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스님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법응스님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2010년 02월 13일 by jeungam

    법응스님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목차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법응스님은 최근 국정원직원의 조계사 압력행사 사건과 관련하여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공개편지를 불교언론을 통해 보내왔다. 관련글  국정원, 조계사 행사에 압력 행사해 파문

법응스님은 이 편지에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그 방향성을 상실해 버렸다.”고 꼬집고 “자신들의 안테나와 칼끝이 향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사회의 안정을 해치며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법응스님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전문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옛 사람들의 표현처럼 ‘나랏일’을 하는 분에게 띄우는 공개서한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글의 첫머리에 감사의 인사와 존경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 마땅한 예의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감사의 인사도, 존경의 마음도 보내드릴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은 모두에게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사의 인사와 존경의 마음은 신뢰를 그 바탕으로 하겠지요. 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국가를 전복하려는 반국가단체나 테러조직, 산업스파이 등 국가와 국민에 위해를 가하려는 집단을 활동의 대상으로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그 방향성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자신들의 안테나와 칼끝이 향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사회의 안정을 해치며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민으로 하여금 신뢰와 애정을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망상이요 몽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정원은 조직의 특성상 활동의 분야와 업무의 공간이 정치권력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기능을 잘못 활용할 때, 자유민주주의의 퇴보를 불러오며 직속상관인 대통령에게까지 누를 끼칩니다.

조계사 사태가 발생한지 10일이 지났음에도 사과 한 마디가 없습니다. 국정원법 제3조(직무)는 국내보안정보(대공ㆍ대정부전복ㆍ방첩ㆍ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에 한합니다. 제19조(직권남용)는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에 불교계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 국정원 직원이 조계사에서 거행되는 행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직무범위 벗어난 행위이며 ‘의무 없는 행위(행사취소)’를 하게 한 것입니다. ‘오만방자’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입니다.

우려하는 바는, 국정원의 권력남용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불필요한 곳에 인력과 예산을 사용함으로서 국가를 전복하고 우리의 귀중한 정보를 빼내려는 검은 세력에 대한 그 만큼의 업무나태를 초래하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 국정원장의 사과와 담당자에 대해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잘못 향한 안테나와 칼끝을 제 방향으로 돌리지 않아서 이런저런 문제가 지속으로 발생한다면 내부의 사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둔적 입장이어야 할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 세상뉴스에 오르내리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누구보다도 국정원과 요원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며 업무에 충실하는 대부분의 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불기2554(2009)년 2월 10일

법응(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