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 “김진숙 씨 살리는데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 달라.”

조계종 화쟁위, “김진숙 씨 살리는데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 달라.”

2011년 08월 03일 by jeungam

    조계종 화쟁위, “김진숙 씨 살리는데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 달라.” 목차
 

도법스님

 

“김진숙 씨 살리는데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 달라.”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8월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상황에 대한 입장’과 호소문을 발표했다.

화쟁위는 입장서에서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회사나 노조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 사태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파국을 막고 극단적 선택이 이뤄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만은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익이 생명가치 보다 우선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우려와 절박한 심정에서 나섰다고 화쟁위는 강조했다.

화쟁위는 "진보냐 보수냐, 자본가냐 노동자냐, 기독교냐 불교냐,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떠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 언론, 여야, 보수와 진보, 종교계가 모두 나서 김진숙씨가 살아서 두발로 내려오도록 염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화쟁위는 “지난 해 문수 스님을 떠나보냈던 불자들은 더욱 남다른 심정으로 김진숙씨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며 “김진숙씨가 살아서 두 발로 걸어 내려오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진중공업은 1989년 박창수 씨의 의문사, 2003년 김주익 씨 자살 등 잇따른 비극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화쟁위는 “크레인 위의 또 다른 비극을 막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불자들의 당연한 서원이며 민주시민의 책임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야 한국 사회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화쟁위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노사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야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 노사가 조건 없이 만나고 대화하도록 해 달라. 화쟁위는 앞으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에 모든 노력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노동부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민주ㆍ한국노총 등을 찾아 호소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부산지역 불교계와 연대해 합동법회 봉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화쟁위 실무위원장 법안 스님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회적 약자ㆍ소수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며 “종단은 헤어진 사람과 해후하는 칠석(7일), 자유와 해방을 배경으로 한 백중(15일) 법회 등을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에 관한 실상을 대중에게 알릴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입장 발표에 앞서 부산 현장을 방문한 바 있는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별도의 간곡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단히 부그럽고 고통스럽고 죄송스럽다"고 운을 뗀 도법 스님은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정직하게 보면 우리들의 어리석음, 겁 많음, 게으름, 나약함, 이해타산, 무력함 나아가 누군가가 나서서 잘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을 핑계로 오늘까지 왔다"며 이제야 나서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스님은 "김진숙씨가 살아내려오도록 기도하겠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생명가치를 일깨워야할 종교인으로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도법 스님은 언론을 향해서도 간곡히 호소했다. 회견 중 여러차례 한 편에 선 언론의 논조가 갈등의 골을 깊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든 언론이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김진숙씨로 하여금 살아 내려오도록 하는데 국민 모두가 나설 수 있도록 보도해달라"며 "우리 아이들, 우리 친구들, 우리 이웃들이 부모님, 선생님, 어른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배우고 익힌 지식이 틀리지 않음을 믿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선 7월 28일, 15개 불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집행위원장 정웅기)도 성명서를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사측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것 ▷정부는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중재자로서 나설 것 ▷불교계는 한중 문제와 유성기업 등 사회적 약자 보호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호소문>

김진숙씨가 살아내려오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대단히 부끄럽고 고통스럽고 죄송스럽습니다. 우주가 창조해낸 가장 위대한 작품이 생명이라고 배웠습니다. 생명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자존심, 명예, 돈, 권력, 재산, 진보·보수, 자본가·노동자의 입장 등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이 생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름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정직하게 보면 우리들의 어리석음, 겁 많음, 게으름, 나약함, 이해타산, 무력함 나아가 누군가가 나서서 잘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을 핑계로 오늘까지 왔습니다. 실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그동안 무력한 좌절감에 시달리며 모색하고 모색한 끝에 엎드려 호소하고 엎드려 기도하는 것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이렇게 나섰습니다.

실상을 알고 보면 이쪽저쪽의 그 분들 모두 가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아끼는 우리의 이웃이요, 동반자입니다. 배우고 익히고 가르치고 주장하는 대로 그 무엇보다도 사람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만고의 진리를 화두로 붙잡고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세상의 어떤 문제이든 해결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좋은 이웃으로 좋은 동반자로 머리를 맞대어 직면한 오늘의 문제를 수준 높게 풀어낼 때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도 한 단계 성숙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 강조되는 선진사회로 성큼 나아가는 것도 비로소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우주가 창조해낸 위대한 작품, 우주의 무게를 갖고 있는 김진숙씨의 생명이 살아 내려오는 길이 있다면 지극정성으로 그 길을 가겠습니다.

조계종단에 문제제기 하라면 문제제기 하겠습니다. 교회 앞에서 엎드려 절하라면 절하겠습니다. 김진숙씨와 노동자를 만나라면 만나겠습니다. 회사와 조남호 회장님께 무릎 꿇고 빌라면 빌겠습니다. 청와대에 가서 읍소하라면 읍소하겠습니다. 길이 있다면 어느 길이든 가겠습니다. 끝으로 간절히 간청 드립니다.

모든 언론이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김진숙씨로 하여금 살아 내려오도록 하는데 국민 모두가 나설 수 있도록 보도해주십시오. 특히 영향력이 큰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특별한 지도력을 발휘하길 간곡히 청합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친구들, 우리 이웃들이 부모님, 선생님, 어른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배우고 익힌 지식이 틀리지 않음을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책, 신문, 방송에서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보고듣고 알게 된 지식들이 참말임을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저희들의 소박한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거듭 청합니다. 부디 평화롭고 행복하십시오.

2011. 8. 2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상황에 대한 입장

한 여성이 부산의 한진중공업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지난 1월6일부터 지금까지 2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자신도 해고자인 김진숙씨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결코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씨는 물리력으로 진압을 시도할 경우 극단적 선택도 감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김씨가 어쩌다가 자신의 생명을 버릴 각오까지 서슴지 않게 됐는지,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지난해 문수스님을 떠나보냈던 불자들은 더욱 남다른 심정으로 김씨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회사나 노조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 사태에 개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파국을 막고 극단적 선택이 이뤄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만은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김씨가 살아서 두 발로 걸어 내려오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내어달라고 호소합니다.

한진중공업은 1989년과 2003년 박창수씨의 의문사, 김주익씨의 자살 등 잇따른 비극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던 크레인에서 또 다른 비극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것을 막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불자들의 당연한 서원이며 민주시민의 책임일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야 한국 사회의 미래도 밝아질 것입니다.

지금부터 당장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진보냐 보수냐, 자본가냐 노동자냐, 기독교냐 불교냐,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떠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부, 언론, 여야, 보수와 진보, 종교계가 모두 나서 김씨가 살아서 두 발로 내려오도록 염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노사 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가 오랫동안 단절됐습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 노사가 조건 없이 만나고 대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서로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일은 자제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김씨를 크레인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을지, 한진중공업을 경쟁력 있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로 만들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야 합니다.

갈등이 지속되고 그 갈등이 파국으로 끝나서는 결코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갈 수 없습니다. 한진중공업 문제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이 숙제를 풀어내는데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앞으로 모든 노력들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 언론, 여야, 보수와 진보, 종교계가 모두 마음을 내고 행동해주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1. 8. 2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