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에 전염된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창조론’에 전염된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2008년 07월 25일 by jeungam

    창조론’에 전염된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목차

KAIST 학생회관에 ‘창조과학관’이 버젓이 운영 ‘물의’

<주간불교>

대전교육청은 ‘창조과학회’교원 연수기관으로 선정

KAIST·지역 교육청, “문제없다”·모르쇠로 일관

김윤성 교수, “공공기관에 특정종교 전시관 어불성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팝업창에는 제13기 교원직무연수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한국 최첨단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신의 권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창조 과학’의 선교지로 변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본지 취재결과,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을 위해 설립된 국립특수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학생회관 내 창조과학을 홍보하기 위한 ‘창조과학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대전 지역 초ㆍ중ㆍ고 교원 특수분야 직무연수 기관에도 창조과학회가 지정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창조과학회는 1981년 1월 창립했으며, 현재 소망교회를 비롯해 전국 1백여개 교회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기독교 단체다. 현재 국내외 24개 지부에서 이공계 석·박사 회원을 중심으로 약 1천 8백 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창조과학회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연구·세미나·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창조과학회 대전지부 역시 대덕연구단지와 인근 대학에 재직 중인 창조과학자 30여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KAIST 학생회관 내 운영되고 있는 ‘창조과학관’은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운영된 기독교관을 2002년 KAIST로 이전해 ‘창조과학교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운영되고 있다. 분명 KAIST는 국가 과학 영재들을 양성하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국공립 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특정 종교의 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홍보관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KAIST ‘창조과학교회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학생회관 내 있는 동아리의 한 곳 일뿐”이라며 “명칭만을 교회라고 한 것이라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전시관 규모는 50평 정도라고 밝힌 관계자는 “학생들이 주일마다 예배를 보고 있고 평일에도 일반신도들이 관람을 하고 간다”라고 설명했다.

교회 관계자의 말대로 ‘창조과학교회’가 동아리라고 본다고 해도, 학교가 일개 동아리에 학생회관 공간을 50평을 제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대전지부 홈페이지에 나타난 지부 사무실 주소와 ‘창조과학교회·전시관’의 주소가 일치한다는 점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 지정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센터로 선정된 점도 ‘창조과학교회’를 단순한 ‘학생 동아리’로 볼 수 없는 명증한 증거이다.

이에 대해 KAIST 학교 행정담당자들은 “잘 모르겠다”고만 일관되게 말했다. 총무부 관계자는 “개신교 동아리의 일종으로 학생회관 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교회가 어떤 형식으로 학생회관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시관 명목으로 50평이라는 공간을 제공한데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대체 뭐가 문제냐”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립학교는 물론 국공립학교 교사들이 창조과학회에서 실시하는 직무연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13번째로 열리는 창조과학회 직무 분야 연수는 오는 8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한남대에서 전국 병설 유치·초·중·고등 교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교사가 특정종교 교리이며,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된 창조론을 연수받는다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펼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창조과학회 직무연수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공교육 영역에서 특정 종교를 직접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반면, 대전교육청은 창조과학회에서 해마다 직무연수 개설을 신청함에 따라 적법한 심의절차를 거쳐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의 결과 창조과학회에서 직무연수를 통해 특정종교의 교리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과학회 홈페이지만에 나타난 연수 목적에도 “기원과학에 있어서 창조과학을 다룬 자료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최근의 과학계의 동향들을 고찰하여 기원과학을 과학적 견지에서 검토해 보고, 기원과학(창조과학)의 과학적 접근의 방향성 및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연수 목적은 신의 만물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교원들에게 소개함에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 과학지국 정보과 관계자는 “심의 결과 창조과학회의 직무교육이 대전시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며, 교육과정에도 문제가 없다”며 ”올해에도 창조과학회가 특정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고 판단해 직무교육 기관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창조과학회가 직무교육기관으로 지정됐는지에 대해서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런 창조 과학회의 주장과 행보에 대해 불교계 자연과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단순 학교 동아리 형태 존재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버젓이 홍보관과 예배당을 두고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일축했다.

교원 연수기관으로 ‘창조 과학회’가 선정된 것에 대해 박 교수는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 신앙”이라며 “특정종교의 교리가 담긴 이론을 공교육 영역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박 교수는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 대전시 교육청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창조과학은 신앙일 뿐 과학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창조과학 자체가 성경에 나타난 내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창조과학은 종교적 행위지 과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터넷 언론에 기고문을 통해 제기한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가 공공 연구기관에서 공공연히 특정 종교의 홍보관과 이를 교원 직무연수기관으로 선정한 것은 정부가 공교육 영역에서 특정 종교를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셈"이라며 "만일 창조론 교육이 사립학교나 공립학교의 공교육 현장으로 들어온다면 과학 교육은 일거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는 창조과학이 과학인지 신앙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다원성과 자유에 대한 문제"라며 "국공립 교육기관에 특정 종교의 교리가 어떻게 투입돼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이하 종평위)도 창조과학회의 편향 사례를 접수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종평위 손안식 위원장은 “공교육 기관에 특정 종교를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할애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조만간 공문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한 조치를 관계 기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과 종교와의 갈등은 유사 이래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과학이 종교를 완전히 이겼다고 볼 수 없지만, 다윈의 진화론이나 생명의 기원은 무기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것읕 증명한 밀러-유리 실험은 적어도 인간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창조론'은 분명 과학이 아닌 종교행위다. 창조과학회가 1998년부터 지속적으로 교과서에 창조론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나 국공립연구기관에 홍보관을 설립하는 것은 다분히 종교평향적 요소가 있다. 교육 당국의 면밀한 조사와 이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