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산 “출가 대신 선택한 재즈는 내 수행” 목차
도반의 향기-재즈보컬리스트 ‘웅산’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빗물에 고여 더해만 가는 외로움 비워야 하나봐 한낮과 밤처럼 익숙할 때까지. 파란새벽을 나비처럼 날아올라 새 하얀 달빛 아래서 긴 한숨은 잠든다.’
2008 리더스폴 (사진제공=이형우)
재즈를 ‘허공으로 사라지는 음악’이라 했던가.
지그시 눈을 감고 리듬에 몸을 맡긴다. 공연장을 압도한 호흡소리는 심장의 비트에 메아리친다. 재즈 팬이 선정한 2008년 한국 최고의 보컬 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웅산(雄山ㆍ36)의 목소리다. 감미로운 중저음의 블루스 톤으로 전하는 안개 빛 향기는 즉흥적인 재즈의 선율로 자아와 대화하며 무상(無常)의 공(空)을 전한다. 잿빛 도시의 우울함과 마주한 웅산의 매력을 6월 28일 ‘리더스폴(Readers'' Poll) 콘서트’ 현장에서 함께했다.
웅산. 1996년 1월 홍대 클럽 ‘써티(thirty)’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재즈클럽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던 시절, 성남에 위치한 클럽 ‘음악마당’에 공연차 온 신관웅ㆍ류복성 선생과의 만남이 재즈 인생의 서막이다. 이후 일본 재즈 팀(오모리 밴드)과 투어, 덴마크ㆍ핀란드ㆍ프랑스ㆍ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다졌다. 그렇게 재즈를 시작한지 8년 만에 첫 데뷔앨범 ‘Love Letters’를 내놓는다. 현재 케이블방송 ‘리얼스토리 묘(猫)’ 진행자로 활동 중인 웅산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웅산밴드’ 신곡과 한국 4집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법명 웅산(雄山)처럼 쉼 없이 정진하는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웅산의 첫 인상은 강했다. 짙은 눈 화장은 ‘친절한 웅산씨’라는 애칭처럼 세상에 대한 강한 홀로서기의 주문 같았다.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너머의 진심은 진중하면서도 다정다감했다. 눈은 에너지의 저장고와 같다고 말하는 웅산의 눈망울은 선했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웅산은 고등학교 시절을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보냈다. 20년 전 일이다. 고요한 절에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가 좋았다. 그러나 고요함과 한적함 가운데 평온했던 그 마음을 세상으로 다시 불러낸 것 또한 마음속으로부터 끝없이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울림이었다. 하다못해 ‘관세음보살’을 정근하는 예불시간에도 음을 실어 노래했다. 도반들은 그의 소리를 즐거워했다. 음악에 대한 열망이 맹목적이었던 만큼 출가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결단도 빨랐다.
“일본의 재즈문화는 생활 속에 보편화됐지요. 시골 휴게소에서도 재즈가 흘러나와요. 한국 음악인으로서 바람이랄까, 재즈의 교감차원인데요. 재즈 불모지인 한국에서 재즈의 대중화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애환을 털어 놓으면서도 활작 웃는 웅산의 미소 속에는 13년째 접어든 재즈 인생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오늘 무대에 대한 감회가 남다릅니다. 재즈 마니아가 뽑아준 최고의 음악인으로 선정된 것도 그렇고 이번 무대에서 처음 만나는 연주자도 있거든요. 좋은 연주자와 함께 공연한다는 것은 뭐랄까 잘생긴 남자와 데이트 하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녀의 영웅은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다. 불법을 만난 기쁨만큼 생애의 기쁨으로 꼽을 수 있는 만남이란다. 2집 ‘블루스’ 중 ‘비새(雨鳥)’는 불교 색채가 강한 곡이다. ‘지친 어깨 쓰다듬고 날갯짓하며 다정히 내 님이 부르면 이 눈물 훔치며 날아가겠노라’는 애잔함이 그가 지닌 근원적 공허함과 닮았다. 20년 전 불교 안에서 평화를 노래하던 자기연민이 세상을 향한 자비행으로 반조(返照)된다.
웅산의 고민과 애정의 대상은 오직 음악뿐이다. 가끔 푸념처럼 ‘애인구함’을 외치지만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야 노래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재즈를 기본으로 많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산사음악회에서 많은 불자님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산골 작은 음악회도 대환영”이란다.
웅산에게 음악은 수행과 같다. ‘예스터데이(Yesterday)’란 곡도 한 번의 영감으로 써내려간 곡이다. 꿈을 꿨고 아침에 일어나 그 꿈을 잊지 못해 그 마음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 완성했다. “정말 잘 해야겠다고 욕심냈을 때는 단 한 번도 좋은 음악이 나온 적 없었어요.” 매사 겸손한 그도 꿈에 대해서만은 욕심이 많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꾸준히 하다보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 꿈에는 어울리지 않음을 알았어요. 음악, 제 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서원한다. “음악을 하면서 존재감을 느낍니다. 불교는 해탈을 통한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지요. 인간이기에 원했던 자유, 재즈 안에서 무한히 누리고 있습니다.”
웅산이 지난 시절 불교를 공부했고 지금 현재 음악을 하는 것도 모두 같은 하나의 길이었다. 분명한 것은 웅산은 쉬지 않고 꾸준히 정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웅산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다. 꿈꾸는 웅산, 그녀는 아름다웠다.
tip‘2008리더스폴어워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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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