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江)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 ---------- 생명도보 순례단, 서울 종각서 회향

“생명의 강(江)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 ---------- 생명도보 순례단, 서울 종각서 회향

2008년 05월 26일 by jeungam

    “생명의 강(江)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 ---------- 생명도보 순례단, 서울 종각서 회향 목차
생명도보 순례단, 서울 종각서 회향

“우리의 강(江)을 지키기 위해 걸어온 당신들, 감사합니다!”

생명 앞에서는 종교도 필요 없었다. 그저 생명을 지키고자하는 ‘한마음’만이 앞길을 비추었다. 한반도의 땅과 강이 편안하도록 비는 것, 그것이 인간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임을 그들은 길 위에서 처절히 느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하 생명도보 순례단, 단장 이필완)이 5월 24일 도보순례를 회향했다. 2월 12일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며 순례의 첫발을 뗀지 꼭 103일째 된 날이다.

이날 순례단의 마지막 걸음은 오전 8시 30분 잠수교 북단에서 시작됐다. 이후 도심지인 녹사평역에서 남산순환로, 숭례문, 종각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서울 도심지역을 걸으며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 대행진’을 벌였다.


마침내 순례단의 발길이 종각역에 이르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시민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종각에서 순례단의 노고를 치하했다. 한여름과 같은 더운 날씨 속에서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종각에 들어서는 순례단 역시 손을 흔들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이렇게 순례단이 도착하자 약 5000여명의 종교인과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미래세대를 위한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한 ‘생명과 평화의 강모심 대회’가 열렸다.


행사는 무겁지 않게 진행됐다. 신명나는 소리와 노래, 시민들의 강을 위한 자유발언, 생명도보 순례단 소개 등이 진행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순례단을 지지하는 단체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을 모시기 위한 문화예술인공동연대(공동집행위원장 남요원ㆍ도종환ㆍ홍일선)’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문화예술인 214인이 발간한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를 증정했다. 또한 ‘운하를 반대하는 교수 모임’에서는 생명도보 순례단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23일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들의 (한반도 대운하) 찬반토론이 벌어졌는데 (찬성하는 쪽에서는) 강을 계속 죽이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계속해서 순례단과 함께 활동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순례단도 시민들에게 활동을 마무리 하며 인사했다. 시민들을 공경하는 뜻에서 이들은 무대위에 올라가 큰절을 올렸다. 그런데 103일 도보 순례의 소감을 묻자 순례단 이필완 단장이 함께 단상에 올라간 김전일(11), 김여진(9), 김은경(9) 어린이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여진양이 “(순례단과 함께) 강을 보고 걷는 것이 좋았어요.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운하 건설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 단장이 왜 어린이에게 마이크를 넘겼는지 짐작하고는 모두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이어 ‘4대 종교(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합동기도문’이 발표됐다. 축제 같은 분위기가 다소 엄숙해졌다. 지관 스님을 비롯한 각 종교 대표들은 기도문을 통해 참회를 거듭하고 생명 존중을 염원하며 “함께 오늘 저희의 기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온전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수행과 성찰의 첫걸음이 되게 해달라”고 발원했다.


예술인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순례단 박남준 시인의 자작시 ‘운하가 태어나면’ 낭독, 가수 정태춘ㆍ박은옥씨 부부의 노래 공연, 음유시인 홍승관씨의 공연 등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행사의 마지막은 ‘종이비행기’ 띄우기로 마무리 됐다. 종교환경연대에서 미리 나눠준 색종이에 생명에 대한 염원을 쓰고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에 띄워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신날 줄 알았더니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한다. 각자 ‘우리 강 살려주세요’ ‘이명박 정부 반성하라’ ‘대통령 할아버지, 강을 살려주세요’ 등의 문구를 쓴 아이와 어른 모두 각각의 염원과 마음을 담아 종이비행기에 띄워 보냈다.


행사가 끝나자 순례단은 서로 얼싸안았다. 103일이라는 시간 동안 20여명이 함께 생활하면서 도보 길을 이끌어왔다. 큰 인연으로 만난 이들, 앞으로도 ‘강(江)’ ‘생명’이라는 공통된 화두로 소통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발걸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순례단은 5월 31일부터 남한강을 따라 다시 순례의 길에 나서게 된다. 이들은 이제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국민여러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의 근원인 강은 우리와 한 몸입니다. 강이 죽으면 우리도 죽고, 강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각자의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모두가 수돗물에서 샛강까지, 그리고 샛강에서 강의 본류까지 지키고 모시며 잘 가꾸어야 합니다. 순례단 역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한반도의 강과 산과 바다가 맑고 푸르게 되살아날 때까지 함께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출처 : 현대불교신문> http://news.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