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법전 종정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조계종 법전 종정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2008년 11월 11일 by jeungam

    조계종 법전 종정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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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임제문하의 일인가

오조법연(五祖法演)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임제문하의 일입니까?”

선사가 말했습니다.

“오역죄인이 우레소리를 듣느니라.”

오역죄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해치며,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화합승단을 깨뜨리며,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 등으로 이는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가지 죄업(罪業)입니다.

하지만 선가의 대종장인 임제선사는 오역죄를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아버지란 ‘무명(無明)의 아버지’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 일어남이 허공의 메아리인줄 알기에 어디를 가든지 아무 일 없는 것을 ‘아버지를 죽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란 ‘탐내고 사랑함의 어머니’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그 탐내고 사랑함을 찾아보아도 모든 법이 빈 모양(空)임을 알기에 어디든지 집착하지 않는 것을 ‘어머니를 해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몸에 피를 낸다는 것은 우리들이 청정한 법계에서 한 생각과 마음이 콱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안목이 없어 어디서나 칠흑처럼 캄캄한 것을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라 합니다.

화합승단을 깨뜨린다는 것은 그대들의 한 생각과 마음이 번뇌에 매여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일입니다. 마음이 허공처럼 의지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화합승단을 깨뜨리는 일이라 합니다.

경전과 불상을 불사른다는 것은 인연이 공(空)하고 마음과 법이 공(空)함을 알고서 일념이 되어 초연히 아무 일 없으면 그것을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좋은 오역죄를 지을 수만 있으면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이름에 절대로 구애받지 않습니다.

오역죄를 범한다는 것은 무간지옥에 떨어질 일입니다. 하지만 임제의 오역죄는 깨달음의 길입니다. 본래 오역죄는 짓지 말아야 할 오역죄이지만 임제의 오역죄는 날마다 순간마다 지어야 하는 오역죄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오역죄인이 우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까?

회마(會麽)

알겠는가?

일립두자(一粒豆子)가 폭출냉회(爆出冷灰)로다

한 알의 콩이 식은 재에서 튀어 나온다.

불기2552(2008)년 동안거 결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