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석장승 고의 훼손…석회로 몸통 덧칠하고 낙서도

인사동 석장승 고의 훼손…석회로 몸통 덧칠하고 낙서도

2008년 08월 19일 by jeungam

    인사동 석장승 고의 훼손…석회로 몸통 덧칠하고 낙서도 목차

인사동 석장승 고의 훼손…설마 또 기독교인?
석회로 몸통 덧칠하고 낙서도…교회 사이트서 "우상" 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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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인사동 입구 석장승에 누군가가 석회로 덧칠을 하자 관계자들이 송곳으로 쪼아내고 있다. 장승 아랫부분에 떼어낸 석회들이 늘려 있다. 고의적인 훼손으로 추정된다. ⓒ2008 불교닷컴

종교편향을 넘어 불교탄압을 공적영영에서 광범위하게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신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민속신앙물 훼손 사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자행됐다.

지난 14일 <불교닷컴>취재진이 서울 인사동 입구에 서있는 두 개의 석장승에 석고로 보이는 미색의 단단한 물질을 발라놓은 사실을 발견했다.

자원봉사자 등이 이 사실을 발견하고 물세척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송곳으로 두 개의 돌장승에 발라놓은 이물질을 하루종일 제거했다.

장승 사이에 있는 표지석에는 "장승은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서 마을입구나 사찰 등에 세워 마을의 소호신 경계표, 이정표 등의 구실을 하는 것으로...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인사·관훈동 지역주민의 평안과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민속학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전남 나주 불회사 입구의 석장승을 모형으로 삼아 1988년 6월 18일 설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돌장승은 불회사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나주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시기인 384년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11호인 불회사의 돌장승은 오른쪽에 위치하는 것이 남장승으로 전면에 下元唐將軍이라고 음각되어져 있다. 왼쪽에는 여장승으로 上元周將軍이라고 새겨져 있다. 원래는 남장승을 상원주장군, 여장승을 하원당장군이라 부르며 다분히 도교적 냄새를 풍긴다.

불회사와 지척 거리인 나주 운흥사 초입에도 비슷한 모양의 남녀 한 쌍의 돌장승이 있다. 불회사 돌장승과 닮은 이 장승은 중요민속자료 12호로 1719년 화주승 변학이 시주해 세운 것으로 기록돼 있어 불회사 장승도 비슷한 시기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회사 돌장승은 조형미가 돋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장승은 선이 굵어 남성적인 인상을 준다. 왕방울같은 눈은 툭 튀어나와 있고 코는 주먹코이며 길게 자란 수염을 땋아서 가슴에까지 늘어뜨렸으며 송곳니가 아랫입술 위로 삐져나와서 전체적으로 해학적인 형상이다.

영ㆍ호남에서는 벅수ㆍ벅슈ㆍ법수ㆍ미륵 등으로 부르고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ㆍ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는 글을 새겼으며 호남지역에서는 벅수라고 부르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돌하루방이라 부르고 글은 새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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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불회사 안내 입간판이다. 석장승을 마스코트처럼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불암사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인사동 석장승은 이 모양을 본 떠 만든 것이다. 불회사는 이 안내판에 누군가 하(下)자를 정(正)자로 바꿔놓았다고 적고 있다. 실제 이를 모양 삼아 만든 인사동 장승에도 하(下)자가 하일(下一) 또는 정(正)자 처럼 보인다.ⓒ2008 불교닷컴

불가에서 돌장승은 부처님 성전과 성역의 부정을 막고 잡귀를 물치치는 수문신의 역할과 절의 경계에서 절을 찾는 신도들을 안내해 주고 소박한 마을주민들의 소원성취를 비는 대상이기도 한다. 민속신앙물인 장승이 절 입구에 세워지게 된 것은 억불숭유 정책이 횡행하던 조선시대 민간신앙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상징하며 불교의 맥을 잇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찰입구의 대표적인 돌장승은 운흥사와 불회사 외에도 중요문화재 자료인 남원 실상사 입구의 장승이 유명하다.

불회사 장승을 본 떠 만든 인사동 돌장승이어서 이번 훼손 사건은 기독교인의 소행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교닷컴> 확인결과 일부 기독교 사이트에서는 현존하는 장승 중 가장 오래된 전북 부안군 성문안 돌장승 등을 우상숭배로 진단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훼손사건의 배후로 기독교신자를 지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일각에서는 당시 석회석으로 덧칠해진 자리에 '홍익인간'이라고 써 놓은 점을 미뤄볼 때 돌장승을 중국의 장군으로 생각하는 일부 역사를 공부한 시민들의 장난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