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署 감금됐다 풀려난 밀행스님 인터뷰

은평署 감금됐다 풀려난 밀행스님 인터뷰

2008년 06월 28일 by jeungam

    은평署 감금됐다 풀려난 밀행스님 인터뷰 목차
촛불이 켜져 있는 한
내 법명은 '밀행' 아닌 '참여'


은평署 감금됐다 풀려난 밀행스님 인터뷰
국민 짓밟는 정권 반대…쇠고기협상 굴욕

은평서에 연행됐던 밀행스님은 국민에게 폭력적 고통을 주는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며, 이를 국민의 고통을 방관하는 불교계 지도부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6월 27일) 새벽 0시 40분 경에 은평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한나라당 쪽에서 스님들은 먼저 석방시켜달라는 연락을 받은 경찰이 어제 저녁 7시쯤 경찰서에서 나가도 좋다고 전해왔어요. 불교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거죠. 하지만 함께 연행된 시민 6명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거부했죠. 결국 오늘 새벽에 모두 다 함께 나왔습니다.”

6월 25일 낮 경찰에 의해 정암 스님과 함께 강제 연행됐던 밀행 스님(불교인권위원회 인천지부 부위원장)을 27일 오후 5시경 청진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연행과정과 경찰서에서 일어났던 일,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밀행 스님은 풀려나는 즉시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으로 직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한 정부를 마음껏 규탄했다. 스님이 50회 이상 촛불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첫째가 시민보호였고, 두번째가 쇠고기 협상반대였다. 경찰서문을 박차고 나온 이날도 온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하긴, 그저께 연행됐다가 오늘 풀려났는데, 설마 또 잡아가랴.

스님은 연행되던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찰이 승복을 입고 있는데도 마구잡이로 연행을 했습니다. 버티니까 4명이 두 팔과 두 다리를 나눠 잡고 강제로 닭장차에 태웠지요. 나는 스님이다. 나를 연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현 정권이 불교를 가벼이 보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신부였다면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겠지요. 모두 불교가 잘못 처신해온 탓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이죠. 지금부터라도 불교계가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스님은 경찰서에 감금됐다 풀려난 뒤로 불교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절실해졌다고 했다.

“경찰서에 가서 항의했지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불법연행이라고 따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서에 들어간 뒤로는 밥도 안먹었습니다. 항의의 표시로 단식을 한거죠. 신분이 스님인지라 경찰서 안이지만 예불은 해야겠다며 경승실 법당 사용을 요청했는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법당이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법당 공사중이라고 하대요. 거짓말인게 나중에 들통났지만. 할 수 없이 조사실의 한쪽 벽을 불단으로 삼아 예불을 올렸지요. 예불을 하다가 얼핏 보니 함께 연행됐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합장한 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예불이 끝날 때까지 아주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있었지만 불자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수행에 전념해야 할 스님이 왜 두 달 가까이 저자거리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것일까. '이해못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텐데'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스님의 대답은 일사천리다.

25일 은평경찰서로 강제연행되어 구금되었다가 27일 새벽 풀려난 밀행스님. 그는 끝까지 촛불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에겐 두 가지의 길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하나는 ‘수행’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 참여’이지요. 이 두 개의 수레바퀴가 함께 돌아가야 온전한 불교, 온전한 수행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불자들, 특히 스님들 중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한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아닙니까?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내면으로는 탐진치 삼독을 소멸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야 하고, 나머지는 고통을 일으키는 외부적인 조건을 바꿔주는 것이지요. 이 고통을 부르는 외부조건은 참여를 통해서 개선시켜야 합니다.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외부적 고통을 개선하는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논리는 정연했다. 아마도 촛불시위에 오랫동안 동참하면서 자연 세상의 고통을 관찰하다보니 견해가 탄탄해진 모양이다.

“광우병 위험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미국소 수입을 막으려는 것은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 생존권, 건강권에 대한 문제이지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라고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그리고 올바른 요구입니다. 이것을 탄압하는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지요. 특히 생명 문제에 큰 관심과 비중을 두어야 할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봅니다.”

스님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따끔한 질책으로 이어진다.

“폭력으로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현 정권은 '국민을 섬긴다'고 말하면서 짓누르고 있어요. 이번 쇠고기 협상과정도 그렇습니다. 국민의 의사는 안중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듯 협상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이 과정에서 진실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스스로 불신을 자초했다고 봅니다. 또 미국정부와의 협상에서 우리 국민의 주권과 자존심을 내팽개쳤습니다. 굴욕적 자세를 보였다고 국민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싫다는데 자꾸 미국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요. 국민을 이기려해서는 안됩니다.”

오늘 하루 긴 휴식을 취했다며 이따금씩 기지개를 피는 밀행 스님. 그는 촛불이 켜 있는 동안만큼은 숨어 비밀한 수행을 하는 밀행(密行) 스님이 아닌 ‘참여(參與)’ 스님으로 불러달라며 활짝 웃었다. <미디어붓다=이학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