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ㆍ이단아ㆍ파계승…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기인ㆍ이단아ㆍ파계승…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2011년 08월 02일 by jeungam

    기인ㆍ이단아ㆍ파계승…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목차

기인ㆍ이단아ㆍ파계승…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8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중광 스님 특별전

중광스님▲ 기인적(奇人的)인 삶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걸레 스님’중광 스님의 특별전을 통해 스님의 예술 세계를 만나 볼 수 있다. 가마앞에서 포즈를 취한 중광 스님 (김옥수 제공)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는 산산히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 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나한강에 잉어가 싱싱하니/독주 한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들어 별들은 노래를 부르오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나는 탁주 한잔 꺽고서 덩실 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나는 걸레(중광의 ‘나는 걸레’ 中)”

 

기인적(奇人的)인 삶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레 스님’ 중광 스님의 특별전 만행(卍行) 8월 21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중광(重光, 1935~2002) 스님은 ‘걸레 스님’이나 ‘매드몽크(mad monk)’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주로 기인적인 삶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화단의 이단아이자 파계승이었던 스님의 화업(畵業)은 생존당시 극과 극의 평가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 동자, 66*43.5cm, 김옥수 소장 ▲ 동자, 66*43.5cm, 김옥수 소장

1960년 통도사에서 출가한 중광 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전에서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송한 이후 ‘걸레 스님’으로 불리며 갖가지 기행과 스캔들을 이어가다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승적 박탈은 승려 중광을 세속의 굴레에서 또 한번 해탈케 했다. 그는 세속적인 잣대와 무관하게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했다. 굵은 붓으로 거침없이 달마와 학, 동자상을 그려냈으며 자신의 몸을 먹통에 담아 그림을 그리고 무식하리만치 흙을 반죽해 둔탁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중광 스님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매드몽크’로 미국에 소개한 루이스 랭카스터 버클리대 동양학과 교수이다. 랭카스터 교수는 스님의 달마도에 반해 중광 스님을 ‘동양의 피카소’라 칭송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님의 작품성 보다 삶에 더 촛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기인이나 이단을 넘어 선(禪)을 코드로 삶ㆍ예술ㆍ종교가 하나가 된 대자유인 중광을 만날 수 있다.

전시회는 ‘만물(萬物)이 부처다’ ‘만법귀일(萬法歸一) - 모든 법을 하나로 통한다’ ‘나는 누구인가’ 등 3가지 주제로 분류해 전시된다.

전시회에서는 필묵으로 달마와 학을 주로 그린 선화(禪畵)와 글씨를 비롯해 아크릴과 브러쉬로 그린 추상과 구상의 유화작품, 도자 테라코타 등 150여점과 시작(詩作)원고, 행위예술, 영화 ‘허튼소리’ ‘청송 가는 길’ 등 중광 스님 예술의 전모를 보여주는 50여 점이 선보인다.

또, 스님의 자작시 ‘나는 걸레’와 생전에 스님이 입고 다녔던 헤진 옷도 전시된다.

학, 45.5*34.9cm, 최윤석 소장▲ 학, 45.5*34.9cm, 최윤석 소장

 전시와 함께 어린이박물관 체험교실 ‘가갸거겨’에서는 매주 목~토요일 오전 11시에 전시관람, 접시에 그림그리기, 중광 오브제 모빌 만들기를 진행한다.

 

한편, 7월 23일 예술의전당 아카데미홀에서 ‘한국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중광예술의 성격과 위치’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데 이어 8월 6일 오후 2시 김수용 영화감독의 특강 ‘나는 왜 ‘허튼소리’를 만들었나’가 진행된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중광에 대해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그의 기행뿐이지만 그는 예술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사람”이라며 “중광 스님은 종단이나 화단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단아였지만 주변의 평가에 아랑곳 않고 예술의 본질을 자유롭게 실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중광 스님은 세상의 평가에 초연하게 ‘괜히 왔다 간다’는 말을 남기고 6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방위예술가로서 종횡무진으로 선필을 휘두르고 간 그가 이 세상에 괜히 온 것이 아니라 왜 왔는지를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02)580-1300 현대불교신문 이나은 기자>

중광스님 약력 
 

속명: 고창률 
1935년 1월 4일 제주도 출생 
1960년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 구하 스님에게 득도함 
1977년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역임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 선화 선시 발표 
1979년 [The Mad Monk],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동양학과장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 출간 
1981년 미국 농 갤러리(Nong Gallery) 초대전 및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초대전 
1981년 서울 미화랑 초대전 
1981년 공초(空超) 오상순 청동맥 헌시 제자가 됨 
1982년 [걸레스님 중광] 김정휴 著 출판됨 
1983년 하와이 주립대학 초대전 
1983년 미국 뉴욕 록팰러 재단 전시, 
1983년 [The Dirty Mop],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동양학과장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 출간 
1984년 서울 미화랑 초대전 
1985년 [허튼소리] (중광 저) 출간 (곧 판매금지 됨) 
1985년 경인미술관 전시 
1986년 영화 [허튼소리] (김수용 감독) 제작됨 
1987년 연극 [허튼소리] (이상화 각본, 이용우 연출) 
1988년 Jung Kwang International (Tokyo) 설립됨 
1988년 [땡초, 중광조사 예하] 영암 스님 저 출판됨 
1989년 예화랑 초대전 
1989년 최우수 예술인상 수상 (한국평론가 협회) 
1990년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이두용 감독) 대종상 남우주연상후보 
1990년 시화집 [유치찬란] 시인 구상과 공동 저 (삼성출판사) 
1990년 시화집 [도적놈 셋이서] 시인 천상병, 소설가 이외수와 공동 저 (인의출판사) 
1990년 시화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시인 천상병과 공동 저 
1990년 화인갤러리 <동서의 만남-카럴아펠과 중광 2인전> 
CNN Head line World News 중광 예술세계 방영 
1991년 일본 NHK <Asian Now> 및 영국 SKY Channel 중광 예술 세계 방영 
시, 수필집 [나는 똥이올시다] (우리출판사), 종합예술집 [9x9 = 50] (삼성출판사) 발간 
작품 수중3매 물고기, 영국 대영박물관 1점 소장 
1992년 LA ART FAIR 전야제 초대작가 
1995년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 
1996년 조선일보 미술과나 초대전 (시몬갤러리) 
2000년 가나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