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800리길 걸으며 진리 탐구

지리산 800리길 걸으며 진리 탐구

2009년 11월 22일 by jeungam

    지리산 800리길 걸으며 진리 탐구 목차

12월 1일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입제...실상 화엄 쌍계 대원 벽송사 대중도 연찬

 ◀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진행할 당시 수경 스님과 도법 스님의 뒷모습

“한국불교의 정체성은 사회 속에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주(定住)수행 만이 있으니 현실감각과 시대정신이 떨어지고 불교적 지향점을 잃게 됐다.”

조계종 2200여 수좌들이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석 달 동안 화두(話頭) 하나로 치열한 정진(精進)에 들어가는 ‘동안거’(冬安居).

12월 1일 동안거 입제를 기해 좌선의 형식을 떨치고, 보살만행(菩薩萬行)과 운수행각(雲水行脚)의 행선 정진을 펼치는 ‘움직이는 선원’이 첫 안거에 들어간다.

‘움직이는 선원’은 실상사와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 벽송사, 실상사 등 지리산 지역 사찰로 구성된 ‘지리산 성지화 불교연대’의 첫 움직임으로 8월 14~18일 창립을 기해 무비 스님을 조실로 모시고 남원 실상사에서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을 개최한 바 있다.

동안거 기간에 맞춰 12월 1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 90일간 진행되는 이번 안거에는 도법 스님(인드라망공동체 상임대표, 움직이는선원 열중)을 비롯해 실상사 화림원 대중 스님 10여명이 방부를 들였다.

‘움직이는 선원’의 납자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침묵 속에 지리산 산길을 따라 하루 약 15㎞씩 해제일까지 총 800리를 걸으며 수행한다. 수행방법은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되, 각자 수행법이 있는 경우 자율로 진행된다. 행선이 끝난 저녁에는 대화와 난상토론으로 수행을 진단한다.

산문 출입을 끊는 ‘안거’의 개념을 뒤집고, 간화선 수행방법을 근본부터 다시 보는 ‘움직이는 선원’의 이러한 안거방식은 충격을 주는게 사실이다. 아직 전국선원수좌회의 방함록에 등재되지 않는 등 제도화의 과제가 있지만 ‘움직이는 선원’의 새로운 시도는 생생한 활구선(活口禪)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8월 14일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 입재식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는 현재 외형적으로는 화려하나 내용적으로는 정체성 등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요즘 선방 스님들 중에서도 스리랑카나 미얀마 등에 다니며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스님은 이어 “대승불교는 초기불교를 토대로 자리이타의 이상을 실현하는 사회적 개념이 발전된 형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움직이는 선원’의 안거는 이러한 대승불교의 혼란 속에 다시금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움직이는 선원’은 행선뿐만 아니라 지리산 일대의 각 사찰과 연계해 <구사론> 연찬 등 다양한 교육의 자리도 마련한다.

매주 1회 실상사에서 진행되는 <구사론> 연찬 수행을 비롯해 월 2회 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대원사 등 지리산의 주요사찰에서 60여 젊은 스님들이 모여 출가수행을 돌아보는 야단법석도 진행된다. 화엄사와 쌍계사가 기본교육, 실상사가 전문교육, 벽송사가 선학교육 및 실참을 맡아 지리산 일대가 하나의 총림(叢林)을 이룬다.

도법 스님은 “머리로 하는 수행에서 벗어난 전신 수행은 안정되고 조용한 공간에 안주하는 정주 수행에 대한 대안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새로운 수행과 문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선원’의 화두는 새 수행풍토와 대중불교운동의 미래, 그 근원을 민족 성지인 지리산에 조성하는 것이다.

“이번 ‘움직이는 선원’은 지리산 전체를 하나의 도량 보아 ‘지리산 총림(叢林)’, ‘지리산 특구’를 만드는 의미도 있다”는 스님은 “지리산 사찰들의 연계는 ‘지리산 불교연대’의 믿거름이 돼 무분별한 지리산 개발을 막고 불교적 사회대안을 제시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사부대중의 애정어린 관심을 당부했다.

현대불교신문