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하고 사죄합니다” 日 불교 참사문비 제막

“참회하고 사죄합니다” 日 불교 참사문비 제막

2012년 09월 19일 by jeungam

    “참회하고 사죄합니다” 日 불교 참사문비 제막 목차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식

“참회하고 사죄합니다” 日 불교 참사문비 제막

일본 조동종 참사문비 군산 동국사에 제막

국내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며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간직하고 있는 군산 동국사에 일본 조동종의 참사문비가 제막됐다.

 

군산 동국사(주지 종명)는 9월 16일 창건 104주년을 맞이하여 한일합동 다례재 및 일제 강점기 희생자 합동위령재, 일본 조동종 참사문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식-일본스님들

 

일본의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이하 동지회)’ 회장 이치노혜 쇼코 스님과 오다케 요시아키 부대표, 도다 이쿠고(일본 작가)등 일본 조동종 일행은 참사문비 제막에 앞서 동국사 대웅전에서 동국사 창건 104주년을 맞아 한일 합동 다례재를 봉행하고 일제 강점기 동안 일제의 강제 조선 침탈과정에서 희생된 한일 양국의 희생자 영령들의 위령재를 봉행하고 참회했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장면

 

명종의 5타에 이어 진행된 일본 조동종 참사문비 제막식에는 조계종 사회부장 법광스님, 선운사 주지 법만스님, 조계종 인권위원장 진관스님, 조계종 종회의원 도정스님을 비롯한 스님들과 문동신 군산시장, 박정희 시의원,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사부대중 500여명이 동참했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가로 3미터 높이 2.3미터의 참사문비는 최고급 황등석으로 원래 장문인 참사문을 요약해 일어 원문과 한글 번역문을 병기해 음각했으며 제작비용은 일본 동지회에서 부담했다.

 

참사문비에는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일제가 자행한 야욕에 영합하여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 침해, 문화멸시, 일본 문화 강요, 존엄성 훼손 행위가 불교적 교의에도 어긋나며, 석가세존과 역대 조사의 이름으로 행해 왔던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이며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한다. 특히 명성황후 시해 폭거, 창씨개명으로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조동종은 그 첨병이었다. 불법을 세속법에 예속시키고, 타민족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탈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두 번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새겨졌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식-참회하는 일본스님

 

동지회 회장 이치노헤스님은 참사문비 제막과 관련한 참회사에서 “일본 불교계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일본 국가권력에 협력하며 전쟁에 가담해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동아시아에 남겼다” 며 “진심으로 참회하고 사죄드린다” 고 용서를 구했다.

 

이어 “일본은 패전이후 충분하게 반성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한일 불교교류는 있었지만 불자로서 진정한 참회가 없었기 때문에 표면적인 우호활동에 그치고 있어 한일양국 불교계는 의혹과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스님은 또 “조동종이 지난 1992년 발표한 참사문이 한국에 건립되기까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며 “오늘 동국사에 제막된 참사문비가 일본 불교의 양심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식-기념패 증정

 

동국사 주지 종명스님은 “독도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의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일본 조동종의 참사문비가 동국사에 세워지게 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며 “이번 참사문비 제막식을 계기로 한일 불교계는 물론 외교관계도 우호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법광스님은 축사에서 “일본 조동종이 스스로 일제의 첨병이 되어 제국주의적 만행의 과거를 참회하고 참사문을 발표 한 것은 진정 양국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노력이다” 고 평가하고 “참사문비 제막을 계기로 진정어린 한일 양국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협력의 역사를 열어가는 상징이 되며 이정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운사 주지 법만스님도 축사를 통해 “법구경에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말라. 원한을 쉼으로써 원한을 갚으라 했다.” 며 “참사문비가 한일 양국의 상생과 화합의 한송이 연꽃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종단협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은 ‘그 날의 한을 풀자’는 축시를 낭독했다.

 

일제강점기 군산일보-군산시 기증

 

한편, 이치노혜 스님은 일제 강점기 군산에서 발행됐던 ‘군산일보’를 군산시에 기증했다.

 

참사문비 제막식후에는 부연스님의 법고 시연과 인간문화재 임귀성 선생의 승무공연, 고살매 농악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제막식-살풀이 춤

 

2011년 10월 이치노헤스님이 동국사를 방문한 이래 종걸스님과 동국사 신도회 임원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참사문비 건립없이는 진정한 한일 불교계의 교류는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동국사 합동 다례재 봉행, 한일 불교문화교류 활성화 노력, 동국사 창건일 총독부 관보 게재일로 확정, 일체의 정치적 행위 배제 등의 5개항을 합의한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치노헤스님은 2012년 일제 강점기 희귀자료 200여점을 동국사에 기증한바 있으며 2013년에도 족자 21점 일제 강점기 일체 자료를 동국사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참사문비 건립을 주도한 동지회 한국회장 종걸스님은 “참사문비 건립은 한일 불교계의 순수한 종교행사이다” 며 정치적 의미를 배제해 달라고 주문하고 “올 12월경 한일 학자 20여명이 참여하는 불교심포지엄과 동북아 연구소주최의 한국의 일본 범종(다카하시가 만든종)의 학술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동제 현대불교신문 전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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