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증오를 내려놓고 새 희망을 보았습니다

절망과 증오를 내려놓고 새 희망을 보았습니다

2013년 04월 14일 by jeungam

    절망과 증오를 내려놓고 새 희망을 보았습니다 목차

 

금산사 내비둬 콘서트

절망과 증오를 내려놓고 새 희망을 보았습니다

조계종 노동위, 노동자 초청 템플스테이 개최

 

“오랜 투쟁으로 정신적으로 마음이 너무 피폐해졌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쳐 힘들고 괴로워 잠시나마 나 자신을 좀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좀 쉬고 싶습니다.”

 

“새 봄이 왔지만 우리들 마음은 아직도 춥기만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가 주최하고 금산사(주지 원행)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정산)이 공동주관하는 노동자 초청 템플스테이 “내비둬 콘서트”가 3월 29~30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금산사에서 개최됐다.

 

SJM 지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공무원노조, 전북도청 청소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전주아산지회노조, 홈리스 활동가 등 해고 노동자와 늘 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며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족 40여명이 참여했다.

 

새봄을 맞아 수선화와 벚꽃이 꽃망울을 맺고 있는 금산사에 도착한 노동자들을 맞이한 금산사 수련원장 일감스님은 “첫째 날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둘째 날은 나를 내려놓는 시간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며 “스스로 나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바란다” 며 이들을 반겼다.

 

각자 차이는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노동쟁의 현장에서 복직을 위한 투쟁에 지쳐 자신도 모르게 분노와 증오심으로 굳어있던 이들의 얼굴은 미륵전 앞에서 ‘평등세상을 꿈꾸는 미륵 부처님의 도량 금산사’라는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에 어느새 무표정하던 얼굴에 옅은 희망의 미소가 번져나갔다.

 

각자 자신의 발원을 담아 범종을 울린 후 대적광전의 저녁 예불에 참석한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보며 어색해 하더니 이내 칠정례를 따라하며 절집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금산사 내비둬 콘서트

화림선원에서 열린 금산사의 대표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인 ‘내비둬 콘서트’는 일감스님의 진행으로 서울의 한 병원의료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 라이터 김병수씨의 노래와 경험담으로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했다.

 

19년의 직장생활중 18년동안 노조 활동을 했다는 김병수씨는 시종일관 희망을 노래하며 일감스님과 함께 애잔한 음악으로 굳어버린 마음을 녹이고 때로는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으로 이들의 마음을 열어나갔다.

 

부부가 함께 참가한 한 노동자는 9년동안 복직투쟁을 벌이는 동안 집안 살림살이를 도맡아준 부인에게 감사를 표하며 코믹한 노래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근 노사간의 원만한 해결을 앞두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아직 노사간의 벽이 남아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며 함께 투쟁해온 동료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함께 노래하고 웃고 손뼉치며 즐기는 동안 이들의 굳어진 마음은 어느덧 봄 눈녹듯 풀려가고 있었다.

 

마음을 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낸 참가자들은 오전 3시 도량석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예불에 참석해 참선을 하며 자기를 바라보고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절을 할 때마다 108개의 염주알을 실에 꿰며 흐트러진 자기 자신을 정리도 했다.

넓은 도량을 비질하며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의 찌꺼기도 함께 쓸어냈다.

 

 

금산사 내비둬 콘서트

SJM지회 이승호 법규부장은 “사찰에서 어제 오늘 시간을 보내면서 동지들과 힘들었던 일을 공유하고, 웃으면서 마음의 분노가 사라졌다. 동료의 배신이 제일 힘들었고 울분이 가득했는데 나를 내려놓고 보니 그들을 용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고 말했다.

 

108배를 마친 전북평등지부 노조 김모씨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안에서 숨소리, 심장소리가 들려 집중하게 됐다.” 며 “처음에는 복직이 되기를 염원하며 절을 했는데 나중에는 모두 그냥 다 내려놓으니 편안해졌다.” 고 소감을 전했다.

 

108배를 하는 도중 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심원암과 연리지까지 새벽 숲길을 걸으며 명상에 잠긴 참가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비움의 행복을 즐겼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1박2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각자 작성한 ‘행복한 세상을 향한 발원문’을 낭독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다시 세상속으로 나아갔다.

 

그동안 증오와 분노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전문적인 상담치유 프로그램을 접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짐 정리를 하고 있던 다른 참가자는 “또다시 차별과 무시의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누군가로부터 존중되어 지고 배려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노사간의 문제는 억압, 차별이 아닌 상생과 화합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1박2일동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아픔을 함께 나눈 일감스님은 “해고와 실직이라는 상처를 받고 현실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그 아픔을 바라보는 통찰의 과정속에서 서로 위로하는 계기가 되고 그 아픔을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희망과 행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오는 6월과 9월, 11월에 걸쳐 년간 4차례의 노동자 초청 템플스테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4월 말에는 노동자 심리치유센터의 문도 열 계획이다. <조동제 현대불교신문 전북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