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수좌 기후 스님이 펴낸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

산골 수좌 기후 스님이 펴낸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

2011년 10월 26일 by jeungam

    산골 수좌 기후 스님이 펴낸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 목차

40년 중진수좌의 드라마틱한 이야기 보따리

산골 수좌 기후 스님이 펴낸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의 한 구절이다.

네가 던지 돌은 네가 꺼내라네가 던지 돌은 네가 꺼내라│기후 지음│이자리│1만3000원

한 스님이 있다. 스님은 어린 시절에는 천연두에 시달렸고, 노년의 한자락은 위암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스님은 병고가 찾아올 때마다 자신을 키워갔다. 지금도 스님은 경북 봉화 구마동 계곡에서 수행을 쉬지 않고 있다.

기후 스님의 이야기이다. 1943년 경북 안동 오지마을에서 출생한 스님은 첫돌도 되기 전에 천연두를 앓아 사춘기 시절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1965년 범어사 금강암에서 출가한 스님은 1969년 통도사에서 사미계를 수지하고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통도사 해인사에서 강사를 역임한 스님은 용화사 봉암사 수도암 통도사 등 제방 선방에서 수선안거했다. 경주 기림사에서 6년 동안 묵언정진도 했던 스님은 1991년 호주로 건너나 정법사를 창건했다. 그 후 15년을 해외포교에 주력했지만 위암 판정을 받고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온 기후 스님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선택했던 것은 항암치료가 아니었다. 스님은 산중 토굴로 들어가 용맹정진을 했다. 그러는 동안 천연두도, 암도 저절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도 기후 스님은 장대비가 하루만 내려도 그 순간부터 길이 끊기고, 핸드폰도 통하지 않는 심산유곡의 토굴에서 7년째 홀로 지내고 있다.

이런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스님이 최근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를 펴냈다. 책은 45년의 출가생활 중 선방에서 20여 년을 보낸 선방수좌 기후 스님이 재미지게 풀어낸 마흔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행자시절 찾아온 어느 멋진 여인과의 이야기, 수행에 걸림이 될까봐 걸망에 해골바가지를 짊어지고 다녔던 한 수좌의 파계, 차 한 잔을 마시다가 떠난 일등수좌의 열반, 솥까지 걸머메고 떠났던 수좌스님들의 소풍이야기, 고구마 서리를 하다 들킨 사연 등 귀동냥으로도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탄허 경봉 전강 성철 월하 스님들 쟁쟁했던 선지식들의 치열한 수행담까지 스님의 책에는 모두 담겨 있다.

기후 스님의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방수좌가 치열하게 살아온 하루하루를 글로 풀어낸 까닭이다. 책에서는 스님이 자신의 내면과 정면으로 승부하기 위해 6년간 묵언 수행을 했던 이야기 등 진솔한 수행담을 만날 수 있다.

“내 얼굴이 이렇게 된 것도 여자들과 가까이 하지 말고 조용하게 잘 지내라는 전생의 메시지였습니다.” 스님은 자신을 괴롭히던 천연두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생명까지 위협하던 위암은 어떨까? “조금 살만하고 또 조금 수행의 힘이 생겼다고 자만하고 나부대 암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기후 스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철두철미하게 자신을 반조하고 있다.

스님은 “힘이 생겼을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돈도 그렇고 명예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자제하기란 어렵다. 나도 그 세력에 속았다”고 허심탄회하게 술회한다.

기후 스님은 자신이 천연두에 걸리고, 암이 생겼던 것을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호주 시드니에서 시시비비에 놀아나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스님은 “자신이 암을 떨쳐내기 위해 7년간 용맹정진을 한 덕에 지금의 안목이 생겼다”며 “고통의 속성을 잘 간파하면 언제나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기신론>의 “고통이라는 것은 참을 의지해 일어나고 참은 늘 고통과 함께 한다”는 구절과 함께.

기후 스님은 “우리의 인생은 길지 않으나 삶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약하고 지혜가 없으면 그 걸림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결코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스님은 “미래의 불행에 미리 겁먹고 소극적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큰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면 참 지혜가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참 지혜가 나오는 방법으로 깊은 명상과 따뜻한 사유를 권한다.

기후 스님은 “명상과 사유를 거치지 않은 지혜는 마른 지혜이다. 참 지혜는 언제나 촉촉하다”며 “재가자들도 마음공부를 쉬지 말라”고 당부한다. <현대불교신문 조동섭 기자>

네가 던지 돌은 네가 꺼내라│기후 지음│이자리│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