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미술지도 10년…작품 대상수상 영광

사형수 미술지도 10년…작품 대상수상 영광

2012년 10월 28일 by jeungam

    사형수 미술지도 10년…작품 대상수상 영광 목차

사형수 미술지도 10년…작품 대상수상 영광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교수 10년간 사형수 지도

 

일상▲ 10년 간 연필로 계란만을 그린 사형수 이모씨(법명 혜담)의 대상작품 ‘일상’ (서양화, 70×50㎝)

 

“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나요? 그럼 저랑 약속해야 합니다. 백지상태로 돌아가 선부터 긋는 연습을 하세요.”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로 복역 중인 이모씨(남, 43세, 법명 혜담)의 삶에 변화가 온 것은 이인자 교수(경기대 예술대학 명예교수, 불교여성개발원 초대 원장)를 만나고 나서 부터다.

 

이씨는 2000년 초 당시 교정위원으로 활동한 부사 자비사 삼중 스님과 교정교화센터 이인자 교정위원을 만나 그림을 배우기를 직접 청하고 교도소의 배려로 한 달에 한 번 씩 이인자 위원을 만나 그림의 기초부터 시작했다.

 

이인자 교수는 2004년부터 매달 한번씩 10년에 걸쳐 그림 지도를 해오고 있다. 구치소 안에서는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연필과 종이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 교수는 이씨에게 선 긋는 것부터 차례로 시켰다.

 

선을 그으면서 색의 농도를 높여가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 것. 그림의 소재는 오로지 계란. 아무런 꾸밈과 변화가 없는 계란을 명암만 주어 연필로 표현하는 것은 지루한 작업이다. 하지만 재소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인욕바라밀 정진이다.

 

구치소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형수가 최고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이씨는 모범수였기에 가능했고, 계란을 화두처럼 삼아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10년간 기초부터 실력을 쌓아온 이씨는 10월 26일~31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개최된 제41회 교정작품전시회에 자신의 작품 ‘일상’을 출품해 가구, 공예, 한국화, 서양화, 서예 등 약 500여점의 출품작 가운데 대상에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정갈한 필력으로 둥근 알을 연필로 표현한 작품으로, 반복적 이미지, 부화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둥근 알의 입체감, 구성능력, 명암의 다양한 깊이가 잘 표현되어 있고 ‘일상’이라는 주제를 독창적 시각으로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지금까지 사형수의 작품 출품과 대상 수상은 전례가 없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수상의 기쁨은 수상자인 이씨 뿐만 아니라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에도 크다”며 “꾸준히 계란 하나만을 소재로 삼은 것이 이씨에게는 수행이기도 했으며 교도소 생활을 모범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김필연 센터장)는 2001년 10월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최고수들을 11년째 만나오며 교정교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이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