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교 성직자들, 생명의 강을 위한 공동기도회 개최

4대 종교 성직자들, 생명의 강을 위한 공동기도회 개최

2010년 05월 25일 by jeu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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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 스님 “정부는 4대강 개발을 책임 있게 재검토해야”

4대 종교가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는 5월 24일 오후 여주 남한강변 신륵사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기도회’를 개최했다.

스님과 신부 그리고 목사와 교무 등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성직자들이 동참한 공동기도회는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 스님을 비롯해 성공회 박경조 주교, 원불교 홍현두 교무, 가톨릭 윤종일 신부 등 각 종교의 여는 말로 시작됐다.

주경 스님은 “자연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재적 국책사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우리 천만 불자는 전국 주요 사찰에 4대강 개발 중단 촉구 현수막을 내걸고, 주말 법회와 초하루 법회에서 4대강 개발의 부당성과 비경제성, 반사회성, 반생태성을 알리고 있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위정자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무용가 김미선 씨가 생명살림의 기도를 표현한 춤 공연 후 각 종교에서 기도문을 낭독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은 “어린 시절 자연에 기대어 뛰놀던 시절의 감사함을 몰랐고 흙의 감사함을 몰랐던 것을 참회하고, 이제야 미안함을 알게 돼 감사함의 기도를 드리다”며 “외면보다 귀 기울이지 않는 것보다 답답하고 생명을 죽이는 죄업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더 이상 생명을 살려달라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원했다.

종교 성직자들은 기도회가 끝난후 함께 생명을 위한 노래를 불렀고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 등이 4대 종교의 염원이 담긴 결의문을 낭독했다.

한편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와 유시민 후보와의 토론에서 김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고 주장한 여주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이 반대의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이로써 김 후보의 “세영 스님 4대강 사업 찬성” 발언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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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 스님은 기도회에 앞서 행한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다시 여론을 수렴해 정말 4대강 개발이 목적에 맞는지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님은 “그동안 주지하면서 4대강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 여러 차례 가봤다”며 “장점만 부각시키자 단점을 물었더니 답이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정부가 4대강 개발을 책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지금 당장 뭇 생명들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멈추십시오!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을 모시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뭇 생명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이 죽어가고,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흰목물떼새, 흰수마자, 꾸구리,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묵납자루, 미호종개, 귀이빨대칭이 같은 자연 형제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Exploitation)로 인한 자연에 대한 ‘착취’(Exploitation)의 모습입니다. 생명에 대한 착취를 막는 것, 이것이 우리 종교인들의 의무이자 소명(召命)입니다.

우리는 그 의무와 소명에 따라 오늘 흐르는 강가에 다시 섰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이 정부가 천문학적인 홍보비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40%를 넘지 않고 있습니다.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CCK), 대한불교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그리고 환경위원회, 생명의 강을 지키는 원불교 사람들(원불교 교무회원) 등은 각 종교계 공식 조직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종교인들의 생명에 대한 우려와 개발 반대를 단지 ‘이해 부족’이라 폄하하며 오로지 ‘홍보’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과 근간을 허무는 일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는 권력의 주체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인 선거를 통해 정부에 위임하여 국가 공동체가 공공선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국가의 공공선을 선택하기 위한 법과 제도에 충실해야 하고 국민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공공성과 여론수렴에 충실하기 보다는 앵무새처럼 ‘홍보 부족’만을 되풀이해 말하며 국민이 원치 않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 권력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분명 생태 파괴 사업입니다. 생태 문제는 단순히 동ㆍ식물의 죽음과 땅이 파헤쳐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후손들의 ‘삶의 자리’에 대한 가공할 위협입니다. 자연 생태계의 질서는 다양성과 조화로움 그리고 순환에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 순환의 고리를 끊는 명백한 생명 파괴 사업입니다. 또 오늘날 한국 사회는 물신적 배금주의의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습니다. ‘개발’을 위해서라면 생명의 ‘착취’는 문제 삼지 않습니다. 이 정부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가난한 이들과 약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뭇 생명들과 그 삶의 자리까지 파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국격이 높은 나라를 원한다면 부자가 많은 나라, 개발을 일삼는 나라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 뭇 생명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흰목물떼새, 남생이 모두가 우리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는 시점이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금 당장 뭇 생명들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멈추십시오! 우리 종교인들의 이러한 결의는 6.2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종교적, 신앙적 차원으로 4대강 개발이 멈출 때 까지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온 몸과 온 뜻을 바쳐 반드시 뭇 생명들을 다시 살려낼 것입니다.

2010년 5월 24일(월)

종교환경회의 공동대표 수경·양재성·이선종·황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