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는 연꽃을 품고’ - 박순자 시인

‘옹기는 연꽃을 품고’ - 박순자 시인

2008년 06월 29일 by jeungam

    ‘옹기는 연꽃을 품고’ - 박순자 시인 목차

자식의 눈으로 모정의 한자락 살피다

어머니를 그리워 노래하는 자식의 애달픈 효심은 많지만 정작 모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제는 자라 품을 떠난 자식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할 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순자 시인의 <옹기는 연꽃을 품고>(들꽃)는 어머니 마음의 한 자락을 보여준다.

 

“품 떠난 자식 두고 연민에 빠지더니 때로는 용서라는 마음 층층이 감겨온다/ 화려한 외출로도 심벽을 오를 수 없는지 할퀸 자국을 허공에 걸어두었을 까 / 오늘도 빈 둥지엔 염원을 태우고 어미 가슴은 얼룩이 진채로 깊어가는데/ 그리움은 하현달에 스며들고 다시 채워야할 기다림이 머뭇거린다/” (서시)

 

자식들이 느끼기에는 뜻밖의 감정이다. 모정은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며 외로워한다. 자식은 지난 날의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데 어미는 떠난 자식을 기다린다. 이미 떠난 자식은 돌아가려하지 않는다. 그 거리는 이미 자식이 자라면서 함께 커온, 건널 수없는 강인지도 모른다.

 

“작은 꿈 키워가던 온기 찬 방안엔 내 아이들이 둘러앉은 밥상 이름 부를 틈 없이/ 재촉하는 어깨 그래도 건강하기에 줄달음 치듯 뛰었다/ 그 옛날이 새록새록한데 내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달랐다” (동그란 밥상)

 

그래서 훌쩍 자유인으로 떠난 자식을 안타까워한다. 어디 삶이 자식만이 고통인가. 이별은 끝없다. “먼저 가는 길 떨치지 못한 원망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하고” (삶)

 

하지만 인생의 모든 고뇌를 겪은 뒤 찾아오는 것은 결코 회한만이 아니다. “엮어놓은 길 패이고 갈라진다면 끝내 흩어져 사는 것/ 도려내지 못하고 견디어야 되는 그것이 사랑이라 하는데/ 묵언의 자락 고운 잎 하나 기다림 심는날/ 숨겨둔 마음 채우려 잠재운다.” (비워야하는 삶) 종교와 삶의 여정을 통해 비움을 터득한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행복이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이리 여중고와 원광대를 졸업한 시인은 이리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불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불자다. 시집으로 <한밤의 고독한 연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