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안거 해제 법어 목차
만행길에서 경계를 만나 사자후를 토하라
2197명 집계, 종정 방장 스님 해제법어로 정진 당부
한 여름 장마비가 지나간 산하에 푸른 잎들이 무성하게 산과 들을 물들였다. 수행에 멈춤이 없음에 하안거 기간 구도심을 불태운 납자와 재가불자들이 해제일을 맞아 만행에 나섰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발표한 <신묘년(辛卯年) 하안거(夏安居) 선사방함록(禪社芳啣錄)>에 따르면 2011년 하안거에 방부를 들인 납자들은 전국 95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54곳, 비구니선원 36곳)에서 총 2187명(비구 1186명, 비구니 813명, 총림 188명)에 달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한 총림, 제방 선원의 스님들은 납자들에게 법어를 내리고 중단 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만행길에서 경계를 만나 사자후를 토하라”
“납자가 법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들을 수 있다면 헛소리도 사자후 될 것”
법전 스님은 중국 송대에 섭현귀성 선사가 분양선소 선사가 절을 하자 ‘그대는 조금 전에 어떤 도리를 알아차렸기에 나에게 절을 올렸는가’라고 묻자 분양선소 선사가 ‘그것은 제가 바로 본분의 목숨을 던진 경계였습니다’라고 답한 문답을 예로 한철 정진한 힘이 섞인 사자후를 만행길에서 토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법전 스님의 하안거 해제 법어 전문이다.
사자후에 뇌(腦)가 찢어지도다
섭현귀성(葉縣歸省) 선사에게 분양선소(汾陽善昭) 선사가 절을 하자 이에 물었습니다.
“그대는 조금 전에 어떤 도리를 알아차렸기에 나에게 절을 올렸는가?”
“그것은 제가 바로 본분의 목숨을 던진 경계였습니다.
뒷날 이 말을 전해들은 경산지우(徑山智愚) 선사는 법상에서 주장자를 세우고 말했습니다.
“봉황은 봉황을 낳고 사자는 사자를 낳는구나.”
‘사자후’에 대하여 <증도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자후무외설(獅子吼無畏說)이여
백수문지개뇌열(百獸聞之皆腦裂)이로다
사자의 포효처럼 두려운 상대가 없는 말씀이여!
모든 짐승이 듣고서 하나같이 뇌가 갈가리 찢어지노라.
영가현각 선사의 이 법문을 듣는 순간 이것은 이미 뇌가 갈가리 찢겨지는 일입니다. 이것일까 저것일까 하고 분별한다면 그 순간 여우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갖가지 삿된 견해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사자의 몸에서 생긴 벌레가 사자살을 파먹듯이 내 마음 속에 작은 망상은 점점 커져 결국 나를 잡아먹고 말 것입니다. 납자가 법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들을 수 있다면 헛소리도 사자후가 될 것이요, 납자가 탐욕에 물든 견해로써 법을 듣는다면 설사 사자후라고 할지라도 여우 울음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덕산 선사는 누구라도 문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둘렀고, 임제 선사는 학인이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함을 내질렀습니다. 이런 사자후도 눈 어두운 자들은 여우 울음소리로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지식들은 보리심(菩提心)이 대사자후(大獅子吼)요, 대비심(大悲心)이 대사자후(大獅子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신묘년 하안거 한 철 동안 정진한 힘은 해제 이후 경계를 만났을 때, 과연 사자후가 나오는지 여우 목소리가 나오는지 만행길 위에서 스스로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자아(獅子兒)는 등공반척(騰空返擲)하고
준요자(俊鷂子)는 불연구과(不戀舊窠)로다
사자는 허공으로 뛰어올랐다가 몸을 되돌려 던지고
날쌘 매는 해묵은 보금자리를 그리워하지 않는구나.
“깨침의 마음밭 쉼없이 가꾸도록 하라”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
“깨침의 마음 밭에는 맺고 풀음이 따로 없는 법, 쉼없이 가꾸도록 하라”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여러 경계를 이겨낸 수좌들이 사바세계에서 진속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수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이를 통한 흔들림 없는 마음밭을 가꿀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혜초 스님의 하안거 해제법어 전문이다.
깨침의 마음밭 쉼없이 가꾸도록 하라
깨침의 마음 밭에는 그 무엇이던 잘 자라지 않음이 없으며, 맺고 풀음이 또한 따로 없는 법이다.
하지만 업연이란 몸집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중생의 수례바퀴는 끝없이 돌고 돌아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하였으니, 굶으면 배고프고, 피곤하면 잠 오기 마련이며, 진속의 경계 또한 분명한 것이다.
수좌들은 결제동안 이러한 여러 가지 경계를 이겨내고 득력을 쌓았으니 이제 사바로 나아가 또 다른 진속의 체험을 철저히 점검하여 흔들림 없는 마음밭을 쉼없이 가꾸도록 하라.
世變難知朝夕事
세상의 변화는 아침저녁 일을 알기 어려운데
海波不絶古今聲
바다물결은 옛과 이제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구나.
諸法自性將涅槃
모든 법의 자성은 장차 열반인 것이니
誰有智言無密意
누가 지혜롭게 말은하나 그 비밀의 깊은 뜻은 모른다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단박에 끝내려고 하지 말고 우직하고 미련하다 할 정도로 끈질기게 밀어 붙여 보십시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혜가 스님이 안심법문을 얻기 위해 팔을 끊고, 육조 스님이 허리에 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은 일화를 상기시키며 끊임없이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법어 전문이다.
山河大地眼前花(산하대지안전화) 요
萬像森羅亦復然(만상삼라역부연) 이라
自性方知元淸淨(자성방지원청정) 하니
塵塵刹刹法王身(진진찰찰법왕신) 이로다
산하대지여! 눈앞에 꽃이요.
삼라만상이여! 또한 그러하구나.
자성이 원래 청정한 줄 알고 나니
진진찰찰 그대로가 법왕신 이로다.
최초에 무엇을 위해 발심하였는가?
모두들 생사대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할애사친(割愛捨親)한 고통을 이겨내고 굳건한 용맹심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혜가대사가 안심법문을 얻기 위해 팔을 끊었고, 육조는 허리에 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 깊이 헤아려 보십시요.
과거 무량한 부처님들도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해 신명을 버리기를 미진수겁토록 했다는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혹 몸에 병이 생기면 어쩔까하고, 이 한몸 시봉하다 세월 다 보내고 게으름으로 나를 무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하게 살펴야 합니다.
웃고 잡담할 때 항상 우리 뒤에는 어린 아이의 얼굴을 한 무서운 무상의 살귀(殺鬼)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막상 목전에 닥쳐서 후회해 보지만, 그 때를 당해서 아무도 무사히 벗어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상상지기(上上之機)처럼 단박에 끝내려고 하지 말고 우직하고 미련하다 할 정도로 끈질기게 밀어 붙여 보십시오.
공복고심(空腹高心)이란 말이 있듯이 마음만 앞서고 애쓰지 않으면 시주의 은혜만 무거워지게 됩니다.
역대조사가 그랬듯이 우리도 구경의 깨달음을 얻겠다는 원력을 다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불퇴의 초심(不退初心)입니다.
이것은 태산을 이루게 하는 한 줌의 흙이요, 넓은 바다가 깊은 물이 되게 하는 한 방울의 물이며,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며 나아가야 합니다.
결제니 해제니 하는 그 이름에 놀아나지도 말아야 합니다.
참 결제에 들어갔다가 참 해제를 하고 나와 역대조사와 시은에 당당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마음을 다 잡아 용맹정진을 위한 다짐의 해제를 해야 할 것입니다.
萬法由來空裏花(만법유래공리화) 어늘
豈宜徒算海中沙(기의도산해중사) 리오
但從鐵壁銀山透(단종철벽은산투) 언정
不問如何又若何(불문여하우약하) 어다
만법도 본래 허공 꽃과 같거늘
어찌 바다 속 모래알을 세려 하는가?
다만 은산과 철벽을 뚫을 지언 정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묻지 말지어다.
'불교자료실 > 법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 스님, 영108인 강연 “맞선 볼 때 슬리퍼 신고 나가라” (3) | 2011.11.13 |
---|---|
조계종 종정 법전대종사 동안거 결제 법어 '날이 밝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니' (0) | 2011.11.07 |
조계종 5대 총림 방장 하안거 결제 법어 (0) | 2011.05.17 |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0) | 2011.05.17 |
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대종사 불기2555년 봉축법어 발표 (0) | 201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