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의 아버지” 설묵 정용기 거사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버지” 설묵 정용기 거사

2011년 11월 20일 by jeungam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버지” 설묵 정용기 거사 목차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버지” 설묵 정용기 거사

설묵 정용기

개산대제를 맞은 금산사에 앞자리에 자리하고 앉아 눈길을 끄는 50여명의 외국인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주변에 바로 설묵 거사가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것을 보아 전라북도 완주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설묵 정용기 불자는 완주 산업단지내의 600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는 아버지라고 불린다. 또 실제 고국의 어머니에게 한국 아버지라고 화상전화로 소개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완주 산업단지 문화관에 근무하고 있는 설묵거사가 외국인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년전쯤 우연히 마트에서 만나 베트남 노동자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이다.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한 이 노동자가 산재 요양중이라 급여도 없이 고생하는 것을 알고 난 뒤 남들 모르게 틈틈이 살펴주게 되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처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매주 토요일마다 기숙사를 찾아 이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고국의 가정사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뢰를 쌓게 되고 이러한 것이 바탕이 되어 이제는 회사와 노동자들간의 중재자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가끔 일어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탈선이나 불법행위가 완주산업단지 내에서는 거의 없다시피한 것도 이러한 설묵 거사의 노력덕분이라 하겠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완주 산업단지내 외국인 노동자 큰 잔치를 개최하게된 계기도 설묵거사의 역할이 컸다. 전주의 봉사단체인 천천클럽과 지역주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협조를 얻어 외국인 근로자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도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웃고 즐기고 우리문화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설묵거사는 조계종 포교사의 신분이지만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억지로 포교나 전법활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최근 들어 타종교의 선교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만 적극적인 종교강요는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고충과 가정사를 들어주면 함께 이들의 문화에 젖어 들어가면서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신뢰가 쌓여 자연스럽게 자신의 종교에서 불교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항상 합장주와 호신불을 가지고 다니면서 원하는 사람에게는 나누어 주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손으로 밥을 먹고 그들의 문화와 습관을 이해하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게 될 때 그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다고 한다.

그 예로 이들과 함께 지역의 한옥마을이나 송광사 템플스테이등에도 참여하면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설묵거사는 주말이면 늘 빵이나 우유같은 간식과 옷가지를 들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숙사를 방문하고 있다. 한주도 거르지 않는 일이지만 휴일이면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고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은 겨울 옷을 준비하지 못해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떨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준 일화는 완주 산업단지내에서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동자들은 전주 천천클럽의 후원과 병원관계자들을 설득해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후견인 역할도 자임하고 송광사에서 요양 후에는 다시 현장에 복귀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일도 있다.

완주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다가 이미 우리나라를 떠나 자신의 나라에서 자리 잡고 있거나 일본등에서 아직도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금도 가끔 전화를 해서 자신의 나라로 여행을 오라고 성화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봉사활동에 나서달라고 당부하곤 한다.

처음에는 설묵거사의 방문에 조금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던 업체 관계자들도 지금은 설묵거사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설묵거사가 외국인노동자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다독이고 있어 이들의 근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묵거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리운 고향과 가족을 떠나 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3D업종에서 근무하며 우리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오늘 행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고, 한국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나눔과 동시에 한국문화를 익혀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묵거사에게 계획이 있다면 완주 산업단지 부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쉬어갈수 있는 쉼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스님이 상주하면서 포교당 역할도 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상담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더욱 좋겠다고 말한다.

정작 자기 자신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일이 없다며 단지 구슬을 꿸수 있는 실의 역할을 찾아준 것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다행인 것은 현대자동차 직원들 중에 자체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다문화 가정을 포함하여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며 이들이 우리나라에 있으면서 좋은 추억과 고국에 돌아가서도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서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돌볼 수 있다면 더없는 보람으로 느낀다고 말하며 총총히 돌아섰다.<조동제 현대불교신문 전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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