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계, 달라이라마 방한 반대 압력 논란

중국 불교계, 달라이라마 방한 반대 압력 논란

2009년 11월 26일 by jeungam

    중국 불교계, 달라이라마 방한 반대 압력 논란 목차

취임 첫 예방에 ‘결례’ , 자승 스님 “상황 고려 판단”

▲도술인 CCRP 부단장이 달라이라마 방한 반대 원고를 낭독하고 있다

 

중국불교협회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불교계가 달라이라마 방한을 추진할 시 한중불교교류 및 우호에 해로울 것’이라는 압력을 행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취임축하를 겸해 이뤄진 자리에서의 이와 같은 발언은 ‘이웃국가 종교 지도자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났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중국종교평화위원회(CCRP) 대표단 도술인 부단장(刀述仁.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은 11월 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달라이라마는 종교지도자 뿐만 아니라 정치지도자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며 “달라이라마가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중불교계의 우호에 해로울 것”이라는 엄포 섞인 발언을 내뱉었다.

▲자승 스님(왼쪽 세번째)이 부선위 단장에게 반가사유상을 선물하며 양국 종교계 교류를 다짐하고 있다. 제일 오른쪽이 도술인 부단장

 

이날 자리는 앞선 19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중국종교평화위원회(CCRP) 초청 방한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됐으며,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취임 축하예방도 겸해 이뤄졌다.

당초 예방 행사는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선위 단장(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주석, 중국기독교삼자애국회 주석)의 취임 축하 인사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축하 축전에 대한 감사, 중국불교계의 현황과 한중일불교교류대회의 지속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자리는 자승 스님과 부 단장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 양국불교교류가 더욱 진흥됐으면 좋겠다’는 화답으로 끝맺는 듯 했다. 하지만 도술인 부단장은 마지막 인사 순서에서 30분 동안 미리 준비한 A4 용지 두장 분량의 원고를 낭독하며 한국불교계에 대한 당부를 밝혔다.

도 부단장은 “제14대 달라이라마의 진실된 모습을 봐달라”며 “달라이라마는 망명동안 해외에서 민족 분열을 꾀하고 ‘달라이 그룹’을 통해 중국 종교문화를 훼손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비판했다.

도 부단장은 이어 “1959년 티베트 무장폭동 등 티베트 독립이라는 정치적 주장하에 비법적 행위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라싸 폭력사태 또한 달라이 그룹이 계획한 것”이라며 “그들은 티베트 경제를 파괴하고, 중국 올림픽대회도 방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 부단장은 “모든 중국 불교도는 달라이라마의 행동을 규탄한다”며 “얼마 전 달라이라마가 한국을 방문하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그가 방문하면 중한 양국 불교의 관계에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고 낭독 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달라이라마를 공식 초청한 바 없으며 방한과 관련한 공식 접수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자승 스님은 이어 “종단은 전과같이 한중불교 관계를 우선으로 여기고 있고, (방한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선위 단장은 이에 “한중종교계는 서로 정치적 입장을 떠나 우호와 교류를 지속해나갔으면 한다”고 화답하며 도 부단장의 발언을 수습했다.

자승 스님은 이후 이어진 교계 기자간담회에서 “상대방이 길게 말할 때는 짧게 답하는 것이 좋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예방 자리에는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선위 단장(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주석, 중국기독교삼자애국회 주석)과 도술인 부단장, 학성 비서실장(중국불교협회 부회장), 등종량 고문 등 중국종교 지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조계종은 사회부장 혜경 스님, 사서실장 경우 스님, 사회국장 묘장 스님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