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약사여래, ‘지리산’을 품다

실상사 약사여래, ‘지리산’을 품다

2015년 11월 02일 by jeungam

    실상사 약사여래, ‘지리산’을 품다 목차

 

실상사 약사여래 후불탱화
▲ 남원 실상사 약사전 보물 제41호 철조여래좌상에 새로이 봉안된 후불탱화 ‘지리산 생명평화의 춤’. 이호신 화백이 그렸다. 신라시대 고찰인 남원 실상사(주지 응묵) 약사전에 봉안된 보물 제41호 철조여래좌상에 지리산을 품은 후불탱화가 봉안됐다.

실상사 약사여래, ‘지리산’을 품다

실상사, 10월 25일 약사전 후불탱화 봉안법회

지역·문화·민중의 삶 담아낸

지리산 전도를 후불탱화로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 그려

“탱화는 시대와 인간상 반영

약사여래 12대원 이뤄낼 것”

 

실상사는 10월 25일 약사전에서 철조여래좌상 후불탱화 봉안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봉안된 약사전 후불탱화는 기존의 사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탱화와는 다르다. 지리산의 사계와 문화를 그림을 통해 풀어냈기 때문이다.

생활 산수화로 유명한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이 그린 후불탱화는 ‘지리산 생명평화의 춤’을 제목으로 하고 있다. 한지에 혼합 채색했으며, 가로 690cm, 세로 184cm인 대작이다.

‘지리산 전도’를 표방한 후불탱화는 남원 와운리의 ‘지리산 천년송’이 화면 중심에 있고 좌우로 나눠져서 지리산의 풍광이 펼쳐진다. 또한 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자연 생태가 조화롭게 배치돼 있으며, 농사를 짓는 사람과 자동차, 애완동물 등 생활상도 그려졌다.

전체적으로 진경산수화기법으로 그려진 후불탱화는 산세만 농묵으로 처리돼 있고, 주제는 먹선으로만 표현했으며, 사계절의 생태가 전부 보여지도록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작품 조성에 대해 이 화백은 “후불탱화의 상징인 ‘생명평화 무늬’는 창안자인 안상수 파티 디자인학교장이 직접 그려 넣어 화룡점정을 장식했다”면서 “차별없는 대동세계, 평화와 상생의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조성한 탱화는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앉은 불상의 뜻을 역사적으로 기리고, 오늘의 현실을 살피며, 미래를 향한 부처의 마음을 담고자 했다”면서 “21세기 불교회화로서 종교를 넘어서 만인에게 공감을 주는 새 시대정신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날 봉안법회에서 실상사 조실 월주 스님과 주지 응묵 스님은 이번 탱화가 우리 시대 불국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조실 월주 스님은 격려 법어를 통해 “법화경 사상은 ‘초목국토가 남김없이 성불한다(草木國土悉皆成佛)’는 것이다. 이게 바로 불국토”라면서 “실상사 약사여래 후불탱화는 세상의 고통을 구제하고 불국토로 인도하겠다는 큰 원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어 “탱화로 장엄된 약사여래는 모든 중생이 무명심을 타파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얻어 약사유리광 불국세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을 세운 분”이라면서 “오늘 후불탱화 봉안으로 내가 서있는 곳이 불국토요,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불보살임을 깨우치는 일대사가 이뤄지길 발원한다”고 기원했다.

주지 응묵 스님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탱화들 역시 지난 시대의 사회상과 인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약사여래 후불탱화 ‘지리산 생명평화의 춤’은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부처님, 보살님, 천신들, 호법성중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불탱화를 봉안한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탱화에 담긴 가르침을 우리 삶에서 수행하는 것”이라며 “대의왕이신 부처님의 제자로서 약사여래 12대원에 담긴 대자비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 우리 사부대중의 원력이 되고 삶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불교신문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