있었지만 어머니는 절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하면 괜찮아질거라며 자식을 안심시켰다. 정말 그럴까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아들은 실명 위기를 넘겼다. 어머니의 기도는 그렇게 간절했다. 3년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전업작가로 어려운 살림을 이어나가던 화가 아들이 그 이름을 조금씩 세상에 알릴 무렵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찾던 김천 청안사를 찾아갔다. 그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주지스님은 그를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늘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 덕분이었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사무치도록 느껴졌다. 그때부터 그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그의 그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세상이 주목하는 작품이 되었다.

법륜 스님의 <날마다 웃는 집>,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의 삽화를 작업한 이영철 작가(57)의 이야기다. 따뜻한 감성으로 어른들의 동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영철 작가가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다. 9월 25일까지 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인연의 이야기를 소중히 담은 작품 30여 점을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작가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그 사이에 인연을 맺게 되는 여리고 약한 온갖 순수한 생명들과의 교감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꽃, 봄, 달, 고양이 등 따뜻하고도 소소한 소재들을 작품화하는데 이는 지나간 시간, 추억의 한 장면을 뚝 떼어내 옮겨 놓은듯 선명하다. ‘사랑 꽃밥’은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로 그림 그리기를 열망했던 작가의 사춘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고등학교 시절,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무척이나 반대했어요. 그래서 집을 나갔죠. 40일 정도 친구집에서 보내다가 어느날 집에 다시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더군요. 그때 어머니가 이불 속에 묻어 두었던 밥공기를 꺼내 상 위로 올려놓으셨어요. 울먹거리며 먹었던 그 밥을 잊을 수가 없어요.”

3년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의 묘를 이장해 함께 묻어 드리며 작가는 그때의 밥이 떠올랐다. 환한 봄날 가신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꽃을 밥그릇 속에 담았다. 천송이 이천송이 꽃이 늘어갈 때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잊혀져 갔다. 그렇게 꽃밥 위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시 만나 젊은 시절의 연인이 되었다.

“이 그림을 작품으로 옮겨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출판 관계자들이 보고 같이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죠. 그래서 혜민 스님과 출판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는 계기가 되었죠.”

이런 작가는 나누는 일에 익숙하다. 그는 재능이든 마음이든 나눈다. ‘뿌뿌 친구’ 등의 고양이 작품은 작가의 마음 씀씀이를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5년전부터 작업실, 공원, 도로 등에 돌아다니는 야생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사서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50마리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이제는 고양이들이 같은 장소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죠. 작업실 한켠에 고양이들의 휴식처를 만들어 두기도 했어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양이 밥 때문에 휴가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학교 등에 대형 작품을 기부했다. 세상을 향한 회향이다. 진정성 있는 마음을 퍼올려 세상을 향한 붓질을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나누며 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저는 두 번의 실명 위기를 겪으며 고도 근시가 됐어요. 렌즈를 끼고도 교정시력이 0.5를 넘지 못해요.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지금 사는 세상은 덤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제가 많이 가져야 할 이유도 없죠. 제 그림을 많은 분들이 보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림을 기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세상과 더불어 나누며 살고자 합니다.”  <현대불교신문 정혜숙 기자 | bwjhs1@naver.com>


 

사랑은 시작되고-들꽃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