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순례대회 특정종교행사로 변질 우려

세계순례대회 특정종교행사로 변질 우려

2012년 08월 21일 by jeungam

    세계순례대회 특정종교행사로 변질 우려 목차

세계순례대회 특정종교행사로 변질 우려

11월, 전북 세계순례대회… 가톨릭 성지 위주로 순례길 연결

전라북도가 11월 1일~11일까지 주최하는 세계순례대회를 앞두고 특정종교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내 불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계순례대회는 전주시와 완주군, 김제시, 익산시을 연결하는 총 연장 240km에 이르는 길을 걷는 행사로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와 민족종교 등 다양한 종교의 성지를 연결하는 순례길이다.

 

행사는 다양한 종교간의 소통과 상생을 이루며 종교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화 한다는 측면에서 (사)한국순례문화원을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와 맞지 않게 가톨릭 성지위주로 순례길이 연결되어 있어 불교를 비롯한 타종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교의 경우 김제 금산사, 완주 송광사, 김제 귀신사, 익산의 미륵사지 4곳만 순례길에 포함돼 있다.

 

이에 반해 가톨릭은 순례길의 출발지인 전주의 전동성당을 시작으로 천호성지, 나바위 성지, 초남이 성지, 숲정이 성지, 수류성당을 잇는 순례길로 이어져 가톨릭 성지순례길에 타 종교의 성지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순례코스마다 기념하는 인물도 불교는 금산사 진표율사, 송광사 해광스님 두분만 포함되어 있는 반면 천주교 신부들과 개신교 목사들은 대거 포함되어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 홈페이지의 8코스 수류성당-금산사의 코스안내지도에도 금산사는 단지 점으로만 표시되어 있는 반면 교회나 성당은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표시되고 있다.

 

또 1-3코스의 종착지와 출발지인 완주 송광사의 경우도 송광사의 특징이 아(亞)형 종각이나 대웅전이 아닌 장승이 사진으로 표시돼 있다.

 

이밖에도 각 성지의 순례길 중간에 세워질 안내판은 불교가 기존의 안내판을 활용하는 반면 천주교 안내판은 새로 제작되어 곳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세계순례대회 집행위원회와 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불교계 관계자는 “회의 때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며 “천주교를 위한 행사에 타 종교들은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교회· 성당위주의 순례길 조성

불교관련 안내서도 미흡

전북불자 “행사 참여말자”확산

일부 조직위원 사의 표명

 

8월 14일 전북불교회관에서 열린 불교계 관계자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됐다.

 

한 참석자는 “당국은 ‘천년 전주’를 외치면서 전주의 비보사찰로 세워진 동고사, 서고사, 남고사, 진북사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천년 전주가 아니라 백년 전주로 돌아가려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싸운 금산사 뇌묵처영대사와 같은 의승병과 관련된 내용과 이와 관련된 익산 숭림사, 진묵대사와 관련된 봉서사, 위봉사등도 순례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행사 자체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과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종교간의 화합차원에서 참여하면서 시정을 요구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부 집행위원과 조직위원중에는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전라북도는 교황청에서 기획한 ‘2014년 순례대회’유치와 ‘아름다운 순례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회를 유치하게 되면 전라북도 전주 일원은 명실 공히 가톨릭 성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불교계의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불교계 관계자들은 “범종단적으로 불교의 역사문화와 인물을 연결하는 불교역사 문화벨트 구축과 이와 관련한 스토리 텔링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제 현대불교신문 전북지사장>

 

 이 기사는 현대불교신문 현불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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