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禪이 드리운 교방춤의 향연속으로

호흡의 禪이 드리운 교방춤의 향연속으로

2008년 10월 07일 by jeungam

    호흡의 禪이 드리운 교방춤의 향연속으로 목차

 국립국악원 무대 오르는 성신예술단 최윤실 예술감독

사용자 삽입 이미지성신예술단의 승무.

‘춤은 항상 살아있는 생명과 같다’는 생각으로 무대 위에 서는 춤꾼 최윤실.

단지 춤이 좋다는 이유로 결성된 성신여대 소속 성신예술단은 ‘성신의 춤 향기’를 10월 8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선보인다. 전통이 문화가 되는 시대, 한국인의 혈맥 속에 신명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는 기획(동국예술기획 대표 박동국)으로 전통의 외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온 춤꾼들의 향연이다.

총 예술감독 최윤실 교수(45ㆍ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한국무용)는 (사)흥청무보존회 회장으로 서울ㆍ경남ㆍ전남에 지부를 두고 활동 중인 ‘진주 교방 굿거리 춤 경남도 무형 문화재 21호 이수자’다. 그러한 그가 진두지휘하는 ‘성신의 춤 향기’는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천년 학의 고결함으로 거듭난다. 사십여 성상(星霜)을 헤아리는 그의 춤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생의 핏줄, 恨을 넘어 願으로

성신예술단(총예술감독 최윤실 교수)는 10월 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성신의 춤 향기를 무대에 올린다.

“어머니가 진주에서 교방 굿거리 춤의 대가 김수악 선생의 제자였습니다. 그 덕에 숙명처럼 춤을 익혔죠. 언니를 대신해 무용을 배웠는데 기생의 춤이라는 편견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가 말보다 앞서 춤을 배운 것이 4세 무렵이다. 논개의 의암 바위로 유명한 진주는 교방이 자연스럽게 발달한 도시였다.

“진주에도 평양ㆍ동래처럼 기생 양성 학교 권번(券番)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조선 후기 마지막 춤 사범 강옥남 선생을 만났지요. 춤꾼으로 완성되는데 근간이 된 시절입니다.”

외형에서 전해지는 화려함 때문일까? 기생에 대한 편견은 오히려 춤에 대한 열정을 북돋았다. 기생의 희로애락 뒤에 감춰진 애환을 교태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려 했고 그 정수가 ‘동래 교방춤’이 됐다.

지난 인생을 추억하자니 팔 할의 공이 어머니의 헌신이다. “어머니가 욕심이 많았어요. 전통무ㆍ창작무 상관없이 명인의 명무가 있는 곳이라면 저를 데리고 갔죠.” 살풀이는 부산에서 황무봉 선생, 한국 무용과 창작무는 서울을 오가며 최현 선생, 前 국립 무용단 단장 국수호 선생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가들 밑에서 무용 수업을 받은 그는 강옥남 선생에게서 전통 무용의 진가를 본다. 그리고 “이게 진짜 춤이구나” 싶었다.

‘흥청’은 사악하고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으라는 뜻이다. 스승 강옥남의 흥청무(興請舞) 역시 태평한 운수를 만난다는 의미를 지닌 운평(雲平)으로 미색이 뛰어난 인물만 선별해 교육됐다. 흥청 중에서도 임금의 승은을 입게 되면 ‘천(天)과 흥청’이라 불렸는데 유독 최 교수는 교방춤을 즐겼다. 이후 스승의 구언과 춤사위를 그대로 전수받아 흥청무를 재현하는 선구자가 됐다.

#보덕행 보살의 춤사위

“어디 숨어있던 보석이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성신예술단의 지전춤.

대금의 명인 이생강 선생도 최 교수의 춤에 탄성을 자아냈다.

“호흡을 끌어 당겨 춤사위를 나눠야 살아있는 춤입니다. 호흡이 끊기면 죽은 춤이나 마찬가지예요. 깊고 강한 호흡이 미간까지 올라와 눈빛에 머물면 저절로 객석의 시선이 압도됩니다.”

진주 교방 굿거리 춤의 ‘앉은 사선학체’를 시연해 보이는 그의 자태는 가을의 애절함이 묻어나면서도 고고한 학의 몸짓을 닮았다.

그의 법명은 ‘보덕행(普德行)’이다. 춤으로 관세음보살행하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그의 춤이 이어가고자 하는 정신의 핵심은 ‘호흡과 선’이다.

“가을 학은 홀춤(獨舞)을 춥니다. 선이 곧고 청정하죠.”

전통의 맥을 올곧게 보존ㆍ전승하려는 굳은 심지가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다.

후학을 양성하는 시간 외에도 하루 3시간씩 연습에 매진하는 최 교수는 “땀 흘리며 연습하는 제자들 모습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모습 보다 더 예쁘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전국에 숨은 교방 춤의 대가를 찾아 연구하고 보존하는 것이 일생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기생 춤이라는 편견을 넘어 한국 전통 춤에 담긴 가치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열정이 진실한 보덕의 행로와 다름없다.

‘성신의 춤 향기’는 30인의 무용수가 12가지 레퍼토리로 전통춤의 향연을 펼친다. 경기도 당굿의 무당춤을 기본 춤사위로 신명을 무대화 한 대감놀이(훈련장 김영순), 강약의 흐름 속에서 맺고 푸는 풍경이 장엄한 살풀이춤(단무장 차성자)도 관람의 백미로 꼽는다.

오로지 한국 무용을 하는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여기는 최 교수는 공연 일정이 끊이지 않는다. 함안ㆍ경남에서 흥청무 보존회 순회공연(10월 9일), 진주 개천 예술제 공연(10일), 명량대첩 축하 공연(11일), 제63회 한국의 명인명무전(13일) 등 전국의 문화 축제 곳곳에서 전통 춤의 생명력을 향기롭게 피워내는 그와 만나보자. (02)920-7412  <현대불교신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성신예술단의 살풀이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