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도 용 날수 있다”

“개천에서도 용 날수 있다”

2011년 06월 21일 by jeungam

    “개천에서도 용 날수 있다” 목차

“개천에서도 용 날수 있다”
무료청소년 공부방 운영하는 남원 영선사 월공스님


월공스님무료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는 남원 영선사 월공스님

“청소년들의 교육 여건은 대도시에 비해 농산촌이 많이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청소년들이나 농산촌의 청소년들이나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골짜기 산골의 작은 사찰에서 인재육성의 원력을 세우고 청소년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남원 인월면 영선사 주지 월공 스님. 스님은 농산촌 청소년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공부방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인재의 양성에는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격적 수행을 통한 것과 둘째는 선거를 통한 것이고 셋째는 학습을 통한 것입니다. 그중 세 번째를 선택해 사찰이 위치한 소재지인 인월에 무료 공부방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월공 스님은 우연한 기회에 청소년 공부방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2008년 무렵 불사와 지장기도를 하던 중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이 오갈 곳 없이 방황하는 것을 보게 된 스님이 아이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쉴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것도 지장보살의 사상을 실천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작은 공부방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은 시골마을인 남원시 인월면에는 변변한 학원이나 도서관같은 시설도 없어 학교가 끝난 아이들은 갈 곳이 없고 자연히 도시의 아이들과는 학력의 차이는 점차 벌어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인월면에 50평정도의 건물을 임대해 ‘등용 청소년 공부방’을 만들었다.

청소년들이 공부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냉난방시설을 갖추고 식사도 무료로 제공했다. 도서열람실과 집단 지도실, 휴게실, CCTV 등을 갖춰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럼없는 시설을 갖추고 청소년들을 맞이했다. 2010년에는 ‘사람과 희망’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법인도 설립했다.


“예전에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기본 자질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청소년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농산촌 아이들도 얼마든지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방 이름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의미의 ‘등용 청소년 공부방’으로 정했습니다.”

 공부방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 일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공부방에서도 일어났다. 기성 학원들의 반발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스님이 낮에는 절에서 수행하고 저녁이면 공부방에서 밤 10시까지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이러한 문제들도 하나씩 개선됐다. 평소 20~30명의 청소년들이 공부방을 이용하고 시험기간에는 60명정도가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스님의 이러한 노력은 청소년들의 학력 신장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시골학교에는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할 외국어 고등학교와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생기자 지역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전혀 절에 보이지 않던 청소년들이 스스로 절에 찾아와 놀고 가거나 절일을 돕고 있다는 점이다. 자생적인 커뮤니티가 생성되어 절에 큰 행사가 있으면 자기들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주고 있다.

“종교를 강요하거나 불교색을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할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고마울 뿐입니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직접 학습지도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지도를 하려면 스스로 아이들보다도 더 공부를 해야 한다. 기도와 수행 중에 공부를 한다는 점이 보통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지만 스님은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때로는 친구도 되고 선생님이 되기도 합니다. 휴대폰 문자도 보내면서 대화도 합니다.” 부모들과 대화가 부족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스님은 미소를 짓는다.

방학 동안에는 도시의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특별 용맹정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절에서 숙식을 하면서 오전 9시부터 밤10시까지 공부방에서 함께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시의 청소년들에게는 산골생활을 느낄 수 있어 좋고 산골 청소년들은 도시의 청소년들의 공부하는 모습에서 자극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교류하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용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경비가 월 300만원정도 필요합니다. 부담도 되지만 인재를 육성하는데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미래는 인재육성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생들 등록금 부담으로 부모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값 운동도 펼치고 있지만 서울같은 대도시에 불자들을 위한 무료장학숙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많은 비용이 들고 힘든 일이지만 인재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스님은 ‘등용청소년 공부방’이 수많은 용들이 탄생하는 날들을 기대하면서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