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황대권의 10년 산중생활기 <고맙다 잡초야>

Posted by 정암
2012.11.12 09:13 생활/문화/Books

“성찰한다면 자연 속 삶도 큰 즐거움”

<고맙다 잡초야>

-‘야생초’ 황대권의 10년 산중생활기

-장작패기 통해서도 명상 할 수 있어

-‘무주상보시’ 없으면 농부로 못살아

 

고맙다 잡초야황대권 지음/도솔출판사 펴냄/1만3천원

“흔히들 명상이라고 하면 정적인 모습만 떠올리는데 매우 격렬한 동작일지라도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관(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명상이 된다.”

 

‘야생초 편지’로 잘 알려진 황대권 씨의 이른바 ‘장작패기 명상법’이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하며 야생초화단을 꾸렸던 그가 출소 후 전라도 산골에서 제2의 야생초 삶을 이어가며 깨달음을 엮어냈다. 이 책은 인가라곤 없는 심산유곡 두메산골에 컨테이너를 놓고 생활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산중생활의 이야기다. 흔히들 산 속에서 생활한다고 하면 외롭고 힘들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성찰한다면, 자연 속 삶도 큰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게 저자 황대권의 설명이다. 저자는 ‘자연 속 나체 되기’를 자연 속 즐거움의 으뜸으로 친다. 벌레에게 물리고, 풀에 긁히며 뱀의 공격을 받을 수 있지만 “뱀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은 나와 똑같은 ‘생명’이다. 이 개별 생명들은 ‘먹이사슬’을 통해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큰 생명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한 이렇게도 말한다. “옷이라는 것은 그저 한 겹의 피륙이 아니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해온 거대한 ‘관념’이다.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알몸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이다.

 

그저 자연 속에 산다고 성찰과 명상이 가능한 건 아니다. 노력하고, 노동해야 한다. 그 속에서 다시 성찰이 나올 수 있다. 밭을 일굴 때면 잡초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질긴 잡초 줄기를 틀어쥐고 흔들어 뽑아내자 후드득 떨어지는 흙이 그렇게 보드라울 수 없다. 잡초가 땅속 사방으로 뿌리를 뻗치며 굳은 흙을 잘게 부숴놓은 것이다. 저자는 공생 관계의 잡초와 작물을 경작지 내에서 자체적으로 순환시키는 자연농법을 고민하고 있다.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은 단순 소박한 삶을 꿈꾸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렇게 이 책에서 조언 한다. “돈 몇 천원이면 마트에 가서 한순간에 끝낼 일을 며칠을 두고 고민하고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현실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귀농은 결국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 소박한 삶의 근간은 단순 반복 노동”이라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과 더불어’ 살고 노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집착 없이 베푸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깨달음이다. 저자는 “농부의 삶은 무주상보시의 마음이 없으면 즐겁게 지속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의식주 생활을 들여다보면 좀 기이할 수 있다. 인가가 없는 곳이다 보니 어느 날 빨래하기 귀찮아 꾀를 내 홀딱 벗고 일하다 급소를 벌에 쏘이고 만다. 그때 번개 같은 깨달음이 온다.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를 유약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것이란 걸. 그리고 유약해진 나는 예전처럼 함부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친 밥에 시원찮은 반찬으로도 맛있게 밥을 먹는 방법도 소개한다. 반찬이 아니라 밥 위주의 식사다. 반찬 두세 가지에 유기농 현미잡곡밥을 지어, ‘씹는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먹거리를 자신이 수확한 것으로 채운다. 돌투성이 산록을 개간해 만든 그의 농장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엔 가장 박한 데서 자란다는 칡과 억새, 가시딸기, 쑥 ,망초들만 가득했다. 독한 잡초들이지만 이들의 뿌리가 거친 땅속으로 파고들면서 흙을 보슬보슬하게 바꿔놓는다. 그의 산중일기는 자연회귀의 통찰과 자연의 역설로 가득하다. 김주일 기자

 

<저자가 밝히는 자연회귀 매뉴얼>

먹기=음식이 밥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음미하며 되도록 오래오래 씹는다.

추위=인류의 미래는 추위를 견디는 힘에 달려 있다.

운전=타이어의 진동과 떨림을 모두 느끼며 알아차린다.

절하기=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복한다.

농사=자연농업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무이한 농법이다.

건강=방법은 오직 하나, 우리 몸을 자연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다.

노동=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통해 ‘거짓 나’가 소멸되는 느낌을 체험한다.

소통=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공감대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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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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