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 보림사, 불교와 유교가 함께 공존하던 사찰 목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로부터 칠보명산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칠보산 증턱에 자리하고 있는 보림사를 찾았습니다.
보림사는 서기 864년 (통일신라 경문왕4년) 구산선문의 하나인 전남 장흥 보림사의 개산조인 도의 국사의 법손인 보조체증 선사(普照體澄禪師)의 上足(수제자)인 청환법사(淸奐法師)에게 명해 창건됐다고 합니다.
창건이후 줄곧 수선안거의 도량으로 이어져 오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작은 사암들은 승유억불정책에 의해 폐찰되는것이 다반사였으나 조선시대 호남 성리학의 대가인 이항(李恒)이 머물며 공부하며 서원으로 활용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사찰로 들어서는 마을 길목에는 당시 전라도 관찰사로 좌천된 송인수(宋麟壽)와 태인현감 신잠(申潛) 등이 보림사를 왕래하며 이항의 강론를 듣고 서당을 중건했다고 전하며 이항을 제향한 남고서원(南皐書院)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보림사는 조선시대의 다른 소규모 사찰들처럼 폐사위기를 맞았던 게 아니라, 유생들이 학문을 닦는 도량으로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면서 그 명맥이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서원이 들어서는 인근의 절을 강제로 폐사시키거나 절터를 서원 내로 합병시키는 경우가 많았으나 보림사는 그대로 존속하였던 점은, 당시의 보림사가 어느 정도 사격(寺格)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습니다.
보림사의 뱀이야기
정읍 보림사의 절터는 뱀모양과 비슷한 사혈(蛇穴)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절에는 뱀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전합니다.
실제로 보림사에는 옛날부터 뱀이 아주 많아,
봄과 여름이면 여기저기에서 뱀이 나타나곤 하여 절을 찾는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990년 어느날 전 주지인 지성스님이 사시예불을 마치고 요사에 들어와 앉으려 하는데, 방안에 1미터 정도 되는 시커먼 먹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답니다.
스님은 기겁을 하여 조심스럽게 뱀을 방 밖으로 쫓아냈는데, 마당에서도 좀체 움직이려 하지 않다가 빗자루로 한참 위협을 한 후에야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스님은 절의 형국이 사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요사 뒤에 있는 뱀의 목에 해당하는 자리를 보수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그 부분에 리어카 길이 나 있어서 뱀 목을 자르는 형태를 보여주었는데, 아무래도 이 잘린 부분 때문에 절 주위에 뱀들이 자주 나타나는가 싶어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잘라진 부분에 흙을 돋우고 축대를 쌓아 뱀혈을 복원해준 뒤부터는 뱀이 자주 나타나지 않고, 절의 불사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 1986년에 기존의 극락전을 헐고 새로 지은 대웅전 삼존불 모습.
역시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불로 조성했습니다.
▲대웅전 석축 기단 .
자연석으로 터를 잡고 그 위해 대웅전을 지은 전통 절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 지어진 종각의 모습.
다른 사물은 없고 범종만 봉안되어 있습니다.
▲ 선방 용도로 지었다는 건물.
현재 보림사에는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정진 중에 있습니다.
▲ 선방 앞의 매화 한그루가 운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조선중기의 문인 신흠은 '매화는 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죠.
황벽선사는 '뼛속 사무치는 추위 없이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매화는 선방 마당에 매우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 요사채 한쪽에 가마솥이 걸려있네요.
비구니 스님들 수행도량답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옛 법당인 극락전 모습입니다.
1986년 지은 건물이라고 하니까 딱 100년 만에 수명을 다했습니다.
▲ 역시 옛적 산신각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보림사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정읍 나들목을 나와 내장사까지 곧게뻗은 4차선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중간지점에 북면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708번 국도를 이용하여 칠보 방향으로 가면 보림사와 남고서원 표지판이 나타난다. 마을로 계속 진입하여 5km 남짓 가면 남고서원이 나오고, 400m 정도 더 오르면 산 중턱에 보림사가 있다. 마을 입구에서도 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관련글 보기 : 마을 내 어려운 이웃 보살피는 정읍 보림사 보림불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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