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재해석한 ‘심우장과 한용운’

현대미술이 재해석한 ‘심우장과 한용운’

2008년 09월 11일 by jeungam

    현대미술이 재해석한 ‘심우장과 한용운’ 목차

 9월 30일까지 성북동 테이크아웃드로잉서

고산금

현대미술작가 고산금은 9월 30일까지 성북동 복합문화공간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만해 한용운 연구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성북동 허름한 골목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보면 북향으로 난 창문에 청빈한 삶이 묻어나는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가택 심우장(서울기념물 제7호)이 있습니다. 마당으로 들어선 순간 선생의 정신을 그 모습 그대로 현대미술을 통해 살리겠다고 마음먹었죠.”

복합문화공간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9월 30일까지 트렌드문화와 불교정신이 조우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삶과 작품 세계가 현대미술로 재해석돼 누군가의 나른한 오후 혹은 치열한 일상을 잠시 달랜다. 신문사설ㆍ시ㆍ노래 가사 등을 구슬과 같은 점으로 기호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미술가 고산금(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서양화)이 펼치는 ‘만해 한용운 연구’展 이다. 한용운 선생과 가택, ‘심우장’에 떠도는 시대정신으로 초대한다.



님의침묵 드로잉 고산금

님의 침묵 드로잉.

사람들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심우장처럼 오래된 유물을 현대에 재해석하는 작업은 외롭다. 현대미술가에 의해 작품화된 ‘님의 침묵’ ‘가갸날에 대하여-동아일보ㆍ1926’ ‘여성의 자각이 인류해방요인-동아일보ㆍ1927’ 등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관점의 추측을 시도하게 한다. ‘님의 침묵’ 초판본을 펼쳐 과거의 쩌렁쩌렁한 정신, 이 시대에 다시 주목해야 할 인물로 재발견한다.

테이크아웃 드로잉 님의침묵

테이크아웃드로잉 성북동점에 전시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심우장과 한용운 선생의 작품 세계와 사상을 전이(轉移)하여 시각적으로 재조명합니다. 1930년의 개화기 언어를 21세기 아이콘으로 단순 합리화해 그 의미를 전달하죠. 현실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직면했던 선생이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 시인으로 거듭났듯 그의 정신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고자 합니다.”라며 전시 의도를 밝혔다. 작가는 시의 느낌과 심우장의 개념을 추상적인 기호학의 설치로 반영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공통의 문자 개념을 넘어 지극히 개념적이고 사적인 기호 체계로 접근하는 이유다.

여성의 자각이 인류해방요소 고산금作

고산금作 여성의 자각이 인류해방요소-동아일보 1927년 7월 3일 한용운 글.

한용운 스님은 1920년대 감상주의를 배제한 선지식으로 불교적인 ‘님’을 자연으로 형상화 하며 고도의 상징법을 구사한 ‘님의 침묵’을 완성했다.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정신과 불교에 의한 중생제도를 노래한 시로 선생의 차가운 열정을 메탈 소재를 통해 표현했다.

고산금작가

설치 전시 작업 중인 고산금 작가.

작품 ‘여성의 자각이 인류해방요소’의 경우 신문에 기고된 선생의 글을 치밀한 코바늘 뜨기 기법으로 선생의 내면을 표면에 내세운다. 코바늘 기법은 그녀의 일종의 ‘산수’ 개념이다. 진보적인 신여성을 인정하고 글에 담긴 여성성의 부드러움을 살리는데 탁월한 소재다.

한용운 선생이 불성을 찾는 ‘심우(尋牛)’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다독이듯 작가 또한 한용운 연구 작업을 통해 내면의 자아와 시대정신의 교감을 모색한다. 선생이 심우장을 지을 때 ‘총독부와 마주보기 싫다’하여 고의로 북향을 선택한 것처럼 전시 공간의 모든 인테리어는 북향을 향하고 왜곡된 ‘메탈시트’재료를 통해 남향의 풍경을 담아 반사했다.

고산금

고산금 작가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냉정한 열정을 꼬바늘뜨기 기법을 통해 표현했다.

각각의 사람들이 느끼는 관점의 다양함이 표출하는 다의적인 의미를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는 작업을 통해 해석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한다. 작가가 시도하는 언어의 확장은 일념을 통한 나름의 결론으로 개념과 노동이 지닌 작업과정을 강조한 집약의 결정체다. 한 인물에 관한 고정관념과 사상을 해체하면서 새로운 기호학으로 접근한다.

성북동의 명소가 될 ‘테이크아웃드로잉’ 젊은 지성인의 아지트로 1년에 2회 한용운 선생님의 생가를 이곳으로 전이 또는 확장시키는 설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02)745-9731
<현대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