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ㆍ광고 속에도 ‘불교코드’가 숨어있네?

영화ㆍ광고 속에도 ‘불교코드’가 숨어있네?

2008년 06월 04일 by jeu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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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광고 속에도 ‘불교코드’가 숨어있네?
영상미디어 속에 나타난 불교사상
인간의 삶과 욕망이 그대로 반영되는 대중문화의 대표 매체로써 기술문명의 중심부에 영상미디어가 있다. 불교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원인(集), 괴로움의 소멸(滅) 그리고 괴로움이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대변하는 이 시대의 거울이 바로 영상미디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괴로움이라고 하는 단언명제는 무수한 인연의 결합이라는 원인에서 비롯된 것. 인연의 의미는 다양한 인간만큼이나 개별적이기 때문에 그 속성은 일반화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간의 복잡한 경험담은 영상미디어의 주요 소재 거리가 된다. 차가운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군상들 속에서 인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공간을 아우른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수미산의 겨자씨 비유처럼 인간은 진실한 실제를 살아가기 어렵다. 인간이 집착하는 실제에서 벗어나 궁극의 자유로운 실제로 향하는 여정을 영상미디어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최근 영상미디어에 나타난 불교 메세지에 주목한다. 각각의 주인공이 나름대로 펼쳐 보이는 인생사는 결국 인간의 문제이며 밝은 미래를 향한 자유의지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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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쿵푸팬더>의 한 장면

극장애니메이션: ‘쿵푸팬더’
게으름의 상징인 팬더가 쿵푸를 한다? 극장애니메이션으로 온가족이 함께 관람 가능한 ‘쿵푸팬더’는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평화의 계곡, 대대손손 이어져온 국수집에서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 국수배달을 하던 팬더 ‘포’가 마을의 현자 ‘우그웨이’로부터 용문서의 전수자로 점지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쿵푸라고는 전혀 모르는 평균 수면시간 22시간, 이동속도 시속 30cm, 키 120cm에 몸무게 160kg인 초고도 비만팬더 포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소리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런 포가 못미덥지만 ‘예언의 인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쿵푸 마스터 시푸 사부와 수제자들은 기상천외한 특별훈련으로 포의 훈련에 함께한다. 타고난 몸치에다 식신인 함량미달 팬더의 쿵푸 영웅 도전기는 ‘내 안에 잠재된 참 나’를 깨우는 과정이다. 한없이 부족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조금씩 쿵푸 마스터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에서 모든 해법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마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가수 비가 출연한 <니콘카메라> CF의 한 장면

TV광고: ‘CYON와인폰’ㆍ‘니콘D300’
“스님. 삶의 지혜란 어떤 건가요?” 숲 속 연못을 건너는 작은 조각배에 탄 청년이 노를 젓는 스님에게 묻는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큰 걸 볼 줄 아는 것이지.” “그럼 큰 것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님이 답한다. “돈 주고 사라 이놈아.” 유유히 흐르는 물길 위에서 인생이란 조각배를 타고 가며 스님에게 삶의 지혜를 묻는 핸드폰 광고다. 와인(WINE)세대로 불리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출시된 제품으로 내외부 LCD화면을 키우고 기능버튼을 한글로 표시한 제품의 특징을 ‘크다’는 컨셉으로 하여 구매 대상 소비자의 고민을 불교의 선문답과 연관 지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겠다. 그리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게 하겠다.’ 니콘(Nikon) 카메라가 지닌 사실적인 색감 표현과 다큐멘터리 작가에게 느껴지는 진중하고 순수한 열정을 효과적으로 살린 TVCF이다. 세계 인류의 문화유산인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내의 바이욘 사원을 배경으로 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하고 스타모델 비(정지훈)를 기용하였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은 사물의 본성을 보는 지혜를 의미한다. 불교의 사마타(止)ㆍ위빠사나(觀)와 같다. 도성제로서 괴로움이 소멸에 이르는 길인 팔정도(八正道)는 무상(無常)한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공(空)한 진리로 향하는 수행법이다. 불교문화유적과 수행자를 바라보며 읊조리는 사진작가의 독백은 헤아리기 어려운 태고적 불교문화의 신비를 제품의 독자성과 연관 지었다.

SBS드라마 <일지매>의 한 장면

드라마 : ‘일지매’의 공갈아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소?” 공갈아제(양길강)는 수ㆍ목요일이 되면 한양 남문 저잣거리로 탁발을 나선다. 억눌린 서민의 가슴을 후련히 해주는 드라마 ‘일지매(SBS)’속 아제의 직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극중 봉순의 양아버지이기도 한 아제는 귀여운 부녀공갈사기단이다. 무념무상으로 살아가는 아제는 삶에 욕심이 없다. 과거 잘나가던 왕의 호위무사로 인조반정에 가담하면서 살생에 대한 죄의식을 느낀 후 승복을 입고 서민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다는 짓(?)이 사기행각 연발이다. 만날 사람은 언제 어디서라도 다시 만난다 했던가. 자신이 암살했던 인물의 아들을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일지매(이준기)와의 가슴 아픈 인연으로 무술을 전수한다. 공갈아제는 조선시대 억불 정책 속에서 행색은 초라하지만 강인한 내면으로 부조리한 계급사회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승려이다.

배우 양길강은 “드라마의 배경이 조선시대 중기이지만 모티브만 따랐을 뿐 현시대와 견주어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문화와 문명이 발달하고 삶의 윤택함이 나아졌을 뿐 공갈아제는 허구와 정의가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이기에 살아가는 동안 인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업(業)의 굴레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말하는 퓨전 사극이다.
가연숙 기자 | omflower@buddhapia.com
<출처 : 현대불교신문 www.buddhapi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