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선원 초중스님의 뽕잎차 이야기 2 목차
뽕나무 자리에 풍성한 땅의 기운이....
합천 이씨 문중터인 이곳은 몇 천 평의 뽕밭과 잠실이었다. 뒷산의 이름부터 유잠산이니 예부터 이곳은 양잠으로 유명했던 듯하다. 그 아래 자리 잡은 절터는 좌우로 500미터 거리에 작은 마을이 도량을 감싸듯 위치해 있고 바로 맞은편에 유잠호가 푸른 거울처럼 비치고 있다. 유잠산의 모든 정기가 복주머니 형국의 도량에 지기가 몰려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금강선원 도량의 토질이 더운 지기가 나오는 부토이다.
처음 이곳에 수행을 할 토굴을 만들고자 했을 때는 뽕잎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여름에 뽕나무들이 숲을 이뤄 모기들이 들끓었기에 대부분의 뽕나무를 캐내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 당시엔 너무도 많은 뽕나무가 골칫거리였음은 분명했다.
그렇게 캐낸 뽕나무의 자리에 붉은 토질의 황토가 나타났다. 나무를 캐낸 자리에서 하얀 김이 날 정도로 그 땅의 기운이 풍성하기에 일을 하던 주위의 사람들도 놀랄 정도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운에 처음으로 땅의 기운이란 걸 느꼈다.
그렇게 처음에는 나와 뽕잎차의 인연은 멀어져만 가는 듯 했다. 대신에 나는 고구마 스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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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은 고구마로 유명하다. 땅의 토질이 고구마심기에 그만이다. 뽕나무를 캐고 남은 자리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고구마를 심었다. 그 좋은 땅을 버려둘 수도 없고, 선방에서 공부하는 스님이 거하게 무엇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구마는 참으로 키우기 쉽고 황토의 토질에 맞춤인 식물이었다.
더구나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 10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15일까지는 결제 기간인 지라 그 사이의 해제 기간에 무언가 하기에는 고구마만한 것이 없었다. 5월에 심고 10월에 수확하는 고구마는 하안거 전에 심고 동안거 전에 캐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확한 고구마는 부처님께 보시하고 난 후 신도와 도반 스님들께 나눠주곤 했다. “고구마 스님, 고구마 주세요.” 절을 찾은 아이가 고구마를 달라고 조른다. 어느새 고구마 스님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넓은 땅에 심은 고구마는 너무 많아 어찌할까 고민이었다. 결제 전에 처리를 해야만 겨울 동안거 수행정진에 들어갈 수 있다. 해마다 도반이나 몇 분의 신도님들께 힘들게 부탁하여 고구마의 판로를 해결하다가 한 번은 안국선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었다. 연락이 없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극락암의 선원에서 정진을 하던 중 안국선원 불광행 부회장이란 분께 연락이 왔다. “스님 다음부터 고구마는 저희가 다 사겠습니다. 선원장 스님께서 수행하시는 스님이 공부하시는데 지장이 없도록 고구마를 저희 안국선원에서 앞으로 해마다 나오는 고구마를 해결해 드리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극락암과의 인연이 있던 불광행 부회장과 연락이 닿아 부처님전에 보시를 하고 신도들과 찾는 이들에게 나눠 줄 것 이외는 해마다 모두 안국선원에서 가져가 주니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도 가을이 되면 고구마의 처리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안국선원장 스님께 항상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건 못해도 정성으로 직접 만든 뽕잎차를 선물로 드리기도 하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http://www.ggzen.or.kr/ 055)931-9590
[불교계 소식] - 금강선원 초중스님의 뽕잎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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