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무시 홀대하는 태도, 종교편향 조짐?

불교계 무시 홀대하는 태도, 종교편향 조짐?

2008년 05월 26일 by jeungam

    불교계 무시 홀대하는 태도, 종교편향 조짐? 목차

불교계 무시 홀대하는 태도, 종교편향 조짐?

종교편향 문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

 청와대를 중심으로 불교계를 무시 또는 홀대하는 종교편향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개신교 장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우려됐던 문제들이 드디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대통령이 부처님 오신 날 봉축연등 달기에서 보여준 ‘결례’는 불교계에 대한 ‘홀대’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봉은사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부처님 오신 날이면 관행적으로 주요 사찰에 ‘연등 값’을 보내는데 이번에는 사리에 맞지 않아 돌려보낸 일이 있다”고 말했다. 봉은사에서 청와대 측에 제기한 문제는 ▲연등은 개인 정성인데 ‘행정조치’ ‘지침’으로 전국 각 사찰에 연등을 달게 한 점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사찰을 찾지 않고 지방 공무원에게 연등 값을 보내게 한 점 ▲대통령 인장이 찍힌 봉투를 쓰지 않은 점 등이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청와대불자회 회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5월 13일 직접 봉은사를 방문, 주지 명진 스님에게 “혼날만한 일이었다”고 사과해 일단락 됐다.

청와대의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종교 조사도 물의를 빚고 있다. 한 시사주간지는 최근 ‘3월 20일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이 국가인권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4명을 대상으로 인적사항을 요구하며 조사항목에 ‘종교’를 포함시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종교 항목은 이력서에서도 빠지고 있는 추세인데,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학교 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학교법인 대광의 예배강요에 반발, 소송을 제기했던 강의석(22)씨가 5월 8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패소한 것에도 일각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1심 판결과 현 정부 하에 벌어진 2심 판결이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사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강씨는 고등학교 입학 시 대광학원 측의 선서문을 따랐으며 2학년 때까지는 종교수업에 임했고 수요예배 등에도 참여했으므로 종교행위 자체가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요지로 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소는 이에 대해 “강의석씨 사건 담당판사가 개신교인이고 대광고등학교를 설립한 모 교회의 장로여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청소년의 인권 및 종교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타 사회기관들과의 연대로 풀어나가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밖에도 정권이 바뀌고 나서 지역사찰이나 불교계 단체들이 실질적으로 일하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스님은 “지방 기관장들 중 기독교 신자가 많은데 이들이 불교 행사 때는 어지간하면 오지 않으려 한다”며 “예전에는 개신교 기관장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행사 시간을 자신에게 맞추라고 요구하는 일도 잦다. 청와대의 종교편향적 태도에 지방 기관장들까지 부화뇌동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서강대 교수)는 “고위공직자들이 특정 종교에 편중돼 있을 때는 그 성향이 아랫사람들에게 바로 연결된다”면서 “종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일지라도 고위로 올라갈수록 종교적 색깔은 빼고 공인답게 처신해야 한다. 대통령도 개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대통령이 움직이면 공적인 사안이 되므로 종교관련 행사, 언행은 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출처 : 현대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