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족들, 정말 굶고있습니다”

“북한 가족들, 정말 굶고있습니다”

2008년 06월 24일 by jeu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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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족들, 정말 굶고있습니다”

좋은벗들, 대북 식량지원 위한 새터민 기자회견 열어

법륜 스님이 20만톤 식량지원을 상징하는 수레 옆에서 북한주민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북한주민들, 제발 조건없이 도와주세요!”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이 6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주민 6~7월 아사를 막기 위해 식량 20만톤 지원을 촉구하는 새터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춘궁기 아사자를 막기 위해서는 식량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좋은벗들이 직접 북한에서 생활했던 새터민(탈북인)들의 육성으로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또한 이번 기자회견은 “북한 식량난 문제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 정부 및 다른 대북단체들의 발표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새터민들의 증언. 이석철씨 신동혁씨 최진이씨

 


이날 참석한 새터민들과 좋은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은 기자회견 내내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일부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터민 대표 20인은 “북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중국이나 미얀마를 돕자는 말은 있어도 북한주민들을 돕자고 대대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행사는 탈북시인 장진성씨의 시 낭송, 북한 주민들의 실태보고와 북한 사정에 대한 발언,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드리는 호소문’ 발표, 희망을 전하는 식량지원 퍼포먼스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함경북도 온성 군농촌경영위원회에서 복무한 이석철(가명ㆍ2000년 탈북)씨의 ‘북한 식량생산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소견’은 실제 내부 사정을 아는 인물의 발언이라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함북 온성이 비옥토였으나 1958년 이후 계속 화학비료를 써와 농토가 산성화 되어 단위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전제하며 “현재 이 지역 생산량은 식량 200만 톤도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 경작지는 논 60만 정보(핵타르), 밭 70만 정보로 총 130만 정보이며 지난 해 식량 생산량은 정보 당 1.5톤을 생산했다고 가정했을 때 195만 톤, 많이 잡아도 260만 톤이라 한다. 여기에 수해피해로 10% 식량생산량 감소 수치를 감안하면 최대 234만톤을 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북한 식량지원을 호소하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날 행사에서 이사장 법륜 스님은 “국내 사정이 어수선하다 보니 북한 동포들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어도 관심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저마다 촛불을 들지만 우리 동포가 죽어간다고 해도 촛불 한 자루 들지 않아 안타깝다”고 호소하며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다음은 새터민 발언 중 일부.

* 이석철(가명)씨
북한 사회주의와 함경북도 온성군 실태를 말하고 싶다. 1970년대에는 1정보당 식량 3~4톤 나왔다. 그러나 1999년에는 1톤 정도 나왔다. 온성군은 두만강 충적토로, 황해도 어디 보다 토질이 좋다. 그럼에도 생산량이 떨어졌다.

(대북지원 쌀이 군량미로 쓰인다는 말에 의식) 나도 북에 있을 때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보낸 쌀 배급 타봤다. 쌀을 보내주면 시장도 생성된다. 물론 군에도 들어갈 것이고, 얼마만큼 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성들을 살린다는 가치관 원리로 볼 때는 지원해야 하는 것이 옳다.
쌀 배급할 때, 사람들 입에서 “역시 동족이 다르다”는 이야기 여러 번 들었다. 사람들이 배급 받으면 아무래도 고마워한다. 평화적, 인도적으로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법륜 스님은 이날 기자 회견 내내 눈물을 닦았다


* 최진이(탈북시인)씨.
한국에서는 북한에서 10%가 아사 위기라 하면 “10%니 식량난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 듣고 놀랐다. 1996년 ‘고난의행군’ 때도 10% 인구 줄었다. 10%는 만만치 않은 수치고, 사회 무질서로 갈 수 있는 숫자다.
북한 사회에서 고난의 행군 때보다 쌀값이 빨리 오른다. 전에 들으니 청진시 군병원 과장도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이 고작 몇 백원이라 하더라.
대북인도지원이 옳은가 그른가 논란이 있는데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사람들을 굶기면서 체제를 유지한다. 한 사람이 중앙집권적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남한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지 않으면 북 체제 변화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 지원이 그 체제 변화에 유리할까, 말까.
그리고 남한에 북한 사회에 대한 정확한 상황정보 배포해야 북한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북한주민이 실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상태가 어떤지 정보가 너무 없다. 공개돼야 할 것이 많다.

* 장영숙(가명)씨.
2004년에 입국했다. 조국에 배반하면서 탈북한 것은 너무나 배고픔에 시달렸고, 내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떠난 것.
우리 아버지는 군당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가 1997년 고난의 행군 때 영양실조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다. “조국을 위해 헌신했지만 배급 타러 가니 배급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나오는 국가 퇴직금마저 정부에서 없어 주지 못하고 당비만 내라 하더라”고 말이다. 이 말을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셨다. 엄마와 살림 팔아 식량 구하러 황해도에 갔다 오니 아버지가 거적에 싸서 묻혀있더라.
내가 더 이상 여기 있다가는 내 딸마저 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머니한테 중국에 가서 식량 얻어오겠다는 말 남기고 떠나왔다.
엄마에게 얼마 전 편지가 왔는데 1998년 니가 여기 있을 때 보다 더 하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배고픔에 미쳐 가족을 개로 잘못보고 잡아먹어 안전부에 잡혀가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때 생각 하면 한밤중에도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먹는 한 술의 밥이 북에 있는 어린이 어르신에게 가 닿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나도 한 끼씩 굶으며 살고 있다.
북한 사람들, ‘오직 이 한 끼를 먹어야 내 목숨을 넘길 수 있다’는 생각 밖에 없다. 예전에는 탄광 화학공장 사람들에게는 배급 얼마씩이나마 줬는데 요즘은 탄을 캘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다고 한다.
나는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이 소리 밖에 할 수 없다.

북한 가족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쌀 수레를 끌고있는 새터민들.


* 김숙영(가명)씨.
우리가 지금 울 때가 아니다. 눈물바다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 회의하고 있을 때 아니다. 지금 자꾸 죽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북한에 전화 통신하고 있다. 이제는 저 사람들 죽지 않도록, 전화 통화 속에서 내 친척이 살아있다, 안 죽었다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
북한 탈북자들이 모여 북한 가족들 살리기 위해 서명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 살리기 위해 우리는 간다. 직접 보지 못한다고 해서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돕지 않는다면 그것이 살인이다.
이 시간에도 죽고 있는 북한 탈북자들 많다. 북한 정부가 (식량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가 보낼테니 우리에게 달라. 우리 손으로 우리 형제에게 직접 보내려한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현대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