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양사 -禪景 선홍색 빛깔, 불을 뿜는 애기 단풍

장성 백양사 -禪景 선홍색 빛깔, 불을 뿜는 애기 단풍

2015년 11월 19일 by jeungam

    장성 백양사 -禪景 선홍색 빛깔, 불을 뿜는 애기 단풍 목차

禪景 선홍색 빛깔, 불을 뿜는 애기 단풍

단풍이 아름다운 산사 - 장성 백양사

계곡 입구 1.5km 단풍터널 장관

풍광에 놀란 정몽주, 선시 남겨

1300년 문화유산도 또다른 볼거리

 

장성 백양사카메라 셔터만 눌러도 저절로 한폭의 수채화가 되는 쌍계루 앞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오색단풍이 물위에 떠있다

. 오색창연한 백제시대 고찰의 처마 끝마다 단충이 내려앉았다. 백암산(741m) 백화봉 바위와 파란하늘 담은 물빛에도 수줍은 단풍이 시작되었다. 세 살배기 손바닥만한 애기단풍잎에 감싸인 백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가을을 떠나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 한 철 보름 정도만 허락된 백양사의 애기단풍은 불을 뿜는 듯한 선홍색 빛깔을 선보인다.

백양사에 가는 새벽공기는 상쾌했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을 나서니 빨간 단풍잎이 맞이한다. 백양사 진입로가 이어지는 삼거리에서부터 일주문, 대웅전까지 모든 길은 단풍나무로 장식된다. 길 양편으로 나무는 단풍터널을 이룬다. 그 아래에는 저절로 단풍 낙엽길이 형성돼있다. 옆의 백암산 게곡에 비친 물빛에도 홍조가 띈다.

 

백양사의 단풍은 애기단풍으로 불린다. 나뭇잎이 작아서가 아니라 나무가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백양사의 애기단풍은 애기가 아니다. 장성이다. 오랜 수령 때문이다.

1.5km에 달하는 단풍터널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첫손에 꼽히는 길이기도 하다. 가을의 심연에 빠져들다 보면 세속의 번뇌는 모두 잊혀진다. 이 길을 따라 따라 일주문을 지나면 백양사 쌍계루와 연못이 길손들을 맞이한다. 뒤편 산에는 운무가 깔려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카메라 안에 가을을 담으려는 사람들,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들, 연못 징검다리를 오가는 것이 마냥 즐거운 아이들, 모두 쌍계루의 단풍을 만끽하고 있다.

어떠한 글로 이 아름다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저절로 손가락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고, 눈으로는 단풍을 담았다. 쌍계루 앞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떠있다. 그 위로 빨갛게 물든 쌍계루가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때 백양사를 찾은 정몽주는 ‘지금 백양승을 만나니/시를 쓰라 청하는데/붓을 잡고 생각하니/재주없음이 부끄럽구나…’라고 했다.

백양법계 기둥을 지나 쌍계루 옆 홍교를 건너면 경내다. 홍교를 건너는 사람들이 줄지어 선 모습도 그림이다. 사천왕상 버티고 있는 금강문 안으로 단풍잎 곱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대웅전 등 당우가 자리 잡고 있다.

장성 백양사 낙엽이 소복히 쌓인 경내에는 고요함 만이 가득해 운치를 더한다.

 

오색단풍이 감싸고 있는 대웅전 모습. 비자나무 숲과 700년 갈참나무 군락도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에 ‘백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당시에는 ‘정토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 후 조선 선조 7년(1574) 환양 스님이 다시 지은 후 백양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환양 스님이 백양사에서 매일 <법화경>을 읽을 때 흰 양이 경을 읽는 소리를 듣고 몰려오는 일이 많아지자 절 이름을 백양사로 고쳤다고 한다. 1300년의 역사 속에 백양사에는 청정한 기운만이 흘렀다.

백양사가 위치한 내장산 국립공원은 내장산(주봉 신선봉 763m), 서쪽 입암산(626m), 동쪽 백암산(상봉 741미터)의 세 개의 산군으로 구성돼있다.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그리고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는 호남에서 손꼽히는 명산이다.

백암산은 백학봉. 옥녀봉. 가인봉 등 백양 3봉을 비롯해 상옥봉과 사자봉으로 이뤄져 있으며 내장산과 함께 대한 8경으로 꼽힌다. 가을 내장, 봄 백양으로 불리지만, 백암산의 단풍 역시 내장산 못지않음을 알 수 있다. 백양사 뒤편의 숲길에는 단풍나무, 갈참나무, 비자나무가 울창하다. 이곳의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제153호)로 지정돼 있다. 백양사로 가는 길 양쪽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 수령이 700년 된 갈참나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갈참나무다.

백양사 일대에는 이 갈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도토리를 맺어 다람쥐 등 야생동물에 먹이를 공급해주는 나무다. 참나무 중에서 위엄이 높다는 굴참나무에서부터 늦게까지 낙엽을 매달고 있는 갈참나무가 많다.

참나무 중의 졸병이라는 졸참나무와 옛날에 잎을 신발에 깔았다는 신갈나무, 떡을 하면서 얹었다는 떡갈나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도토리라는 상수리나무까지 부지기수다. 이 나무들이 빼곡해 숲의 품격을 높여준다. 학술적으로 보호가치도 매우 높다.

백양사의 단풍이 형형색색이라면, 절집 바깥 마을의 가을은 주홍빛이다. 여기저기 감나무가 많다. 이 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끝자락부터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도 정겹다. 잎사귀를 털어낸 감나무가 홍시를 매달고 있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장성 백양사 8층탑진신사리가 봉안된 8층탑. 빨간 단풍이 병풍처럼 쳐있다.

 1300년의 역사를 담은 문화유산 寶庫

사찰의 주요 건물 중에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2호인 극락보전이 가장 오래되었다. 환양선사가 세웠다는 극락보전은 면적 50㎡에 이르는 정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대웅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43호)은 1917년 만암 스님이 주지로 있을 때 백양사를 중건하면서 새로 세운 것으로 석가모니불과 보살입상, 16나한상 등이 봉안되고 있다. 이외에도 백양사는 사천왕문(전라남도 유형문화재 44호), 명부전, 칠성각, 진영각, 선실, 요사채, 범종각 등의 당우를 거느리고 있다. 소요대사 부도(보물 1346호)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안치하고 있는 8층탑도 소중한 유물로 꼽힌다.

쌍계루 옆에는 1974년 12월 26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되었다가 2002년 9월 25일 보물 제1346호로 승격된 소요대사 부도가 있다. 조선 중기의 고승 소요대사 태능(1562~1649)을 기리는 묘탑으로, 대사가 입적한 1649년이나 1650년 무렵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석종형 부도로 규모는 높이 1.58미터, 지름 1미터, 둘레 2.85미터에 이른다.

소요대사 부도 앞 단풍도 놓치면 아까운 진경으로, 이곳 단풍은 초기에서 절정기로 치닫기 직전에 가장 매혹적이다. 새빨갛게 익은 단풍잎과 아직 덜 물들어 분홍과 노랑, 연두색을 띠는 단풍잎이 뒤섞여 오묘한 색감의 조화를 이루는 까닭이다.

단풍을 뒤로 나오는 길이 아쉬움을 더했다. 백양사 주변의 길을 통해 산을 올랐다. 다소 가파르지만 나무 계단 등으로 잘 정비돼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를 만하다. 뒤돌아 나오는 길은 가뿐하다. 단풍에 속된 마음을 모두 놓고 와서일까.

<장성 백양사=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타 백양사나들목을 나온다. 1번국도를 이용해 곰재를 넘어 장성호를 지나 백양사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광주, 장성, 호남선 백양사역 앞(북이면 사거리) 등지에서 백양사로 가는 버스를 탄다.

<볼거리>

백양사인근 장성호 관광지에는 임권택 시네파크가 조성돼 있다. 전망대에 서면 장성호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인근 금곡영화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이다. 홍길동의 생가, 홍길동테마파크, 축령산의 편백나무 등도 찾아볼 만하다.

<맛있는 집>

백양사 입구의 단풍두부집은 단풍나무 수액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손두부를 판매한다. 단백질 위주의 두부에 칼륨, 철분 등 단풍나무 수액의 영양이 보태졌다. 모두부를 비롯해 보쌈, 전골, 볶음, 청국장, 된장국 등으로 다양하게 두부를 즐길 수 있다. 단풍수액을 이용한 전통주도 맛볼만 하다. (061)392-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