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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대표적 해수관음도량…정동진 등명낙가사
양양 낙산사와 함께 동해의 대표적 해수관음도량인 등명낙가사는 동해의 해돋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신라시대 창건 당시 ‘수다사’로 불렸던 등명낙가사는 서울의 ‘정동’에 위치해 있다.
해맞이 일품 명소로 자장율사가 창건
일주문 돌기둥엔 ‘정동’ 알리는 글 새겨져
세계 유일 청자 오백나한상 나한전 봉안
철분 함유된 등명약수 부인병 효험 입소문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 날이면 동해의 이름난 일출 명소엔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중 매스컴의 시혜를 톡톡히 입은 곳은 분명 정동진이다. 고현정이 주연한 <모래시계>로 일약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동진은 서울의 정동 쪽에 있는 ‘진(津)’이라는 뜻이다. 진은 나루나 나루터를 의미하는 말이다. 정동진의 인기와 더불어 함께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 둔 사찰이 있다. 바로 등명낙가사다.
겨울 바닷가 인근의 사찰은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파도 소리뿐인 한적한 바다와 고즈넉한 절집이 어우러진 정취는 한겨울 해변의 냉기를 단숨에 잊게 만든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는 교차점이 되는 요즈음 자신을 되돌아보고 희망찬 새해 계획을 세우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검푸른 동해가 어깨에 닿을 듯이 지척에 펼쳐지는 강원도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정동진역 가기전 오른쪽에 자리 잡은 사찰이 바로 그곳이다.
‘모래시계’를 촬영한 정동진역의 모래시계 소나무.
일주문이 자못 웅대하고, 널찍한 주차장이 눈에 확 뜨일 정도로 규모가 있는 사찰이다. 동해안의 해안 사찰 중 양양 낙산사에 버금 갈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등명낙가사의 일주문을 지나가면 눈에 들어오는 작은 돌기둥 하나가 있다. 사각의 화강석으로 이루어진 그 돌기둥에는 ‘정동(正東)’이란 글자가 당당히 새겨져 있다. 이 글자는 정동진이 한양의 정 동쪽이 아니라 실상은 등명낙가사가 정동 쪽이라고 시위하는 듯하다. 그렇다. 서울의 정동 쪽은 정동진이 아니라 바로 등명낙가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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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와 함께 동해의 대표적 해수관음도량인 등명낙가사는 멀리 신라시대까지 그 연원이 올라간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선덕 여왕 때 자장 율사가 지었다고 하며, 창건 당시의 이름은 ‘수다사’였다. 자장율사가 북쪽의 고구려와 동쪽의 왜구를 견제하기 위해 부처님 사리를 모시고 절을 창건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확인된 바 없는 전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연원이 사실이든 아니든 동해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는 사찰의 고즈넉한 향기는 일주문을 지나는 순간 온 몸을 휘감고 돈다.
등명낙가사에는 절의 폐쇄와 관련된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고려를 쿠데타로 뒤집고 등장한 조선 왕실은 숭유배불이란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행한다. 그리고 그 정책의 희생양을 부지런히 찾고 있었는데, 바로 등명낙가사가 걸려든 것이다. 등명낙가사가 한양의 정동 쪽에 있어 궁궐에서 먼저 받아야 할 태양의 기운을 먼저 받는다는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그 결과 등명낙가사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등명낙가사에는 절의 폐쇄와 관련된 전설이 2개 더 전해진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왜병들의 방화에 의해 불태워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역시 조선 왕실과 관계가 있다. 조선 시대 어느 왕이 안질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그래서 점술가에게 물어보니, 한양의 정동 쪽에 있는 어느 절에서 쌀뜨물을 동해로 흘려보내 용왕이 놀라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왕은 특사를 파견했고, 특사가 와서 보니 절 앞바다가 뿌옇게 변해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찰을 폐쇄했다고 한다. 이 전설 안에도 ‘숭유배불’이란 이데올로기가 교묘하게 숨어 있다.
등명낙가사는 지난 1956년 경덕스님에 의해 재창건 되었다. 절에는 몇 가지 볼거리가 정갈하게 숨어 있다. 그 중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오백나한이다. 이는 인간문화재이자 도예가인 유근형 옹이 3년 6개월의 각고끝인 1977년에 심혈을 기울여 청자로 구워 완성한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청자 나한군집이다. 나한들 하나하나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중생들 군상과 같이 모두 달라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오백나한전에 가서 참배 한 후, 영산전과 극락보전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을 잊지 말자. 특히 극락보전 옆 오솔길을 따라가면 만월보전이라 쓰여진 약사전이 나타나는데, 이 곳에서 동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장관은 가히 일품이다. 어찌 그리 동해의 물이 푸르고 청청한지. '블루(Blue)'라는 색깔이 주는 이중성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약사전 앞이다.
인간문화재인 유근형 옹이 3년 6개월간 청자로 구운 오백나한상.
약사전 앞에는 5층 석탑이 하나 외롭게 서 있는데, 원래 자장 율사는 똑같은 석탑을 세 개 세웠다고 한다. 그 한 기가 약사전 앞에 세워졌고, 또 하나는 약수터 옆에 세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절이 바라보는 동해안에 세웠다는 것이다.
솔직히 등명낙가사에서는 사찰의 오래된 향을 느끼지는 못한다. 예전에 조성된 모든 흔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그리움이 없다. 그러나 그런 그리움과 향은 없어도 동해를 바라보는 넉넉한 품새만은 느낄 수 있다. 그 넉넉한 품새는 일주문을 지나가기 전에, 붉은 기운을 발하는 약수터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등명낙가사를 둘러 본 사람은 반드시 이 약수를 먹어 보아야 한다. 이 약수를 처음 먹어 본 사람은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맛에 약간 비위가 상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약수는 철분을 다량 함유한 탄산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 색깔도 약간 붉은 빛이 감돈다. 그러나 맛은 다소 이상해도 몸에 좋은 약수임에 틀림없다.
동해의 숨겨진 사찰, ‘등명낙가사’. 진정한 정동의 지위를 가진 이곳에서 푸른 물감으로 채색된 동해를 바라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으리라. 등명낙가사와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하슬라아트월드와 썬크루즈가 있다. 또 헌화로, 안보등산로, 통일공원도 둘러볼만 하다.
가는길 & 묵을 곳 & 먹을곳
▲가는길 (승용차)영동고속도로 강릉 IC로 나온다 - 강릉시청 교차로에서 정동진 방면 우측 방향-농산물 도매시장, 제 18전투비행단, 단오문화권 방면으로 좌측 방향-동해, 정동진, 통일공원 방면 우측 방향으로 오다 오른쪽에 위치
▲묵을곳 해돋이 모텔(평일 4만원), 썬크루즈 호텔(033-610-7000, 평일 8만원), 하슬라아트뮤지엄호텔(033-644-9411, 평일 22만원) 등이 있다.
▲먹을곳 큰 기와집(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033-644-5655)은 한옥 분위기의 널찍한 기와집에서 맛보는 전복해물수제비가 일품이다. 이 외에 매콤달콤한 해물오징어볶음이 추천 메뉴다. 또한 정동진 토속 음식인 섭 전문음식점인 바다마을 횟집(033-644-5747)도 유명하다. 메뉴는 섭죽, 섭 해장국, 섭 칼국수 등이 있다.
<현대불교신문 김주일 기자·사진=박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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