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외치는 진솔한 백서,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딸에게 외치는 진솔한 백서,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2013년 03월 22일 by jeungam

    딸에게 외치는 진솔한 백서,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목차

 

딸에게 외치는 진솔한 백서

김숙현 작가의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현대인의 숨겨진 트라우마 형상화

3월 20일부터 알과핵 소극장서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불자 극작가 김숙현〈사진〉씨의 ‘앉은 사람 선 사람’이 3월 20~24일까지 알과 핵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 1세대 여성극작가와 1.5세대 여성연출가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제 1회 여성극작가전’의 작품 중 하나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작품의 연출은 박은희(남동문화예술회관 관장) 씨가 맡았다.

 

‘앉은 사람 선 사람’에는 치열한 예술가적 근성으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성공한 어머니 정여사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육아보다는 자신의 일이 우선이었던 엄마의 그늘에서 폐쇄적으로 성장한 딸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여사와 딸의 성격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녔던 정여사의 모친까지, 모녀 3대로 이어지는 정한(情恨)과 소통을 향한 몸부림이 줄거리를 이룬다.

 

김 숙현 작가는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면적은 얼마만큼일까라는 의문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모녀관계는 인간관계 가운데서도 제일 가깝고 끈끈하며 운명공동체적 유대감을 지닌다. 그 속에 드리워진 간극과 균열을 파헤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소외의식과 현대인의 내면 깊이 숨겨진 트라우마를 형상화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한 평생을 자아실현에 몰두했던 정여사를 대신해 가사와 손녀양육을 도맡았던 친정어머니를 떠나보낸 정여사는 딸 희수가 살고 있는 뉴욕의 아파트를 방문한다. 모처럼 딸과의 정회도 풀고 예술동지로서의 유대감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엄마와 딸이 마주 앉은 풍경은 그림을 향한 그들의 작업스타일 만큼이나 단절되고 온도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딸은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머니를 무참하게 따돌린다. 대중 앞에서는 당당한 예술가였으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누에고치처럼 자기 속에 파묻혀 소통을 거부하는 딸 앞에서 정여사는 여지없이 실패한 어미임이 드러나는데....

 

김 씨는 “이 작품은 모친으로부터 무조건 받기만 했던 2세대 정여사가 3세대 딸에게 외발로 서서 외치는 진솔한 백서(白書)이자 혼신의 프로포즈라”고 전했다. (02)762-0810  <현대불교신문 정혜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