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본 오체투지 현장

직접 가본 오체투지 현장

2008년 10월 05일 by jeungam

    직접 가본 오체투지 현장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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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휴~!’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과 앞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거센 맞바람을 뚫고 죽비소리에 맞춰 온 몸을 내던지며 ‘기도,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아나선 오체투지(五體投地)순례 행렬은 전북 남원에서 전주로 향하는 17번 국도 임실 사선대 부근 가파른 이동령 고개길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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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한 수경스님(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과 문규현 신부(전주 평화동성당)는 행렬의 제일 선두에서 지관(김포 환경연대 대표)스님의 ‘딱’하는 죽비소리에 행렬의 맨 선두에서 ‘휴 ~’ 마른 숨을 몰아쉬며 양 무릎을 꿇고 온 몸을 던진다.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린 두 성직자의 이마에는 어느새 아스팔트의 열기로 땀방울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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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순례는 이날로 23일째를 맞았다. 순례단은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3~4㎞정도의 매우 느린 속도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길가에 텐트를 치거나 인근의 성당과 사찰 등에서 자고, 식사는 길에서 해결하는 등 사실상 생사를 넘나드는 고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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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의 행렬에는 서울, 부산 등 지역 종교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 순례길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의 오후 순례길에는 광주 불교 환경연대 법일스님을 비롯한 회원 10며명과 공주 영평사 포교당 현관스님, 정수 스님과 신도 60여명이 동참해 순례단의 발길을 가볍게 했다. 이들 중 20여명 정도가 스님들과 함께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이를 바라보며 뒤를 따르는 불자들의 눈가에 어느새 이슬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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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직자들과 함께 길게 늘어서 온 몸을 길바닥에 던진 이들의 순례길은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의 질주로 매우 위험해 보인다. 한결 매서워진 바람과 지나가는 차량에서 내 뿜는 매연, 따가운 가을햇살에 달구어진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로 순례길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아주 가끔 먼 발치에서 차를 세우고 합장 반배로 인사하고 차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는 분들이 이들의 전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절 수행을 해보았다는 공주 영평사 신도 이진복 보살(대전 엑스포 아파트)은 “그동안 했던 어느 기도보다 오늘 길에서의 오체투지가 가장 좋았다.”며 “자신을 좀 더 낮은 자세로 돌아보고 느림과 고통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동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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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스님의 “오체투지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라”는 짧은 한마디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천근 만근 무거워짐을 느낀다.

 

‘자연이 자연의 길을 가고,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조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망을 누가 외면하고 있는가?’

‘왜 성직자들이 이 시대 우리의 아픔과 절망을 떠안고 땅바닥에 온 몸을 던지고 있는가?’ ‘혹 우리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이들을 땅바닥에 기어가게 하지 않았는가?’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길바닥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