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8월 21일까지 최승희 탄생 100주년 기념전

광주시립미술관, 8월 21일까지 최승희 탄생 100주년 기념전

2011년 08월 15일 by jeungam

    광주시립미술관, 8월 21일까지 최승희 탄생 100주년 기념전 목차

불꽃처럼 살다 바람처럼 사라져
광주시립미술관, 8월 21일까지 최승희 탄생 100주년 기념전

최승희

 최승희는 ‘동양의 이사도라 던컨’에 비유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다.

최승희는 1930~1940년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활동무대로 활약하며 ‘전설의 무희’라는 찬사를 받았다. 올해는 최승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황영성)은 최승희(1911~1969) 탄생 100주년 기념 '불꽃처럼 바람처럼, 무희 최승희' 전을 8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최승희는 일제시대 민족의 꽃으로 세계적 무용가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민족분단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거치며 친일예술가, 월북무용가라는 이념적 굴레를 쓰고 예술가로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예술가이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 ‘불꽃처럼 바람처럼, 무희 최승희’는 드라마틱한 최승희의 삶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최승희는 불교에서 힌트를 얻은 ‘보살춤’으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는 외국서 공연을 할 때면 스스로 ‘코리안 댄서’라고 밝히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바로 이곳이 우리 땅이다. 코리아는 지금 식민지 상태이다. 조선민족의 예술성은 우수하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193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1938년 유럽순회공연을 마친 최승희에 대해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선이 아주 환상적인 동양 최고의 무희”라고 극찬했다. 이때 당시 파리공연에서 주목받은 춤이 최승희를 대표하는 춤으로 평가받는 보살춤이다.

 

최승희 보살춤▲ 1942년의 작품. 보살춤은 최승희의 춤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최승희는 독실한 불교신자였기에 보살춤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불국사를 여러번 참배했으며, 북에서는 숙청당한 후에도 북한지역의 여러 사찰을 돌아보기도 했다.

유럽 공연의 성공으로 다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최승희는 1930년대 후반 유럽, 미국, 중남미 등에서 150여 회의 공연을 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최승희는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면서 만주와 중국에 주둔해 있는 일본군 위문공연에 투입돼야 했다. 공연 횟수가 100회가 넘을 정도로 그는 관동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끌려가 공연을 해야 했다.

이때 최승희는 불교를 무용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몽고를 돌아 다른 전쟁터로 이동할 때 운강석굴을 방문했다. 운강석굴은 1500여 년전에 만들어진 중국최대의 석굴사원으로 동굴에는 5만 1000개 정도의 불상이 조각돼 있다. 최승희는 이 거대한 불교예술에 큰 감명을 받아 불상의 다양한 자세를 무용으로 승화시켰다. ‘석굴암의 벽조’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국 현대무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 최승희가 생전에 춘 춤은 300여 가지나 된다. 이들 춤의 대부분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물동이춤과 화랑춤, 천하대장군춤, 고구려춤 등이 그것이다.

 
170㎝ 되는 훤칠한 키와 갸름한 얼굴의 미인이었던 최승희가 춤사위를 하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볼 정도로 황홀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승희 사진 150여 점과 최승희를 그린 회화작품, 공연 리플렛, 서적, 언론보도 기사 등 희귀자료를 통해 최승희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한다. 또한 TV에 방영됐던 최승희 다큐멘터리와 최승희가 월북후 안무해 북한 최초의 천연색 영화로도 제작된 민족무용극 ‘사도성의 이야기’ 등 영상물을 상영, 다양한 자료와 매체를 활용해 최승희의 드라마틱한 삶과 예술세계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최승희는 1940년대 일본군 위문공연을 하고 공연 수익금을 일제 군부에 기부한 행적들로 인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포함됨에 따라 엇갈린 평가와 여론이 불거졌다.

 
광주시립미술관 김희랑 학예연구사는 “전시타이틀 ‘불꽃처럼, 바람처럼, 무희 최승희’는 조국을 잃은 암흑과도 같았던 시대에 불꽃같은 예술혼을 발휘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자 격동의 근현대사 틈바구니 속에서 이리저리 바람처럼 떠돈 삶, 그리고 죽어서까지 정치적 이념적 줄다리기 사이에 서있는 비운의 예술가에 대한 연민의 뜻을 담고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일제시대 민족의 꽃으로 세계적 무용가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민족분단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거치며 친일예술가, 월북무용가라는 이념적 굴레를 쓰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최승희 연구와 조명사업에 다시 한번 도화선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062)613-7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