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귀를 열고 소통하십시오

대통령님 귀를 열고 소통하십시오

2008년 06월 29일 by jeungam

    대통령님 귀를 열고 소통하십시오 목차

장맛비가 내리리라던 6월 28일, 온다던 큰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슬비 맞으며 걷고픈 광화문 네거리는 철망을 두른 버스로 섬이 되었습니다. 아련한 추억이 묻어나올 것같은 덕수궁 돌담길에는 길다란 곤봉과 날카로운 방패에 맞아 피흘리고 쓰러진 이들로 즐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길을 가로질러 막혀 광장이 되어버린 태평로 거리에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어찌보면 도로 점거는 이미 경찰이 먼저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거리에 주저앉은 사람들 손에 손에는 촛불을 들려있습니다. 제 몸을 불살라 작은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어둡기만 한 세상이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청와대로 가는 길을 묻던 이들은 철벽처럼 둘러막혀 쥐새끼 한마리도 드나들 수 없는 거리에 앉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소리질렀습니다.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를 먹는 미친 소'는 먹고 싶지 않다며,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며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엄마는 쏟아지는 소화기 세례에 소스라치게 놀라 물러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작 소리나 질러대던 이들에게는 물대포가 뿜어져 나옵니다. 장맛비에 젖기도 전에 모두 흠뻑 젖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소화기와 방망이와 방팻날이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잡아갈 거면 우리를 밟고 가라"며 골목길에 누워있던 개신교단체 회원들은 무수한 몽둥이찜질과 발길질 끝에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들개처럼 달려드는 경찰을 막아서며 폭력을 만류하던 한 스님도 힘없이 무너져 버스 너머로 끌려갔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도, 거리로 나선 국회의원도 차별 없이 두들겨 맞았습니다. 힘없이 서있던 여학생은 경찰들이 휘두르는 곤봉에 두들겨 맞고 젖은 거리를 뒹굴어야 했습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수십만의 촛불을 바라보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혹여 촛불과 함께 서울 시내를 뒤덮은 붉은 십자가를 보았던 것은 아닐까요. 그 십자가의 불빛을 바라보며 오기를 불태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억지스러운 추측일지라도 그 오기의 징후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도 완벽했던 '사찰 없는 지도'가 그러했고, 목사와 나란히 포스터에 등장해 복음화를 외친 경찰청장이 그러했습니다. '불교'라는 글씨가 써있다는 이유로 문화재를 땅에 파묻어버린 어느 광신도 교장의 이야기는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불자들은 해방 이후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는 한 스님의 말씀이 공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한 번은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공정하고 훌륭할 때 대신들이 공정하고 훌륭하게 되며, 대신들이 공정하고 훌륭하면 관료들이 공정하고 훌륭하게 되고, 관료들이 공정하고 훌륭해지면 백성들이 공정하고 훌륭해 지지요." (증일아함경)

<본생담>에서는 훌륭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하고 정직하고 절대적 성실성을 갖추어야 하며,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대중의 여론을 존중하여 평화와 조화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대화로 소통하겠다던 대통령은 입은 열려 있되, 귀는 막아버렸습니다. 눈은 넓게 보지 못한 채 한 곳만 바라보는 듯합니다.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시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귀를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막아버린 통치자의 귀를 열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대접을 받고 있는 종교계가 타일러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 속에서 종교의 역할입니다. 참 진리는 깊은 산 속 선방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소통하십시오. 만약 이를 계속 거부한다면, 가난한 여인 난타가 밝힌 한 개의 등불이 비바람 속에서 끝내 꺼지지 않고 빛을 발했듯이, 거리를 밝힌 촛불의 물결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포커스 신혁진기자> <http://www.bulgyofoc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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