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

박노해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

2012년 12월 06일 by jeungam

    박노해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 목차

충만한 삶은 소멸에서 온다

박노해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

2월 27일까지 라 카페 갤러리

박노해 사진전▲ 박노해의 티베트 사진전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이 2013년 2월 27일까지 종로구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초원의 꽃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고/ 자신을 다 사르며 온전히 살아가기를”

 

80년대 〈노동의 새벽〉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시인 박노해는 신자유주의 시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산문으로 대중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시인은 이제 순수의 땅 티베트를 카메라에 담아 또다시 대중의 곁을 찾아왔다. 박노해의 티베트 사진전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이 2013년 2월 27일까지 종로구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동안 파키스탄 사진전 〈구름이 머무는 마을〉展, 버마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展 으로 대중들을 찾았던 시인은 바람과 유랑의 땅 티베트를 흑백 필름에 담아 보여준다.

 

걷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해발 3500미터 고원의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 위에서 오체투지를 바치는 티베트 청년은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돈은 빛나도 내 영혼이 어둠이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렇게 오체투지 순례를 하다 보면 나를 괴롭혀온 탐욕과 미움과 그 모든 찌꺼기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텅 빈 몸과 마음이 나를 이끌어갑니다”

 

물질의 결핍 속에서도 매일의 기도와 순례로 자신을 완전히 소멸시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온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하루하루를 선물 받았다는 마음으로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티베트인의 생의 화두가 시인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느껴져 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리를 베는 여인들의 노래 소리, 초원을 유유히 걸어가는 양떼들의 평화로운 한때, 유목민 여인의 수줍은 미소, 바람이 경전을 읽어준다는 오색의 타르초, 가장 낮은 자세로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승려들의 모습 등 흑백 사진 22점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안에 어둠이 밀려온다면 ‘남김없이 피고 지는’ 티베트의 저 찬란한 초원의 꽃들을 보라. 그곳에는 온몸을 살라 진정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생의 신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02)379-1975

<현대불교신문 정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