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년 만에 공개된 법정 스님의 편지글 ‘마음하는 아우야’ 목차
56년 만에 공개된 법정 스님의 편지글 ‘마음하는 아우야’
오늘의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이 시대 ‘무소유’사상을 남기고간 법정 스님. 스님이 이승에서의 짐을 벗고 자유롭게 떠나신 지도 벌써 1년여가 지났다. 스님은 무소유 사상과 더불어 많은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해왔다.
책은 이제껏 한 번도 발표되지 않았던 스님의 또 다른 글들이다. 출가를 결심한 1955년부터 불일암으로 들어가기 전인 1970년대 초반까지 십여 년 동안 사촌동생에 보내온 일상의 편지들을 원본 그대로 엮은 것이다. 편지 속에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글과 고뇌하던 청년 법정의 모습이 그려진다. 편지글을 통해 우리는 법정 스님이 가족을 그리워하고, 동생을 챙기는 다정다감했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스님은 비록 출가를 했지만, 중학생인 동생과 할머니, 어머니를 떠나 왔다는 사실에 가족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살았다. 대체로 편지글에는 스님이 동생을 향한 미안했던 마음들이 강하게 표현돼 있다.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 동안은 죄인이다. 죽일 놈이다. 할머님, 작은아버지 모두 나를 얼마나 원망하랴. 오늘의 나는 모든 것을 잊어 버려야 한다. 다 잊어버려야 한다” 편지에는 당시 스님의 심정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책을 엮은 사촌동생 박성직은 유년 시절부터 법정 스님과 한 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친형제 자라온 사촌동생이다. 그는 스님이 출가하고 방황하던 청년 시절, 스님이 보내온 편지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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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님의 편지를 통해서는 스님이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 책들도 잘 있는지”라고 말하며, 속가에 두고 온 책들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책들을 부쳐달라고 부탁했던 글도 담겨있다. 스님이 아우에게 부탁한 책 목록을 살펴보면, 문학, 철학, 사상가들의 책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책을 부칠 때에는 책이 다치지 않도록 포장하는 방법까지 그림으로 그려서 보내, 꼼꼼했던 스님의 성품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밖에도 스님은 아우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유하며, 한창 공부하던 시기의 동생에게 간절한 충고와 당부들 역시 빼놓지 않는다.
편지글은 형제간에 일상의 안부를 주고받은 평범한 글이다. 하지만 그 글들을 보면서 스님의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들을 비롯해 사적인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또한 시기에 따라 변해가는 법정 스님의 서체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동생 박성직은 편지 공개에 대해 “평생을 걸쳐 써온 주옥같은 글들도 모두 말빚이므로 거두어들이라는 유언에도 불구하고 청개구리 짓을 하게 됐다”며 “책을 낸 연유에는 스님이 수행자로서 지니신 기상이 더러 누군가에는 차갑고 비정하게 느껴졌을지 몰라 스님 내면에 다정하고 따뜻했던 면들도 있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56년 만에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친필 편지를 통해 독자들은 세속을 벗어나 출가를 결심하고 고뇌하던 청년 ‘박제철’을 만나게 될 것이며, 눈 푸른 행자 법정도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엮은 이 박성직에게는 여전히 인간적인 형이었고, 스님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현대불교신문 이은정 기자>
마음하는 아우야!|박성직 엮음|녹야원|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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