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돌탑에 쌓은 소원 동전, 세상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회향

신비의 돌탑에 쌓은 소원 동전, 세상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회향

2015년 10월 03일 by jeungam

    신비의 돌탑에 쌓은 소원 동전, 세상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회향 목차

 

마이산 탑사-진성스님
진성 스님은 … 1985년 정읍 다천사에서 벽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태고종 총무원 재무국장. 태고종 전북교구 종회의원. (사)나누우리 재정이사를 역임했으며 마이산 탑사 주지로 재직하고 있다. (사)나누우리 봉사단장, 전북경찰청 및 덕진경찰서 경승, 갑룡장학재단 이사장, 전주교도소 교정위원, 귀휴심사위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8호 영산작법보존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비의 돌탑에 쌓은 소원 동전, 세상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회향

진성 스님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 주지)

 

 

 20년 이어온 갑룡장학회 장학금 액수만 총 3억원

소원바위 동전 모아서  소외이웃 위한 연탄 나눔

매년 어르신 생일잔치 개최

교도소 교정교화 활동 적극 - 현재 30명 후원하며 최선

나누우리 봉사단과 함께 캄보디아 학교 지원도

산간지역에 자리한 전북 진안은 무주, 장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오지로 꼽혀왔다. 지금은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익산-포항간 고속도로도 지척이라 교통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무주 진안 장수의 앞 자를 딴 ‘무진장’은 산골 오지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전라북도 진안의 명소를 꼽으라면 누구나 두말없이 마이산과 탑사를 말한다.

탑사에 들어서면 150여년전 이갑룡 처사가 30여년간에 걸쳐 쌓았다고 알려진 신비의 돌탑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주지 진성 스님은 탑사의 돌탑을 축조한 이갑룡 처사의 4대손이다. 바로 진성 스님의 증조할아버지가 이갑룡 처사이다.

마이산 탑사 주지 진성 스님을 이곳에서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봉사활동 현장을 찾는 것이 쉬울 정도로 진안지역의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워낙 바쁘게 봉사활동에 전념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스님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다. 스님은 진안지역을 넘어 전주교도소, 부산, 대구는 물론 태고종 나누우리 봉사단을 통한 해외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20년째 이어온 갑룡장학회를 창립

“지역에서 불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을 보살피는 일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스님의 나눔 활동 중에서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갑룡장학회는 가장 주목된다. 1994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갑룡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지급한 장학금 액수만해도 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진안 지역에서 탑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탑사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한다고 생각해 선대 주지이신 혜명 스님과 고민 끝에 장학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애환도 많았다. 장학금 전달식장에 수혜 학생이 나오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진안교육청과 학교의 추천으로 선발된 학생들이었는데 학교에서 이들을 전달식장으로 보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장학금을 갖고 학교로 갔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장학금 관련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교무실에 장학금을 놓고 나오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한번은 장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습니다. 자기는 감사편지를 쓰고 싶지 않은데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감사편지를 쓴다는 내용이었죠. 황당하더군요.”

그 당시 일들을 떠올리는 진성 스님의 눈가가 금새 촉촉하게 젖는다. 아마도 타종교에 비해 열세인 교세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3년 전부터는 탑사에서 자비나눔 배양실천 운동을 하면서 장학생 선발도 진안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선발됐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실천하는 일이 더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올해에는 진안군의 ‘진안사랑장학재단’에 1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너무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학생들입니다. 이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우리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봉사자로 성장해 가기를 바랍니다. 내년부터는 장학생수는 줄이고 수혜 금액은 늘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진성스님-연탄배달
진성 스님은 매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연탄을 지원하고 직접 배달해주고 있다.

 소원바위 ‘동전’ 이웃 위한 나눔으로

관광지로 유명한 탑사는 누구의 것이 아닌 진안 군민들의 자랑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탑사를 찾는 많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 또한 탑사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로 자비의 연탄 나눔과 쌀 나눔행사다.

탑사의 80여기 돌탑 중 명소로 꼽히는 소원바위에 관광객들이 붙여놓은 동전들을 수거해 몇해 전부터 매년 연탄으로 겨울 난방을 해결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9월초에 13가구에 4천30장의 연탄을 전달한 바 있다.

“일교차가 매우 큰 산간 오지마을 기후의 특성상 추위가 빨리 찾아오죠. 난방비를 아끼려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일찍 연탄을 전달했어요.”

소원바위의 동전들은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비로 쓰이고 있는데 매년 3명 정도의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치료비로 전달되고 있다.

스님은 소원을 담아 동전을 붙여놓은 기부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그 소원동전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상호 선업을 쌓아나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원바위에 붙어 있는 소망을 담은 작은 동전들이 모여 진안지역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희망의 불씨로 타오르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 푼 한 푼 모아진 동전들은 관내 소아환우 어린이에게 치료비로 전달돼 새 새명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난방비가 부족한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나눔의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있다.

진성 스님은 “소원을 담은 동전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져 또 다른 소원성취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탄 나눔행사에는 ‘이쁜 손 이쁜 마음’ 봉사단 어린이들도 직접 연탄 배달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탑사 대웅전에 올려진 공양미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 매년 봄가을로 나뉘어 진안군으로부터 관내 각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추천받아 40kg씩 전달해 오고 있다. 이렇게 전달된 공양미가 연간 2,000kg이 넘는다.

3년 전부터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홀로 생일을 지내는 진안관내 독거 어르신 100 명을 시내 식당으로 초대해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봉사자들과 함께 100개의 생일 케이크와 음식을 직접 만들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공연단도 초청해 위문공연도 열고 있다. 어르신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푸짐한 생일선물도 한아름 안겨드린다. 

갑룡장학회-장학금-전달
진성 스님은 20년 전 ‘갑룡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장학금 3억원을 지원했다.

 전국 곳곳에서 자비행 실천

진성 스님은 지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사정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장애인 부부를 위해 컨테이너 임시 숙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전국의 탑사 분원인 대구 혜인정사, 부산 구평사, 인천분원 월천사, 전주 분원 실상사를 통해서도 자비행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진성 스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 노보살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대구 한 사찰의 봉사활동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길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요. 의사는 할머니가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고 했어요. 충격적이었죠. 그 할머니를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이런 나눔활동이 학생들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린이 봉사단을 후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의를 보면 앞장서 해결하고, 불우한 친구를 보면 돕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얼른 달려가서 도와주고, 노약자를 보거나 어르신을 보면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바로 자비심이죠. 이는 바로 마음속 깊은 곳에 봉사의 정신이 뿌리내렸을 때 가능한 것이죠.”

스님은 불교의 미래는 어린이들로부터 시작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진성 스님은 ‘이쁜 손 이쁜 마음’ 어린이 봉사단을 만나게 된 것은 커다란 행복이라고 말한다. 탑사서 후원하는 ‘이쁜 손 이쁜 마음’ 어린이 봉사단을 비롯해 대구 분원 혜인정사의 ‘연꽃 어린이 봉사단’을 후원하고 있다. 나눔의 생활화를 통해 봉사의 배양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님은 이밖에도 지역의 타 종교인들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 해마다 타 종교인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한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전주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교화 활동도 빼 놓을 수 없는 스님의 주요 활동이다.

“평소 재소자 교정교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월 두 차례 불자 재소자들을 위한 법회는 물론 장기 모범수들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영치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스님이 후원하는 재소자는 30명을 넘은 상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도에는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캄보디아 동추로람 초등학교 교무실 준공식
캄보디아 동추로람 초등학교 교무실 준공식. 둘째줄 맨 왼쪽이 진성 스님이다.

캄보디아 학교에 생명의 물을 주다

진성 스님의 자비 실천행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누우리 봉사단장의 소임을 맡고 있으면서 나누우리 봉사단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탑사의 5개 분원마다 나누우리 봉사단을 조직해 지역의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전국의 사찰마다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 700여 명의 태고종 나누우리 봉사단을 통해 매년 두 차례씩 캄보디아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이미 2014년도에는 캄보디아의 2개 학교에 급수시설을 설치했고, 올해 4월에는 대구 보은사 혜담 스님과 불자들의 도움으로 돈추로암 초등학교 교무실 건물과 쌈부어 초등학교, 꽁무잇 초등학교에 식수시설을 설치해 주기도 했다.

오염된 식수로 인해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된 어린 아이들에게 3중 필터 연수기가 설치된 정수시설의 급수대는 감로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나누우리 후원 사찰의 스님들과 매년 2차례씩 방문해 교실의 페인트칠을 대신해주고 수리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는 것은 물론 급수시설의 필터 교환과 같은 사후관리도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방문할 때마다 학생들의 옷가지, 학용품, 교과서를 구입해 어린아이들이 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0명의 학생들에게 교과서 7,500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에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기구와 운동장 잔디공사, 놀이기구 등을 설치해 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30여년전 캄보디아 내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위령재도 열었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127호 아랫녘 수륙재보존회(기능보유자 석봉스님)의 회원스님들과 함께 시엠립 왓트마이를 방문 전통불교의식으로 펼친 ‘캄보디아 내전희생자 추모위령재’는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영혼을 달래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마이산 탑사 진성스님 자비의 쌀 전달
탑사 대웅전에 올려진 공양미 2,000kg 이상을 매년 소외이웃과 나누고 있는 진성 스님.

관광사찰서 문화포교 도량으로 탑사 탈바꿈

진성 스님은 관광사찰로 알려진 마이산 탑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전법도량으로서의 역할에도 주력한다. 따라서 스님은 기존 법회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주분원 실상사의 ‘실상밴드’가 대표적이다. 신도들과 함께 난타밴드를 구성해 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교도소 등을 찾아 연주하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진성 스님은 무엇보다 탑사 경내에 탑 박물관도 설립할 계획에 있다. 신비의 돌탑으로 유명한 탑사의 특징을 살린 탑 기념박물관 건립 계획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차분히 준비해 오고 있다.

“경내의 상가들을 정비하고 우리나라 탑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탑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구성될 탑 기념박물관은 전국 각 지방의 탑 모형과 전시관, 세계의 탑 전시관, 탑블럭 쌓기 체험, 음이온 명상실 등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탑기념 박물관을 건립한 후에는 탑사를 세계적인 힐링 명상도량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특히, 음이온 명상치유센터를 건립해 세계적 명상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은 현대인들의 마음 치유로 명상이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 수행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가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죠. 하지만 불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청정히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행이 필요하죠. 이를 통해 봉사가 더 의미있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명상치유센터 건립은 불자들의 마음을 밝히고 봉사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이산 탑사=현대불교신문 조동제 전북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