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다서 '부풍향차보' 발굴

우리나라 최초 다서 '부풍향차보' 발굴

2008년 05월 22일 by jeu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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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다서 '부풍향차보' 발굴
'동다송'보다 50년 앞서…선운사 약용차 제조법 기술


차(茶)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저작인 '부풍향차보(扶風香茶譜·1757년 또는 1758년)'가 발굴됐다.

 부풍향차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茶書)로 알려진 이덕리의 '동다기(東茶記·1785년)'나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1837년)'보다 28∼50년 앞선 것이어서 우리나라 차문화사의 편년을 한층 앞당긴 중요한 사료로 부각했다.

 정민 한양대 교수(한국 한문학 전공)와 월간 '차의 세계'에 따르면 부풍향차보는 부안현감으로 있던 이운해(1710∼?)가 고창 선운사 일원의 차를 따서 약효에 따라 7종의 향약을 가미해 만든 약용차의 제조법을 기술한 책이다.

 정민 교수는 "부풍향차보는 황윤석의 '이재난고'의 제1책 172쪽과 173쪽에 실려 있다"면서 "정신문화연구원이 10년 전 공개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풍향차보는 모두 2쪽 분량으로 다본(茶本), 다명(茶名), 제법(製法), 다구(茶具) 등 네개 항목에 걸쳐 차의 특징과 성질, 증세에 따른 향차 처방, 향차 제조법, 향차 음다법을 차례대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이운해는 이 책 서문을 통해 선운사에서 좋은 차가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차에 무지, 보통 잡목처럼 여기고 땔감으로 쓰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저술 동기를 적시했다.

 특히 부풍향차보는 다서 가운데 최초로 각종 다구(茶具)의 이름과 실물을 그림으로 밝힌 것은 물론 용량까지 적시하고 있어 차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책에 따르면 차 끓이는데 필요한 다구는 모두 6종류로 다로(茶爐)와 다관(茶罐), 다부(茶缶), 다종(茶鍾), 다잔(茶盞), 다반(茶盤) 등이다.

정 교수는 부풍향차보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다서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작설차에 처방에 따라 7가지 약재를 조제해서 만든 기능성 향차를 소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차 산지로 부각된 적이 없는 고창에도 차가 있었음을 알려 우리나라 차 산지와 향유공간을 확장시켰고 △차 그릇의 크기와 명칭을 명확히 규정해 도량적 기준을 제시, 18세기 조선시대 음다풍의 실상을 구체화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창 선운사의 작설차는 선운사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너른 차밭과 함께 전통방식 그대로 차를 만들고 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전북일보>

부풍향차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