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우물 성남훈 '연화지정(蓮花之井)' 사진전 목차
하늘 끝에서 만난 우물 메마른 영혼을 치유하다
성남훈 작가 ‘연화지정’ 사진전
ⓒ 성남훈 Achu-Ghar, Carze, Chine, 2007
티베트 사진은 묘한 치유능력이 있다.
그곳의 풍경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평화, 자연, 영혼, 휴식, 이상 같은 순수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이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우리의 선입견 내지 몽상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꿈,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모습으로 존재해왔던 것들이 너무도 절실하다. 메마른 땅이 바다를 더욱 갈망하듯이 우리의 갈라진 정신은 영혼의 땅을 더욱 그리워한다.
ⓒ 성남훈 Achu-Ghar, Carze, Chine, 2007
유명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이 티베트 캄 지역을 렌즈에 담아왔다.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던 그가 티베트 동쪽 지역 캄을 찾은 것은 다른 이들처럼 샹그리라를 만나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캄은 1957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 당시 가장 격렬하게 반대시위를 벌이던, 그래서 지금은 여러 주로 조각조각난 곳이다. 1950년 이전에는 ‘캄’이라 불리며 50여개주로 이루어져있던 이곳은 절반만 티베트자치구로 남았고, 나머지 25개주는 중국정부에 의해 쓰촨성(16주), 윈난성(3주), 칭하이성(6주)에 강제편입돼 티베트가 아닌 중국땅의 일부가 되었다. 그 중에는 샹그리라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대표 관광지가 된 곳도 있다.
ⓒ 성남훈 Achu-Ghar, Carze, Chine, 2008
작가의 사진들은 티베트 캄 지역의 사찰, 그 중에서도 10대, 20대 젊은 비구니들을 조명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티베트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쟁지역이었다. 독립을 외치는 승려와 주민들, 이들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 이 와중에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 그들의 분노를 대변이라도 하듯 얼마 뒤 쓰촨성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작가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티베트인들의 눈빛에는 어떤 술렁거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찾아내려 애쓰는 우리를 초연하게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무심하고 담담하게 바라본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이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진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신의 몸 두 세배가 넘는 목판을 등에 지고 와 집을 보수하는 고된 노동까지.
높은 고도의 직사광선과 매서운 바람, 추위는 그들의 뺨에 붉은 연꽃같은 상처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형형한 눈빛은 꼭 다문 입술보다 오히려 많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윤회를 믿는 티베트인들은 다음 생에 좋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수행을 하고 오늘의 가난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피다만 꽃송이 같은 10대, 20대의 비구니들, 그들에게는 젊음도 시간도 한순간에 머무르는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전시회의 이름이 연화지정(蓮花之井)이다. 연꽃이 핀 우물.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영혼의 우물’을 발견했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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