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살리기 운동에 나선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내성천 살리기 운동에 나선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2011년 08월 19일 by jeungam

    내성천 살리기 운동에 나선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목차

지율 스님, "나는 내성천 대변인 입니다"

내성천 살리기 운동에 나선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우리가 강이 되어 봅시다. 강을 위한 공사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닌 강의 입장에서 진행 돼야 합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이번에는 내성천의 대변인을 자처 하고 나섰다.

내성천 지율스님모래톱이 어떤것인지 직접 느껴봐야 안다며 내성천으로 들어가고있는 지율 스님. 옆으로 포크레인이 공사를 위해 대기중이다

 8월 10일, 내성천 지키기 운동을 하고 있는 지율 스님과 영주댐 공사가 한창인 영주 내성천을 찾았다. 이날 답사에는 ‘내성천 자연습지 복원을 위한 1만평 땅 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도 함께했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 1지류로 경북 봉화에서 시작해 100km에 달하는 강이다. 강은 봉화-영주-예천을 거쳐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천혜 자연을 간직한 내성천

“찰칵. 찰칵. 찰칵.”

아름다운 절경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빳다. 지율 스님은 “이곳도 곧 침수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내성천 주변에는 가게도 하나 없어요. 모텔 같은 숙박업소도 당연히 없습니다. 띄엄띄엄 사는 몇 지역 주민들만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깨끗한 청정한 지역이 요즘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내성천이 한국의 하천을 대표 할 만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성천 하류 ‘회룡포’에는 2008년 12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하천 중 최우수 하천’이라는 비석이 서있다. 물이 둘굴에 돌아 나가면서 만든 육지 속 섬마을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회룡포는 TV프로그램 ‘1박 2일’ 촬영팀이 다녀가 대중들에게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유산에 등재돼야 마땅한 강

“내성천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유래를 찾기 힘든 모래강 입니다. 강폭이 50m에 달하는 곳도 있지만 거뜬히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모래강은 모래가 많은, 정확히 말하면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강이다. 바다로 치면 갯벌과 흡사하다. 내성천은 드넓은 모래톱이 펼쳐진 모래강으로 수심이 얕고 유속도 느리다. 내성천 상류에서부터 시작되는 모래톱은 지하 10~20m까지 쌓여있다. 이 모래는 지하 6m 까지 수분을 함유해 건기에는 수분 손실을 막고 우기에는 유량을 자동 조절해 주는 자연 조절 장치역할을 한다.

그동안 모래가 많이 퇴적된 강은 지표수가 ‘나쁜 강’으로 치부됐다. 특히, 홍수의 주원인이 되고 강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저평가돼왔다.

지율 스님은 “우리는 그동안 지표수 중심으로 강을 평가해 왔다. 이제는 모래가 유량을 조절하는 저장고라는 인식을 바로해 하천 평가 기준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모래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원대 지질학부 오경섭 교수는 “모래는 하천의 ‘콩팥’이다. 강물은 다공질 모래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수질 정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내성천은 거주지인 봉화읍을 관통하는 구간에서도 1급수를 유지해 은어가 서식하고 있다. 내성천의 훌륭한 자연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이 모래톱인 것이다.

 

영주댐 공사현장영주댐 공사현장. 내성천의 허리에 해당하는 이곳에 영주댐이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 상류는 수몰되고 하류는 육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주댐과 함께 사라질 내성천

한국을 대표하는 모래강, 아름다운 절경, 희귀보호어종인 희수마자와 천연기념물인 수달 등은 영주댐 완공과 함께 사라질 운명들이다.

내성천 허리를 싹둑 잘라내는 영주댐 공사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 중상류는 수몰돼 사라진다. 하류는 다른 댐이 들어선 하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유량이 줄어들어 결국 육지화 된다.

지역민들은 “내성천 버드나무 아래 있으면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말한다. 원앙은 한번에 10여 개의 알을 낳는 까닭에 버드나무 군락지가 잘 조성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내성천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전 구간에서 서식하는 수달역시 천연기념물이다. 은어들의 산란 장소인 내성천이 파괴되면 1999년부터 해마다 열려 온 은어 축제도 사라진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김금호 사무국장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밑 빠진 쌀독에 쌀 새듯이

내성천에는 전에는 볼 수 없던 절벽이 생겼다. 유량이 빨라져 모래가 함께 쓸려나간 탓이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의 모래를 파내는 준설공사가 진행 될수록 빈곳을 채우려는 모래들이 이동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우리 눈으로도 변화가 하루하루 느껴지는데 생태계가 얼마나 많이 망가지고 있는지 측정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은 전국토의 지천과 하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50년을 살아온 지역주민 이 씨는 “이렇게 모래가 많이 떠내려 간 것은 평생 처음 본다. 물살도 너무 빨라졌다. 낙동강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는 차도 건너가고 어린애들도 쉽게 건너다니던 강이었는데 요즘은 무서워서 건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낙동강 공사 시작한지 불과 몇 년 만에 내성천은 너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며느리도 모르는 정부 공사계획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곳까지 배를 띄운다는 말도 있는데 그럴 환경이 안 되는 곳인데…전혀 감을 잡 을 수 없습니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 공사가 아무 계획 공시 없이 진행 중인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 했다. 정부가 홀로 단행하니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나 환경 조사도 할 수 있고 미리 보존하거나 다른 대안 을 제시할 방도가 없다는 말이다. 스님은 “우리가 하는 일이 정부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쪽으로 개발도 되고 공사도 진행 할 수 있도록 정부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물난리 한 번 난적 없는 지역임에도 이곳에 댐을 세우는 연유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지역군수도 영주댐 공사 다음에 또 무엇이 계획돼 있는지 모른다. 일하는 당사자도 모르고, 조사하는 사람도 모른다. 지율 스님은 “정부가 계획하는 일의 1/10도 모른 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지역주민에게 공사 계획과 그 타당성을 당당하게 밝히고 정부사업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성천이 복원되는 그 날을 위해

“성공도 실패도 없습니다. 영주댐이 완공 된다고해서 ‘내성천 살리기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10년이고 20년이고 내성천의 황폐해지고 사라져가는 자연 생태계를 다 기록해 증거로 남길 것입니다. 그것을 증명 할 그날을 기다립니다. 또 그날이 오면 제가 기록했던 증거들이 복구의 기준이 되어 내성천이 지금과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남아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지율 스님은 “영주댐 공사는 그동안 강에 무관심했던 우리 탓이라며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내성천 살리기 운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만 해도 큰 수확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시는 아무 것도 하리 않으리라 생각할 만큼 제 몸과 마음이 건강치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내성천이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율 스님은 일명 ‘도룡뇽 소송’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결코 환경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율스님 내성천에서 지율 스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내성천이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 내셔널트러스트 ‘내성천 1평 사기’ 운동

내셔널트러스트는 정부에서 미쳐 손을 쓰지 못해 사라져 가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시민들의 기부금과 증여를 통해 매입해 보존하고자하는 기구다. 영국에서 가장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에는 2000년에 설립돼 시민적 자산으로 미래세대에게 자연유산을 넘겨주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연내 1만평 매입을 목표로 1인 1평 5만원 ‘내성천 1평 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247-910005-41404, (02)739-3131 
<현대불교신문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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