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실물없는 기증식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없는 기증식

2012년 05월 08일 by jeungam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없는 기증식 목차

훈민정음 해례본 찾기 국가 나서

7일, 기증식 ...복장유물 가능성에도 협의 일체 없어

 

2008년 7월 방송에 보도된 뒤 4년째 종적을 감춘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상주본)을 찾기 위해 정부가 실물없는 소유권을 기증받기에 이르렀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5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기증식’을 개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 창제의 동기와 사용법을 설명한 책으로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목판본이다. 일각에서는 감정가로 1조원 대를 추정하고 있다.

 

이날 기증식에서 소유권을 지닌 조용훈 씨(67)는 소유권 만을 국가에 기증했다. 실물은 최초로 상주본 존재를 밝힌 배 모 씨(49)가 가지고 있다. 배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10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배 씨는 해례본 소유권을 주장하며 출처에 대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기증식은 10일 있을 형사재판 2차 항소심 심리를 앞두고 열려 배 씨의 심경 변화가 기대된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해례본을 되찾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은닉된 해례본이 되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례본 찾기에 총력을 다할 것을 밝혔다.

 

강경한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도 “이번 기증으로 해례본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민사소송을 넘어 국가가 개입한 만큼 배 씨의 심경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증자인 조용훈 씨는 “문화재청의 잇단 요청으로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국가에 기증한 만큼 좋은 마음으로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해외유출 커넥션 등을 살펴보면 해외유출 가능성은 적다”며 “배 씨가 서울에서 10만원에 진공포장을 해 항아리에 넣어 파묻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증식에서 나선 전문가들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도굴범 서 모 씨의 증언으로 대두된 안동 광흥사 복장유물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1999년 안동 광흥사 나한상 복장유물을 훔쳤던 서 씨는 법정 증언에서 자신이 훔친 유물 중 해례본이 포함돼 있었고 다른 고서적과 함께 골동품상 조씨에게 500만원을 받고 넘겼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날 이에 대해 “조상 대대로 물려오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열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2008년 8월 해례본 실물 두 장을 직접 봤는데 복장유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으며 산화도 되고 화기도 있는 만큼 세상에 돌아다닌 흔적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범종 스님은 1952년 11월 12일 자 경향신문의 광흥사 월인석보 원판목 소실 기록을 들며 광흥사 복장유물 가능성을 주장했다.

 

월인석보는 용비어천가와 더불어 훈민정음으로 지어진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세조 때 고쳐 합친 것이다.

안동 광흥사 주지 범종 스님은 “광흥사는 조선시대 인쇄를 많이 했던 곳”이라며 “불경 외 시대적으로, 신앙적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찍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범종 스님은 “정부와 문화재청 문화재 찾기의 큰 뜻에는 공감하지만 사찰이나 종단과 일체 설명이나 협의 자체가 없었던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도 “상주본이 애초 안동 광흥사에서 도난당한 것”이라며 문화재청의 일방적 기증에 유감을 표명했다.

문화재청은 기증식에서 “문화재 찾기를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며 “문화재 확보 후 조사 등을 거쳐 소유권과 보상 문제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불교신문 노덕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