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의 나루 관룡사(觀龍寺) 목차
오늘도 용선(龍船)은 중생을 기다리고 뱃머리에 앉은 부처님의 눈에는 저 언덕이 보인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화왕산 숲 속에 관룡사가 촉촉이 젖어있다. 일주문 대신 서있는 작은 석문(石門)이 비를 털며 길을 열어준다. 이어지는 돌담길이 두고 온 길을 잊게 하고 도량엔 비에 씻긴 당우(堂宇)들이 단정하게 서있다.
도량 너머로 용선대(龍船臺)가 보인다. 그 곳에서 오랜 세월 부처님이 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오붓한 숲길을 지나 마지막 바위를 짚고 배에 오르듯 오르면 절벽 끝에 앉은 부처님이 손을 내민다. 부처님의 시선 끝에는 바람 한 점 머물다 가고, 바람 지나간 허공 끝엔 하얀 낮달이 나와 있다.
도량에서 목탁 소리가 들려온다. 저녁 공양이다. 촉촉했던 도량은 보송하게 다 말랐다.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도량을 걷다 약사전 석탑 앞에 앉는다. 그리운 사람처럼 석탑이 스님 앞에 서고 그림자처럼 앉은 스님은 센 머리 고르듯 석탑 앞의 잡초를 고른다.
까치가 범종루 난간 위에 앉는다. 종소리가 숲에 번지고 까치는 용선대로 날아간다. 중생이 모두 모이는 날, 용선은 부처님의 시선을 따라 저 언덕으로 갈 것이다. 저녁 햇살을 받은 까치의 눈동자가 석탑을 바라보고, 잡초를 고르던 스님은 고개 들어 삼층석탑이 된다.
<현대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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